Journal of Lifelong Learning Society
[ Article ]
Journal of Lifelong Learning Society - Vol. 21, No. 2, pp.1-24
ISSN: 1738-0057 (Print) 2671-8332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May 2025
Received 24 Mar 2025 Revised 15 Apr 2025 Accepted 25 Apr 2025
DOI: https://doi.org/10.26857/JLLS.2025.5.21.2.1

폴 랑그랑의 평생교육론 연구

윤여각
한국방송통신대학교
A Study on the Lifelong Education Theory of Paul Lengrand
Yeo Kak Yun
Korea National Open University

초록

이 연구는 평생교육 개념의 전 세계적 확산에서 Lengrand이 수행한 기여에도 불구하고 그의 논의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상대적으로 미흡하였다고 보고, 그의 주 저서인 『평생교육 입문』(증보판)을 중심으로 그의 다른 글도 참조하면서 그의 논지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그의 저서를 반복적으로 읽고 분석하는 가운데 그의 논지를 잘 드러내 주는 일곱 가지 주제를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다시 그의 논지를 재구성하였다. Lengrand은 평생교육 개념을 인간의 존재 수준 향상에 주목하는 교육의 원리로 제시하고 있으며, 삶을 살아가는 구체적 개인에게 적합한 교육방법의 개발을 강조하였다. 앞으로도 교육의 장 중 하나인 학교뿐만 아니라 다양한 삶의 장에서 진행되는 교육에 관한 이론적 실천적 연구가 계속 축적되어, 교육의 원리인 평생교육 개념이 더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Abstract

Despite Paul Lengrand’s contribution to the spread of the lifelong education theory globally, the academic approach to his discussions was relatively limited, and this study aimed to understand his arguments by referring to his other articles and focusing mainly on his book, Introduction to Lifelong Education (enlarged edition). After several readings and analyses of his book and articles, I derived seven topics that clearly revealed his arguments, and restructured the arguments based on them. Lengrand presented the concept of lifelong education as an educational principle that focuses on improving human existence, and emphasized the development of educational methods suitable for specific individuals with a certain lifestyle. I hope that in the future, further theoretical and practical research on education will be conducted not only at school, which is one of the places of education, but also in various places of life, and the principle of lifelong education will further develop.

Keywords:

adult education, schooling, being, literacy, lifelong education

키워드:

성인교육, 학교교육, 존재, 문해, 평생교육

Ⅰ.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평생교육 개념과 실천이 UNESCO를 통해 소개되고 받아들여짐으로써 평생교육이라는 용어는 UNESCO 회원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전문 용어로 머물지 않고 일반 용어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평생교육 개념은 다양하게 이해되고 있으며, 따라서 실천의 양태도 나라나 집단마다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UNESCO 한국위원회를 둠으로써 UNESCO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평생교육의 개념에 관한 한 UNESCO와는 조금 다른 결을 유지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평생교육법」을 기초로 학교교육과 평생교육을 구분하고, 평생교육을 모든 교육이 지향하는 원리가 아니라 정규 교과과정을 다루는 학교교육 이외의 영역으로 한정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다양한 맥락에서 소통의 혼선을 초래하기도 한다.

평생교육 개념의 등장 배경에는 학교교육에 대한 비판이 있다. 학교교육은 전 세계적으로 팽창하였고, 학교교육 정책은 체계화와 더불어 표준화를 지향하였다. 이것은, 많은 발전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사회에서 다양성과 탄력성이 약해지는 부작용을 초래하였고, 공교육으로서의 성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득권 세력 중심의 체제 유지에 기여한다는 비판도 받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에서 벗어나려는 학교교육 내부의 노력도 이어졌다. 대안교육의 등장이 그 하나이며, 다른 하나는 학교교육을 조망하는 인식틀의 근본적 변화 시도다. 전체 교육에서 분절되어 있는 학교교육의 실제를 문제 삼고 등장한 평생교육 개념이 후자의 예다.

주로 청소년이 참여하는 학교교육이 진행되는 가운데 시대적인 필요에 따라 다른 한편에서 성인이 참여하는 성인교육이 진행되고 있었으며, 성인교육의 맥락에서 성인 비문해자가 참여하는 문해교육도 진행되고 있었다. 성인교육과 문해교육에서는, 참여하는 학습자가 주로 성인이므로 학교교육과 다른 교육방법을 개발하여 실행하는 노력이 이어졌다. 그리고 성인교육과 문해교육에 참여한 학습자가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학습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존재의 의미를 새롭게 확인해 가는 모습도 점점 확인하게 되었다. 학교교육뿐만 아니라 성인교육과 문해교육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인 UNESCO는 이러한 변화를 포착하고, 이를 반영하여 이 모든 교육을 포괄하면서 삶 전체로 확장하는 평생교육의 개념을 정립하였다.

UNESCO에서 평생교육 개념의 정립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람은 Lengrand이다. Lengrand은 UNESCO에서 일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드러난 온갖 문제가 학교교육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지만, 이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열쇠 또한 학교교육을 포함한 교육 전체에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평생교육을 교육의 원리로 제시하면서 UNESCO의 논의를 위한 자료를 제공하고, 직접 논의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Lengrand은 자료를 제공하고 논의에 참여하면서 다듬어진 생각을 1970년 『평생교육 입문』으로 출판하였다. 이후 평생교육 개념에 대한 논란을 지켜보면서 진전된 생각을 토대로 제2부에 해당하는 글을 다시 써서 1975년 『평생교육 입문』(증보판)을 출판하였다. 그리고 여기에 서론 격으로 평생교육 개념을 탐색하게 된 과정1)을 기술하였다.

Faure 보고서(Faure et al., 1972)는 Lengrand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며(김창엽, 2005, p. 156; 이희수·조순옥, 2007, p. 208), Faure 보고서의 틀을 토대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여 교육에 관하여 새롭게 쓴 Delore 보고서(Delors et al., 1996)와 Sahle-Work 보고서(International Commission on the Futures of Education, 2021)에서도 Lengrand의 영향을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Lengrand에 주목한 연구는 거의 없다. 이것은 아마도 UNESCO에서 Faure 보고서, Delore 보고서, Sahle-Work 보고서가 가지는 위상 때문일 것이다. 다만 정보 제공 차원에서 Lengrand이 UNESCO 성인교육국장을 역임하였고, 「평생교육 입문」을 저술했다고 언급하는 것이 주종을 이룬다. 이러한 상황에서 Lengrand에 주목하면서 UNESCO의 다른 보고서의 내용을 토대로 평생교육 개념을 재검토한 논문(윤여각, 2015)은 예외에 속한다.

UNESCO는 평생교육의 개념을 교육의 원리로 제시한 Lengrand의 논지를 이어서 교육에 관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Lengrand의 평생교육 논의는 ‘교육론’으로서 UNESCO의 교육에 관한 논의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윤여각, 2015, p. 49). 이렇게 볼 때, 학문적 맥락에서 Lengrand의 논의는 더 체계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서 평생교육의 개념을 교육의 원리로 받아들이지 않고, 「평생교육법」을 통해 평생교육을 영역화하였고, 이로써 평생교육에 관한 개념적 논의에 혼선이 초래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초기의 논의로 되돌아가서 초기의 문제의식과 핵심적인 논지를 재검토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의 「평생교육법」은, 그 제정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법적 논리를 따르고 있다(오혁진, 2021). 실제로 「평생교육법」은 학교의 정규 교과과정을 제외한 모든 체계적인 교육 활동을 규율하기 위한 법이다. 그러므로 이때의 교육은 법으로 규율할 수 있는 제도적인 교육을 말한다. 그러나 법적 논리를 따를 때 우리는 제도적 사유와 실천에 제한될 수 있으며, 이것은 개념적 사유와 이에 기초한 실천에 방해를 받게 된다. 이것은 평생교육의 개념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해 온 UNESCO의 문제의식과 거리가 먼 것이다. 학문적 논의를 법적 논의로 대체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UNESCO의 초기 평생교육 개념, 즉 Lengrand의 평생교육 개념을 재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에서 현재 드러나고 있는 법적 논의와 학문적 논의의 혼선을 극복해야 한다.

이 연구에서는 Lengrand의 『평생교육 입문』(증보판)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Lengrand의 이전, 이후 글을 참조하면서 평생교육에 관한 Lengrand의 사유를 이해하는 데 주목하고자 한다. Lengrand의 사유를 이해하기 위해서 생애사적인 접근을 시도하거나2) Lengrand의 글 전체를 모아 분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단기간의 연구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Lengrand의 사유가 집약되어 있는 『평생교육 입문』(증보판)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명백히 제한적인 접근임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우리나라 평생교육에 관한 논의에서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은 Lengrand의 사유라는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Ⅱ. 연구방법 및 분석틀

Lengrand은 학교와 같은 교육의 장에서 교과내용을 다루는 것으로 교육을 조망하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삶의 전 과정에서 존재 전체의 성장을 이루어나가는 것으로 교육을 조망하는 새로운 틀을 평생교육의 개념을 통해 제시하는 논의를 전개하였다. 그러므로 Lengrand의 글에서는 기존의 틀과 새로운 틀의 대조가 기저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고 기존의 틀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재구조화하는 방향의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 흐름에서 핵심적인 주제로 성인교육 경험에 대한 성찰, 삶 전체와 전체 교육, 존재와 됨, 삶의 기초로서 문해, 교과내용과 교육방법, 학교교육의 한계와 그 극복 방안, 평생교육의 관점이 등장한다.

이것은 Lengrand의 『평생교육 입문』(증보판)을 꼼꼼하게 읽고, 논지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주제로 분석하여 얻은 것이다. 연구자는 『평생교육 입문』(증보판)을 원자료로 하여 논지의 중심이 되는 문장을 추리고, 이어서 그 문장의 주제를 추린 다음 그 주제들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얼마나 Lengrand의 논지에 부합되는지, Lengrand의 논의 내용을 최대한 담아낼 수 있는지 계속 검토하였다. 연구 과정에서 한 번에 앞서 언급한 주제를 도출한 것은 아니며, 두 번의 수정을 거쳤다. 주제를 언급하는 순서는 세 번의 수정을 거쳤으며, 이 순서가 Lengrand의 논의 순서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방식은 문화기술적 연구에서 전사자료를 반복해서 읽으면서 기술할 문화의 주요 주제와 그 관계를 찾아나가는 방식을 원용한 것이다.

‘성인교육 경험에 대한 성찰’은 Lengrand이 평생교육 개념을 제시하게 된 경험적 배경에 해당한다. ‘삶 전체와 전체 교육’은 Lengrand이 성인교육 경험을 통해 도달하게 된 삶과 교육에 대한 인식의 확장에 해당한다. ‘존재와 됨’ 역시 Lengrand이 성인교육 경험을 통해 특별히 주목하게 된 화두와 같은 것이며, 이것은 Faure 보고서 『존재하는 학습』에서 강조되기도 하였다. ‘삶의 기초로서 문해’도 Lengrand의 성인교육 경험, 그리고 UNESCO가 UN의 전문기구로 설치된 초기부터 역점을 두어 추진해 온 문해교육정책 추진 경험과 맞물려 있다. ‘교과내용과 교육방법’ 역시 Lengrand이 성인교육 경험을 통해 주목하게 된 주제이며, 교과내용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 이상으로 교육방법이 중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에 해당한다. ‘학교교육의 한계와 그 극복방안’은 Lengrand이 성인교육 경험을 하면서 더 주목하게 된 주제이며, 평생교육이라는 개념적 대안을 모색하게 된 계기가 된 주제다. 마지막으로 ‘평생교육의 관점’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Lengrand이 도달하게 된 관점이다.

이 7가지 주제는 평생교육론의 개념체계에 포함되는 것으로서 생소한 것은 아니며, UNESCO의 보고서는 물론 다른 평생교육 이론가들의 논의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Lengrand 이후의 논의로서 초기의 문제의식을 확인하고, 이후의 논의와 비교하면서 현재의 논의를 점검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연구에서는 Lengrand의 『평생교육 입문』(증보판)에서 도출한 7가지 주제를 분석틀로 하여 Lengrand의 논의를 재구조화하는 작업을 하였으며, 그의 논지를 잘 드러내는 데 역점을 두었다. 이는 제3장에 해당하며, 제4장에서는 Lengrand의 논지를 토대로 추가적인 논의를 하고자 한다.


Ⅲ. 랑그랑의 평생교육론

Lengrand은 1975년 『평생교육 입문』 증보판을 내면서 1970년의 글을 제1부로 하여 ‘종합적 논의 시도’라고 제목을 달았고, 증보한 글을 제2부로 하여 ‘논증 및 예시’라고 제목을 달았다. 이러한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제1부는 평생교육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하나의 체계로 제안하기 위해 쓴 글이라면, 제2부는 5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이해되지 못하고 있는 평생교육 개념의 이해에 도움이 되도록 보완하여 쓴 글이다.

1. 성인교육 경험에 대한 성찰

『평생교육 입문』(증보판)의 서론에 해당하는 ‘평생교육 개념의 탐색 과정’은 Lengrand이 1972년에 이미 발표한 글이다. 여기에는 지식인이자 직업이 교육자였던 사람들의 문제의식이 담겨 있으며, 그중 노동자교육센터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했던 노동조합 지도자들과의 만남에서 비롯된 경험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그 교육 프로그램은 ‘정신 훈련’으로 명명되었다. ‘정신 훈련’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 맥락과 그 내용에 대해서는 Lengrand이 노동자교육센터 소장의 자격으로 1949년 덴마크 엘시노어에서 개최된 UNESCO 국제성인교육회의에서 발표한 바 있다.

이 발표에서 Lengrand(1949, pp. 1-2)은 1888년 Nietzsche가 『우상의 황혼』에서 독일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들조차도 판단과 추론에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주장에 공감하면서 이런 모습은 여전히 흔히 볼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거나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첫 제안을 잊어버리거나 더 나쁘게는 반대 관점을 입증하는 것, 더 심각하게는 잠시도 자기 관점을 잊지 못해서 상대방의 관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한 가지 측면만 불독처럼 견고하게 붙잡는 것이 그 예다. Lengrand은 오늘날 사람은 성숙할 시간도 기회도 없으며, 이 문제가 학교에서만 발생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한다.

Lengrand(1975, pp. 13-14)은 또한 기존의 지식과 문화에 대한 통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였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 지식이나 문화가 특정한 맥락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탈맥락적으로 전달하거나 소개할 경우, 그것을 수용하는 것은 그 결과에서 문화적으로 부유하거나 특권이 있거나 주도권을 쥔 사람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문화적으로 가난하거나 특권이 없어 희생하고 있거나 주도권을 쥐지 못한 사람들은 방관자로 남아 있거나 빵부스러기 정도만 주울 수 있다. 그러므로 기존의 지식이나 문화를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으로 전달하거나 소개하려는 시도는 교육의 맥락에서 실패할 운명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비판 속에서 지식인이자 교육자로서 Lengrand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먼저 기존의 지식과 문화에 대해 선험적으로 참조하는 것을 배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불가피하였다. Lengrand은 자신의 고민과 노력의 과정에서 갖게 된 확신을 다음과 같이 피력하였다.

교육자가 다른 모든 사람, 특히 성인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봉사는 그에게 [사유와 실천의] 도구를 제공하고, 사회에서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 자신의 일상적인 경험, 투쟁, 성공, 좌절의 토대 위에서 그가 자신의 지식체계를 구축하고, 스스로 충분히 생각하고, 점차 자기 인격의 다양한 요소를 소유하고, 그 요소들을 풍부하게 하고, 그것들에 형태와 표현을 제공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하는 것이다(Lengrand, 1975, p. 14).

이러한 확신을 실천하기 위해서 Lengrand은 노동자교육센터에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결국 하나의 방법을 정교화하였으며, 그 방법에 ‘정신 훈련’이라는 프로그램명을 부여하였다. 이어지는 후속 작업을 하면서 Lengrand은 자신의 활동을 성인교육으로 좀 더 분명하게 인식하였고, 성인교육에 관한 사유를 체계화해 나갔다.

노동자교육센터에서의 교육은 학교교육과는 다른 양태로 진행되었다(Lengrand, 1949, pp. 1-7). 학습자의 나이에 제한이 없었고, 학습자의 교육적 필요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에 기반해 있었고, 교수자의 일방적 강의보다는 교수자가 책임 있게 진행하되 학습자들이 팀으로 작업하는 것을 교수자가 조력하는 방식을 취했으며, 궁극적으로 학습자가 더 나은 삶을 사는 데 필수적인 유용한 도구를 학습하게 하는3)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러한 시도는 학교교육을 교육의 유일한 모델로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한편으로는 생소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불편하기도 하였다. 그것은 교수자나 학습자 편에서의 활발한 활동뿐만 아니라 교수자와 학습자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노동자교육센터에서의 교육이 교수자나 학습자 다수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되었지만, 성인교육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성인교육에는 활력이 부족하였다(Lengrand, 1975, pp. 18-19). 성인교육에 적합한 구조와 제도가 뒷받침되지도 않았고, 충분한 인적‧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성인이 교육에 참여하는 것을 주저하거나 기피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그들이 참여한 교육에서의 부정적인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Lengrand은 학교교육에도 주목하게 된다.

[성인교육에 대한] 우리의 분석과 생각을 토대로 우리의 기획이 운이 없어서도 아니고, 인간이 성년기에 도달할 때 희생물이 되게 하는 잘못 규정된 무기력이나 불활성 때문도 아니며, 일련의 좌절, 외상 경험, 놓친 기회의 결과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성인이 그의 교육에서 흥미를 잃는다면, ⋯ 그것은 인상에 남는 나이에, 즉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그에게 제공되거나 부과된 교육 형태에서 그가 원하고 기대했던 것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은 명백한 것 같다(Lengrand, 1975, pp. 18-19).

한 사람이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성년기에 도달하고, 다시 노년기로 가기 때문에 한 사람의 생에 전체를 놓고 보면 성인교육과 학교교육은 맞물려 있고, 성인교육과 노년교육도 맞물려 있다.4) 성인교육 이전 단계와 성인교육 단계와 성인교육 이후 단계를 구분할 수는 있지만, 분리할 수는 없다. 성인교육과 학교교육만 보더라도 성인교육의 경험과 성과가 학교교육을 발전시키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또한 학교교육에 참여하는 자녀의 교육을 지원하는 위치에 있는 학부모가 학교교육 또는 교육 전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하는지가 중요하므로 성인교육으로서 학부모교육은 생략할 수 없다.5)

Lengrand(1975, p. 20)은 자기를 포함하여 성인교육자로서 ‘정신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이 교육 전체로 시야를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고하였다. 이것은 참여한 활동의 논리적 발전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점점 더 절박하게 전체 교육과 그 다양한 단계의 연계 및 상호 관계를 생각하게 되었고, 여기서 언제나 염두에 둔 사항은 교육적 과정의 일관성과 총체성이다. 이러한 사유의 흐름 속에서 Lengrand은 평생교육 개념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의식하게 되었다.

2. 삶 전체와 전체 교육

1965년 성인교육에 관한 국제자문위원회에서는 UNESCO 사무국에서 준비한 문건에 기초하여 평생교육을 언급하는 일련의 제안을 공식화하였다(Lengrand, 1985, p. 3069). 이 문건의 작성을 주도한 사람이 UNESCO에서 성인교육국장을 맡고 있던 Lengrand이며, 당시에는 ‘영구교육’(education permanent)이라는 불어 표현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이를 영어로 번역하면서 비로소 ‘평생교육’(lifelong education)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되었다. ‘영구교육’이 교육이 중단되지 않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계속된다는 의미를 드러낸다면, ‘평생교육’은 교육의 토대로서의 삶, 그리고 교육이 전 생애에 걸쳐 진행된다는 의미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6)

사람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계를 거친다. 사람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집에서 집 밖인 학교로, 직장으로, 여가를 위한 다른 장소로 이동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반복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은 사회, 문화, 정치, 경제, 예술, 종교 활동에 참여한다. 그리고 각 활동의 주 무대가 되는 영역에서 전문적인 일을 하거나 그 영역을 대상으로 학문 활동이나 교육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볼 때, 사람의 삶은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며, 다양한 부문이 중첩되어 있으며, 이러한 복잡함과 중첩됨 속에서도 각각의 지위를 맡아 역할을 수행하고, 이 지위와 역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또는 성과에 따라 변한다.

사람이 삶을 살아가고 살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비록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 부모의 아낌 없는 지원을 받으며, 관행에 따라 보장된 자리에 올라 외관상 무난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의 삶에도 실제로는 난관이 있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나라가 다양한 여건을 가지고 얽혀 있고, 한 나라 안에서도 부문이든 영역이든 사람이든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얽혀 있어서 어느 나라 어느 부문 어느 영역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 예상하지 못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한 개인에게도 살아가고 살아내는 과정에서 관심사가 달라지면서 도전 과제가 계속 변하기도 한다.

사람은 이러한 삶을 살고 있고, 여기에 교육이 접속한다. 그러므로 어느 한 시점에 사람이 참여하는 교육으로 교육 전체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지금까지 사람이 참여하는 모든 장에서의 교육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놓치지 않고 그 전모를 제대로 파악해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점은 한 개인뿐만 아니라 한 집단에도 한 나라에도 해당한다. 이것이 구체적인 장의 교육에 대해 논의하는 것만으로 만족하거나 이를 넘어서 교육 일반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중단하거나 포기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학교교육의 지배적인 위상으로 교육에 관한 논의는 학교교육에 대한 논의로 대체되거나 빨려드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Lengrand은 여기서 벗어나려는 지성의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사람은 계속해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며(Lengrand, 1975, pp. 25-37), 성격상 쉽지 않고 복잡한 도전에 대처해야 한다. 그런데 이 대처가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으며, 대처에 필요한 능력7)을 형성해야 한다(Lengrand, 1975, p. 112). 그리고 능력의 형성은 반드시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사람은 교육의 과업을 중단할 수 없다(Lengrand, 1975, p. 27). 교육의 맥락에서 달리 말하면, 삶 전반을 통하여 학습하도록 교수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 점에서 성인교육도 강조되며, 교육의 주체적 측면에서 보면 ‘자기교육’(self-education)도 강조된다(Lengrand, 1975, p. 111).

교육의 모든 측면에서 본질적인 목적은, 공부든 연습이든 실천이든, 인간 전체의 변화다. 인간은 어떤 의미에서 자기교육의 내용이 된다. 이 내용, ‘원재료’가 교육을 통해 형태를 갖추고, 이전에는 개인에게 가상으로만 있었던 기술과 역량을 습득한다. ⋯ 자기교육은 훈련의 주요 목표다. ⋯ 그것은 학교나 대학교에서, 교육을 진행하는 과정과 관련해서 어디서든 또는 언제든, 모든 사람에게 삶 전반을 통해 지식을 계속 추구하고, 그래서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게 할 요소와 도구를 갖추는 것이다(Lengrand, 1975, pp. 111-112).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배적인 지위를 앞세워 누군가가 임의로 제한한 내용을 강조할 수 없으며, 사람이 변화에 직면하여 대처하는 데 필요한 내용을 다루게 해야 한다. Lengrand(1975, p. 55)이 보기에, 여기서 그에게 학습력 또는 삶의 전 여정에서 주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갖추게 조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학교 밖 경험은 교육의 맥락에서 도움이 된다. 이러한 논의의 흐름 속에서 Lengrand의 관심은 ‘평생교육’으로 향한다.

3. 존재와 됨

Lengrand이 ‘존재’에 주목한 것은 노동자교육센터에서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노동자교육센터에서 Lengrand은 노동자들이 성인 학습자로서 자신의 지배력을 되찾았으며, 교수자와 협력적 동반자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Lengrand(1975, p. 47)은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노동자들이 교육을 통해 무엇인가를 소유하는 것보다 자신의 존재를 더욱 의식하게 되었음을 확인하였다. 노동자교육센터에서 교수자는 학습자와 교과내용을 매개로 소통한다. 그러므로 학습자가 교수자의 조력을 받아 교과내용을 학습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은 학습자에게 일어난 변화의 한 측면일 뿐이다. 학습자는 교수자와의 관계에서 한 사람의 주체로서 소통하는 자신의 존재성을 의식하는 변화가 나타났고, 이것이 학습자에게 일어난 변화의 다른 측면이다.

내적 필요로부터의 압력으로서, 그리고 외적 요구에 대한 응답으로서 교육은 지식의 축적에 이르기보다는 존재, 즉 연속적인 경험의 결과로 점차로 자아실현을 달성하는 존재의 개발이라는 그 진정한 중요성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교육의 현재 책무는 다음과 같이 규정될 수도 있다. 첫째, 도제와 훈련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삶의 전 기간을 통하여 인간에게 조력할 구조와 방법을 갖춘 장으로 조성. 둘째, 많은 형태의 자기교육을 통하여 각 개인을 가장 높게, 그리고 진정으로 자기 발전을 이루는 대상이자 도구가 되게 갖추어주는 것(Lengrand, 1975, p. 50).

교육은 참여한 사람의 변화를 전제한다. 교육에 참여했는데 참여 당사자에게 변화한 것이 없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이 변화는 이중적이다. 세계가 변화하므로 이에 대처하기 위해 교육을 통해 사람이 변화하게 되고, 변화한 사람이 세계에 참여함으로써 다시 세계가 변화하게 된다. 세계도 세계에 참여하는 사람도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계속 변한다. 세계도 사람도 언제나 진행형이다.8) 그러므로 구체적인 사람에 주목하는 교육은 사람의 됨 또는 되어가는 과정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은 더 나은 존재가 되는 과정이다.

교육은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고, 사람들의 삶에 더 도움이 되도록 활력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은 삶의 전체 속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Lengrand(1975, p. 61)에 의하면, 밖에서 부과되거나 획득하는 자산이 아니므로 소유의 영역에 있지 않고 존재의 영역에 있다. 이 점에서 교육은 주체가 참여하는 것이며, 받거나 획득하는 무엇이 아니다. 교육을 통해 교과내용을 학습함으로써 사람이라는 존재가 성장해 가므로, 삶 전체로 보면, 서로 다른 단계에서 그리고 다양한 환경에서 교육의 대상은 ‘되어 가는’ 존재로서 구체적인 개인이다. 그리고 교육의 맥락에서 개인은 하루나 한순간이 아니라 존재하는 전체 기간에 살아 있는 사람이다.

그는 삶의 모든 순간, 발달의 모든 단계에서, 판단되고 대체되고 동화된 그의 모든 성취, 실패 및 성공과 함께 그가 하는 것이고 되는 것이다. ⋯ 예술가들의 작품에 대한 많은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다른 단계를 거친 후에, 창조의 원천이 단절되지 않는 한, 인간이 진정으로 자신이 되는 것은 길의 시작이 아니라 끝에서이다(Lengrand, 1975, p. 139).

그러면 고유한 존재로서 되어가는 구체적인 개인은 평생교육에 참여하여 어떤 사람이 될까? 그는 삶 전체를 조망하는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어느 한 시점이나 지점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교육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처럼 다른 사람들도 평생교육에 참여하고 평생교육인이 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일에도 나설 것이다. Lengrand(1975, p. 152)에 의하면, 이것은 그가 다른 사람들을 ‘동료인간’(fellow-men)으로 인정하고, 자신도 그들의 동료인간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Lengrand(1975, p. 145)이 보기에, 그는 어린 시절부터 적절하게 훈련받았을 것이므로 학습하고, 공부하고, 그래서 자기 교육하기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완성의 지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고, 항상 지칠 줄 모르고 변화하는 상황에 자기 지식을 적용해 보고, 더 조화롭고 공정한 세상을 건설하는 데 자기 역할을 다 할 것이다.

4. 삶의 기초로서 문해

사람이 태어나서 주변 어른들의 보살핌을 받는 것만으로는 생존에 충분하지 않다. 사람은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능력을 함양하고 증진해야 한다. 생애 초기에 형성하는 이러한 능력을 ‘기초능력’이라고 한다. 사람은 기초능력을 갖추어야 삶의 기초가 마련되며, 이를 토대로 생존해 나갈 수 있고, 실존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여기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려면 언어를 학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소통하는 데 활용하는 몸짓, 얼굴 표정, 손 신호, 말, 글을 포함한 다양한 기호가 다 언어다. 문자사회에서는 말과 글이 기본으로 통용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말을 알아듣고 직접 하고, 글을 읽고 직접 쓰는 것을 학습하는 것이 중요해진다.9) 이에 주목하고, 이를 학습한 결과를 문해로, 그리고 문해에 이르는 교육을 문해교육이라고 명명하였다. 이렇게 보면, 문해는 능력의 관점에서 보면 기초능력에 해당한다.

Lengrand(1975, pp. 80-81)은 삶 전체에 주목하였으므로 글을 읽고 쓰고 수를 셈하는 기본을 교수하고 학습하는 것에 머무르는 문해교육은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다. 이것은 비문해 상태에 있는 성인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그리고 그가 획득한 지식의 결과와 미래 사용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고, 오로지 읽고 쓰고 셈하는 것의 기본을 교수하는 활동에 대해 문제 삼은 것이다. 읽고 쓰고 셈하는 것의 기본을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그 기본으로부터 출발하여 다양한 부문의 세계에 충실하게 입문하도록 교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종종 주장되는 것과는 반대로, 문해가 교육의 과정에서 반드시 첫 번째 단계에만 해당하지는 않는다. 문해는, 복합적인 행위이자 실천으로서, 사람의 의식 수준을 높이고,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며, 정확하게 알고, 그리고 현대과학의 여러 분야를 관통하는 데 필요한 지적 장비를 공급한다. 문해는 의심할 바 없이 특권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도구다(Lengrand, 1975, p. 81).

기초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수준 A, B, C가 있을 때, 수준 B에 비해 수준 A는 기초적인 것이며, 수준 C에 비해 수준 B는 기초적이다. 물론, 수준 C에서 보면 수준 A는 수준 B에 비해 더 기초적이다. 이러한 생각을 확장해 보면, 삶의 모든 부문에 기초로 통용되는 것이 있고, 삶의 각 부문에 고유하게 기초적인 것도 있을 것이다. 기초에 대한 이러한 논의는 문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10) 글을 읽고 쓰고 수를 셈하는 것의 기본에 도달한 문해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문해라고 할 수 있다. 이 수준의 문해만으로는 삶을 살아가는 데 충분하지 않으므로 문해교육 역시 그러한 문해 수준에 머무르는 교육이어서는 안 된다.

널리 퍼져 있는 신념과 반대로, 문해는 생각이나 느낌을 전달하는 수단, 예컨대 메시지나 말과 관련하여 보통 높은 추상 수준에 있는 복합적 성격의 도구다. ⋯ 다른 도구와 마찬가지로 문해의 가치는 상대적이며, 문해는 오로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교육적 복합체의 일부로서만 그 충분한 의미와 유용성에 도달할 것이다(Lengrand, 1975, p. 82).

기초의 수준이 향상될 때 그 기초를 토대로 더 진전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기초교육은 생애 초기에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쳐 증진되어야 한다. 이 또한 문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초능력으로서 문해는 생애 초기에 온전히 갖추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애 전반을 통해 증진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기교육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비문해로 인한 불편함은 어떤 한 부문에 한정되지 않는다.11) 인간이 이룩해 나가는 문명 전체 속에서 살아가고 살아내야 하는 구체적인 개인에게 문해는 전혀 가볍지 않으므로 비문해에서 문해에 이르는 문해교육은 삶 전체 또는 생애 전반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어야 한다.

Lengrand(1975, p. 82)이 보기에, 문해에 이르는 것은 소통의 수단 또는 표현 양식을 숙달하는 정도가 아니다. 문해는 구술 문명에서 문자 문명으로 나아가게 한다. 학습자 측에서 보면, 문해는 자기 내부로 닫혀 있는 사회에서 세계로 열려 있는 사회로 나아가게 한다. 그러므로 충분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문해에 이르게 되면, 그는 이후의 삶의 과정에서 평생교육에 더 밀접하게 접속하게 될 것이다.

5. 교과내용과 교육방법

인류는 다른 동물과는 달리 문명을 발전시켜 왔으며, 그 문명에서 비롯되고 그 문명을 뒷받침하는 유산을 가지고 있다. 이 유산은 유전적으로 전달되지 않으므로 별도의 기제를 통해 기성세대가 새로운 세대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인류가 그 기제로 다듬어 온 것이 교육이다. 즉, 인류가 축적해 온 유산을 새로운 세대에게 전달하는 것을 기성세대의 과업으로 규정하고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려고 다듬어 온 기제가 교육인 것이다. 전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교육학에서는 그 내용을 ‘교과’로 구분하였으며, 교과마다 담아내어 전달하는 내용을 ‘교과내용’이라고 명명하였다. 누가 교수자나 학습자가 되든 전달하는 교과내용을 교육 활동의 핵심에 두는 관행이 형성된 이후 이는 오랫동안 유지되었고, 지금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방법에 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Lengrand(1975, p. 109)은 당시 교육 개념에서 엄청난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구체적으로는 교육 이론과 실천의 중심이 되는 내용과 방법의 관계에서, 내용에 놓여있던 강조가 점차 방법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았다. Lengrand(1975, pp. 109-110)은 그 이유로 더 이상 인간의 복잡성과 성격의 발달에 관련된 요인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고, 가볍게 취급할 수 없는 존재로 아동을 인식하게 되었고, 학교 밖 교육에서 집단 활동의 방법이 진화하였으며, 학생들로부터 기존의 교육방법에 대한 저항이 일어났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Lengrand은 다른 글(1985, p. 3069)에서 19세기 초에 진전된 근대적 사유로 강조된 역사성, 과학적 사고, 상대성 개념을 이유로 들기도 하였다. 역사성 개념에 비추어 보면, 지식의 요소는 계시가 아니며, 철학적 추론이 사실인 것도 아니다. 과학적 사고의 개념에 비추어 보면, 사실을 과학적 접근을 통해 검증해 보지 않고는 결코 판단을 공식화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상대성 개념에 비추어 보면, 진리와 추론은 역사적 과정의 산물이며, 모든 지식은 잠정적이고 항상 수정되고 정당화되어야 하므로 ‘절대적인’이라는 개념은 유별나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교육의 맥락에서 보면, 교과는 교육의 소재이며, 이 소재와 관련된 내용을 교수자와 학습자가 함께 다룬다. 교과내용을 다루는 것이 교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자와 같은 전문가에게는 그 자체로 중요하겠지만, 일반적인 교육의 맥락에서 교과내용은 교육 활동을 전개하는 데 수단으로서 의미가 있다. Lengrand은 교과내용을 다룸으로써 획득하는 지식을 수단으로 하여 이루어내는 인간의 변화에 관심이 있다. 여기서는 교과내용 그 자체보다는 교과내용을 어떻게 다루는 것이 더 나은 인간 변화로 이어지게 할 것인지, 즉 교육방법이 더 관건이 된다.

참신함이 자동으로 수용되어서도 안 되고, 잘 확립된 방법의 사용을 배제해서도 안 된다. 유일한 지침은 수단이 목적에 적합한지 여부다. 어떤 경우에도 중요한 것은 방법론, 즉 일반적인 정신과 강조점이다. ⋯ 많은 경우에 선택된 도구나 기법은 그 자체로 중립적이며, 그것들을 사용하는 정신과 방식을 통해서만 그 중요성과 힘을 얻는다. ⋯ 우리는 항상 교육은 일반적 측면과 특수한 측면에서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간다. ⋯ 교육이라는 용어의 진정한 폭과 범위를 살펴보면, 모든 연령대의 사람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수많은 방식이 있으며, 이 방식들은 엄격하게 분류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 [교육자]는 자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 가능한 모든 기회와 모든 물질 및 기술 자원을 활용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그는 새로운 것을 발명하거나 오래된 것의 새로운 용도를 찾을 것이다(Lengrand, 1975, pp. 120-121).

교육방법과 관련해서는 성인교육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듬어 온 다양한 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인교육과 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교육이 구분된다고 해서, 그것이 교육방법과 관련하여 축적된 방법지의 상호 활용을 배제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학교교육을 통해 발전시켜 온 수업과 강의는 여전히 성인교육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팀 작업이나 비지시적 방법은 성인교육에서 발전시켜 왔지만, 학교교육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6. 학교교육의 한계와 그 극복방안

학교교육이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학교가 팽창하고 학교교육이 비약적으로 확대된 이후 학교교육에 대한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다. Reimer(2016)는 학교가 죽었다고 선언하였지만, 학교는 현재도 계속 존재하고 있다. 다만, 교사와 학생이라는 사람이 소통함으로써 드러나는 학교의 생명성이 사라졌다는 Reimer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의미 있으며, 이 문제의식은 Lengrand도 공유하는 것이다. Lengrand에게 생명성은 교육에 참여하는 사람의 창조적 본능과 창조하는 능력으로 드러나는 그들의 참된 존재성이다.

5세, 10세, 또는 15세가 되면 소통하는 것을 학습하고, 표현 기술을 숙달하고, 그림, 시, 음악이 말하고자 하는 아름다움과 힘을 발견하고, 비극과 희극이 드러내 보이는 것을 경험한다. 우리 중 가장 재능 있는 사람들과 가장 위대한 지속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좋은 출발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들에게는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진리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순간들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에게 순전히 모방의 모델을 제시하는 데 만족하고, 무엇보다도 각 개인 안에 창조적 본능과 창조하는 능력을 살리고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 교육으로 그들의 참된 존재가 조기에 묻힐 위험이 크다(Lengrand, 1985, pp. 127-128).

Lengrand(1971)은 특히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패를 경험하면서 결과적으로 학교를 중간에 떠나는 학습자가 적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학교를 중간에 떠나는 것을 전적으로 학습자의 탓 또는 학습자를 지원하는 보호자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학교와 교육정책 당국은 학습자가 성공적으로 학습하도록 여건을 조성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학습자가 학교를 떠남으로써 발생하는 낭비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어떤 규모로든 교육비를 지원한 국가 차원에서도 사소하지 않다. 앞서 지적했듯이, 학교교육에서 돌보지 않은 실패 경험, 그리고 이로 인한 ‘트라우마’(Lengrand, 1975, p. 141)는 성인이 되었을 때 다시 교육에 참여하는 것을 기피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Lengrand은 질문한다.

각 세대의 많은 계층이 교육제도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려 다시는 어떤 형태의 교육에도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낳는 기제를 계속 사용할 수 있을까? 공공연히 드러나거나 은폐된 실패율이 다른 어떤 인간 기업보다 높은 교육체제와 같은 노선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건너자마자 두 개 중 하나 또는 세 개 중 두 개가 붕괴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엔지니어가 다리를 건설해야 한다는 생각을 누가 받아들이겠는가? ⋯ 상황을 바로잡고, 높은 비용을 사회에 치르게 하고, 많은 경력을 망치는 낭비를 끝내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Lengrand, 1975, p. 142).

학교에서 실패하는 학습자, 그래서 결과적으로 학교에서 중간에 떠나는 학습자가 나오는 문제는, Lengrand(1975, pp. 153-154)이 보기에, 학교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지배하는 법칙으로 경쟁을 확립해 온 관행과 맞물려 있다. 경쟁에서 비롯되는 적대감은 수업에서 사용되는 모형의 횡포에 의해 강화된다. 그런데 이 모형은 수 세기에 걸쳐 작동해 왔으며, 그 정당성은 의문시된 적이 없다. 그리고 이 모형은 개인의 인지적 측면만 포함하고 인성을 구성하는 다양한 다른 측면을 무시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축소된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모형에 적응하는 사람은 성공할 수 있지만,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주변부로 밀려나고, 긴장하게 되고, 실패하게 된다. 이것은 인간사회에 불평들을 증가시키는 가장 확실한 요인 중 하나다.12) 여기서 벗어나는 길은 평생교육이라는 교육의 원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평생교육의 개념이 뿌리를 내리고 [사회] 구조와 제도에 영향을 미침에 따라, 한 사람과 다른 사람을 구분하는 진정한 차이에 자리를 내어주고, 각 사람은 자신의 논리, 명백한 독창성, 그리고 따라야 할 특별한 소명을 가짐으로써 사람들 사이의 인위적인 차이는 사라지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개인이 더 이상 다른 개인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지 않을 때, 소통에 이르는 커다란 장벽이 제거될 것이다. 평생교육을 통해 사람의 타고난 공격성은 정상적인 배출구를 찾게 될 것이다(Lengrand, 1975, p. 154).

Lengrand(1970, pp. 27-31)은 학교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다른 글에서 학교에는 일상적 삶에 단지 때때로만 적합하고, 구체적인 현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즐거움과 학습이 분리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이것은 학교교육이 일상적 삶 또는 구체적 현실과의 접속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인류의 유산을 전달하는 것에만 주목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있는 학교교육에서는 논쟁하지 않으며, 교사도 상상력이 있거나 창의적인 정신에 호의적이지 않고, 어떤 수준에서든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를 권위로 받아들이는 교사는 ‘질문하는 정신’(the questioning spirit)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학습하는 즐거움이 학교교육에서 충만하려면 학교교육의 관행에서 벗어나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학교교육에서 ‘질문하는 인간’(the questioning man)을 환대하게 될 것이다.

7. 평생교육의 관점

사람은 삶의 단계마다 다양한 상황에 따라 적합하게 접근해야 하며, 따라서 그 접근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접근은 그의 삶 속에서 통합되어야 하고, 삶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어느 정도 체계화하려는 노력은 피할 수 없다. Lengrand(1975, p. 57)은 교육과 관련하여 ‘체계’가 “전체성 속에서 조망된 교육적 과정의 상이한 측면과 단계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기제와 상호 의존의 일관성과 명료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았다. 달리 말하면, 다양한 접근에 따른 다양한 양태의 교육을 조망하는 원리가 필요한 것이다.

교육은 지금부터는 각 부분이 다른 부분들에 의존하고, 다른 부분들과 관련해서만 중요성을 갖는 일관된 구도로 조망될 수 있다. 만약 한 부분이 사라진다면 구조의 나머지 부분은 평형을 잃고, 다른 부분도 자신이 담당하는 특수한 서비스를 보답하는 위치에 있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론 분야와 실천적 성취 분야에서 다 일련의 조화를 이루어나가야 한다(Lengrand, 1975, p. 58).

평생교육의 개념이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는 차원에서 ‘교육의 새로운 개념’(Lengrand, 1975, p. 58)으로 도입된 것만은 분명하다. Lengrand은 평생교육 개념을 교육의 새로운 영역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라 삶의 단계마다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양태로 진행하는 교육이 따라야 하는 원리 개념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평생교육의 개념으로 학교가 아닌 다른 장에서 진행하는 교육만이 아니라 학교라는 장에서 진행하는 교육까지 조망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Lengrand(1975, p. 89)은 사람에게는 ‘교육하는 성향’(an aptitude to educate)이 있다고 보고, 모든 개인이 이를 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달리 말하면, 교육이론과 실천은 현대사회에 소속되어 있는 개인의 훈련에서 필수적인 일부가 되어야 한다.

Lengrand(1975, p. 91)은 평생교육이 그 목적을 실현한 곳은 당시에 어디에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지구에 사는 누구든 더 나은 삶을 살고 행복할 권리가 있으므로 나라가 어떤 단계에 있든 개인이 어떤 처지에 있든 평생교육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육을 새로운 교육으로 기획하고 설계하며, 이에 따라 진행하는 원리로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Lengrand(1975, p. 91)에 의하면, 평생교육은 앞으로 커다란 희망을 대표하며, 그 희망은 인간에 대한 신뢰, 그리고 자기 생각과 느낌과 선택에 대해 책임 있는 성인이 되는 그의 능력에 대한 신뢰에 의존한다.

Lengrand(1975, p. 72)은 평생교육의 원리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 • 지식이 낡아지는 것을 막는 그러한 방식으로 교육의 계속성을 확보한다.
  • • 프로그램과 방법을 각 지역공동체의 특수한 원래 목표에 맞게 조화시킨다.
  • • 교육의 모든 수준에서 진화, 변화, 변형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그런 삶을 향해 인간을 형성해 나간다.
  • • 교육에 부과된 전통적인 정의와 제도적인 한계를 넘어가도록 모든 훈련 및 정보 수단을 대규모로 정리하고 활용한다.
  • • 다양한 형태의 행동(기술적, 정치적, 산업적, 상업적 행동 등)과 교육목표 간에 밀접한 연계를 수립한다.

인간을 포함한 전체 세상에 대한 앎을 추구하는 활동은 일군의 사람들에 의해 계속되고, 이들로 인해 다른 사람들도 앎을 지식으로 공유한다. 앎을 추구하는 활동도, 그 앎을 정보로 하여 지식으로 전환하고 공유하는 활동도 다 교육이 개입되는 활동이다. 인류가 이룩한 문명은 이러한 교육이라는 기제를 통해 이룩한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개인에게 그 앎 또는 지식은 구체적인 것이다. 앎을 추구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프로그램과 방법이 어떤 상황에서든 누구에게든 적합한 것은 아니다. 지역의 맥락과 개인이 처한 상황에 맞게 개발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교육이 관행으로 정착되면 교육 외부의 힘이 작용하고 하나의 제도로서 한계가 드러나게 된다. 그러한 힘은 벗어나거나 유용하게 활용해야 하고, 한계는 극복해야 하는데, 이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으며, 가능한 모든 자원과 역량을 다 동원해야 한다. 그리고 역시 가능한 개인의 모든 행동은 교육의 맥락에서 교육목표와 연계되어야 한다. 개인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활동의 수준에서든 성장의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Ⅳ. 논의 및 제언

1. 요약 및 논의

이 연구에서는 Lengrand(1975)의 『평생교육 입문』(증보판)을 중심으로 Lengrand이 교육에 관한 기존의 담론을 벗어나서 새로운 담론을 열어나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생교육 입문』(증보판)의 전체 논의를 7개의 주제, 즉 성인교육 경험에 대한 성찰, 삶 전체와 전체 교육, 존재와 됨, 삶의 기초로서 문해, 교과내용과 교육방법, 학교교육의 한계와 그 극복 방안, 평생교육의 관점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다시 『평생교육 입문』의 논지를 재구성하였다.

Lengrand은 다른 글(Lengrand, 1979)에서 평생교육이라는 용어 사용에서 혼동이 있고, 그것이 실행을 방해하기도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평생교육에 관한 개념적 논의를 계속 진전시킬 것을 권고하였다. 평생교육에 관한 개념적 논의는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Lengrand은 평생교육 개념이 개별적 과정으로 인식되는 교육에 대한 올바른 해석으로서, 그리고 수많은 개혁을 위한 안내자로서 그 타당성이 계속 확인되기를 기대하였다. 그래서 이 연구에서는 Lengrand의 논의로 다시 돌아가는 작업을 하였고, 이를 통해 현재의 평생교육 담론 지형을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고자 하였다.

평생교육에 관한 Lengrand의 글은 UNESCO에서의 활동 및 UNESCO와 관련된 활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UNESCO는 UN의 전문기구로서 회원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를 향해 좀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는 방향 및 이를 담아내는 개념과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Lengrand이 제시한 평생교육 개념은 기존의 교육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 틀로 나아가는 지점에서 원리가 되는 것이고, 구체적인 정책을 펴나갈 때 지침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Lengrand의 평생교육은 전체 교육을 포괄하면서도, 학교교육과 같은 제도교육뿐만 아니라 법으로 제도화되어 있거나 제도화가 가능한 다른 장에서의 교육을 염두에 두면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이처럼 제도로서의 교육을 염두에 둘 때, 주목하게 되는 것은 교육의 기능적 측면이다. 교육은 인간의 삶을 조망하는 하나의 형식이자 인간이 구체적으로 경험하는 실제로서 다른 부문들과 맞물려 있다. 그렇지만 교육이 직접 다른 부문에 개입할 수는 없으며, 장차 다른 부문에서 일하게 될 사람의 역량을 함양함으로써, 그리고 현재 다른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의 역량을 증진시킴으로써 교육은 다른 부문에 간접적으로 개입한다. 교육을 통해 역량을 함양하고 증진한 사람이 참여하여 다른 부문들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게 된다.13) 이것이 교육이 다른 부문에 대해 고유하게 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것은 교육이 지역 발전, 국가 발전, 지구촌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는 논의의 토대가 된다.

교육의 기능적 측면에 주목하는 Lengrand의 논의는 그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논의로 수렴되고, 따라서 Lengrand의 평생교육 논의는 윤여각(2015, p. 49)이 주장한 것처럼 ‘교육론’으로 수렴된다. Lengrand에게 교육은 인간을 위한 활동이고, 여기서 인간은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구체적인 인간 전체다. 그리고 교육은 좀 더 나은 존재가 되어가는 데 직접 개입하는 고유한 활동이다. 다른 어떤 부문도 이러한 활동을 직접 수행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교육 참여에서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으며, 구체적인 사람에게 적합한 교육방법으로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로서 기초능력인 문해는 삶의 전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며, 이를 위한 문해교육은 보장되어야 한다.

Lengrand은 교육이라는 용어를 쓸 때, 한편으로는 학교교육을 지칭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체 교육을 지칭하기도 한다. 전자는 주로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사용하고, 후자는 주로 평생교육이라는 교육의 원리를 염두에 두면서 교육을 통해 좀 더 나은 미래를 열어나가는 논의를 할 때 사용한다. 그러나 Lengrand은 학교교육의 문제점을 언급하면서도, 그의 논의가 학교교육 무용론이나 학교 폐지론으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Lengrand은 학교를 인류의 귀중한 자산으로 보고 있으며, 평생교육이라는 교육의 원리를 적용함으로써 학교는 인간의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열쇠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14) 학교에서 다루는 교과내용을 선정하는 데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리고, 그래서 정치적인 맥락이 존재하지만, 평생교육이라는 교육의 원리를 따르는 기존의 교육방법의 다른 적용 또는 새로운 다양한 교육방법의 개발을 통해서 기존의 교육관행을 틀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평생교육 담론이 기존의 교육에 관한 논의나 교육 관행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한다는 점에서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평생교육 담론에 대해서는 많은 저항이 있었고, 성인들이 참여하는 교육으로 보거나 직업세계 진입을 위한 직업교육이나 직업세계에서의 재교육으로 평생교육을 영역화하는 등 가능한 한 학교교육과 다른 별도의 교육으로 규정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평생교육법」의 영향 아래 이러한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법적 논리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교육학 논의에서는 언제 어떤 장소나 영역이나 분야나 수준에서 진행되는 교육이든 종합적・통합적으로 조망하는 틀을 마련해야 하며, Lengrand이 교육의 이념으로 제시한 평생교육의 개념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Lengrand의 논의와 논지를 다시 검토함으로써 평생교육과 관련하여 영역화에 빠지지 않고 개념적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다.

교육 참여가 인권으로 인정되고, 학교에서 진행하는 교육이든 학교가 아닌 다른 장에서 진행하는 교육이든 누구나 참여하여 성장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 각자의 존재 수준을 향상해야 한다는 UNESCO의 평생교육 담론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였다. 평생교육의 의의 또는 의미를 언급하면서도 평생교육 관련 예산의 배정에는 인색한 정책 당국의 모습도 많이 보였지만, 이 예산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평생교육을 교육의 이념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활동이 일반화되고 보편화되려면 아직도 갈 길은 멀다. Lengrand은 이 점을 인정하고 있으며, 김신일(2020)도 평생교육과 관련하여 여전히 운동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 제언

Faure 보고서는 ‘존재하는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Delore 보고서는 ‘존재하는 학습’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더불어 살아가는 학습’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였고, Sahle-Work 보고서에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학습을 주요 의제로 삼아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Faure 보고서의 ‘존재하는 학습’으로 수렴되며, 다시 Lengrand의 존재 논의와 만난다. 인지에 초점을 두는 주지주의의 흐름에서 벗어나 존재에 주목하는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UNESCO는 대전환을 시도한 셈이며, 그 시작점에 Lengrand의 논의가 있다. 이것은 교육론에서 중요한 변곡점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Lengrand이 존재와 됨으로 풀어나간 교육론을 다른 주제들로 확산해 나가면서, 더 나아가 Faure 보고서, Delors 보고서, Sahle-Work 보고서의 기저에 있는 존재와 됨의 논의를 확인하고 심화해 나가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평생교육 개념에 관한 논의는 이 연구에서처럼 문헌 연구의 방식을 취할 수도 있지만, 평생교육으로 호명되는 모든 교육의 장에서 실제로 진행되는 교육과 그 교육을 둘러싼 다양한 부문과의 역동 및 교육 활동과 교육 조직 내에서의 역동을 자료로 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이 연구의 결과를 축적하고, 더 나아가 메타적인 수준에서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연구의 형식을 취할 수도 있다. 전자의 연구 못지않게 후자의 연구 여정은 갈 길이 멀다. 앞으로 교육 영역이라고 한정되어 온 장을 포함하여 평생교육이라는 교육의 원리가 적용될 수 있는 모든 부처와 그 산하의 모든 장에서 진행하는 교육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시행되고 축적되기를 기대한다. 이것이 Lengrand이 강조하여 드러낸 평생교육 개념이 특정한 영역에 갇히지 않고 언제 어떤 장소나 영역이나 분야나 어떤 수준에서든 인간의 더 나은 인간 됨을 열어가는 교육의 고유성을 드러내는 길이 될 것이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2023년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학술연구비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임.

Notes

1) 이 글은 UNESCO의 요구로 작성된 것으로 1972년 9월 25일부터 10월 2일까지 파리에서 개최된 평생교육에 관한 학제 심포지엄에서 논의하는 데 자료로 활용된 바 있다.
2) Quane(2003)이 Lengrand의 활동에 대해 간략하게 다룬 짧은 글이 있다.
3) Lengrand(1975, p. 15)은 이를 ‘기능적’ 입장이라고 표현하였다.
4) Lengrand이 노년기나 노년교육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 그러나 Lengrand이 현재의 시점을 살아간다면 분명히 노년기와 노년교육에 대해 언급했을 것이다.
5) 실제로 Lengrand(1981a, 1981b, 1981c)은 전 UNESCO 성인교육국장의 자격으로 부모교육에 관한 실천적 지침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부모교육 정책, 내용, 운영체제에 관한 세 편의 글을 발표한 바 있다.
6) 당시 학교교육이 교육의 토대로서의 삶에서 멀어지는 경향이 있었고, 전 생애가 아닌 일정한 기간으로 교육에 대한 시야를 좁히게 만드는 경향이 있었는데, Lengrand이 이를 문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평생교육’으로의 번역은 타당해 보인다.
7) Lengrand은 ‘능력’이라는 표현보다는 ‘도구’(tools)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러나 Lengrand이 말하는 도구는 능력을 의미하므로 여기서는 능력으로 바꾸어 쓴다.
8) Lengrand은 다른 글(1976, p. 7)에서 ‘되어감’(becoming)은 인간 경험의 핵심어라고까지 말한다.
9) 앞서 언급한 기호에는 수가 포함된다. 수는 사회에서 그 사용의 비중이 높으므로 글과 수를 엮어 읽고 쓰고 셈하는 것을 문해의 기본으로 보는 통념이 있다.
10) 문해의 상대성을 받아들이면, 비문해자를 특정인을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누구나 상대적으로 비문해 상태에 있는 일반명사로 사유할 수 있다(윤여각, 2018).
11) 몸에 대한 무지로 겪는 불편,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못하거나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겪는 불편, 도덕적 미적 감수성이 약해서 겪는 불편, 일을 처리하는 기본적인 방법과 절차를 몰라서 겪는 불편 등을 각각의 맥락에서 ‘비문해’ 상태로 인해 겪는 불편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불편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12) 김누리(2024)는 경쟁을 앞세우는 교육은 다양한 불행한 사태를 초래하므로, 결과적으로 ‘야만’이라고 주장한다.
13) 교육 부문 역시 이 점에서 예외일 수는 없으므로 교육 부문은 자기 발전의 기제를 내장하고 있는 셈이다.
14) 이러한 맥락에서 Dave(1973)는 유네스코 차원에서 학교교육을 재구조화하는 사업을 추진하였다. 윤여각(2006)은 평생교육의 이념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학제를 개편할 것을 제안하였다. 평생교육의 이념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Nussbaum(2011)은 학교가 시장의 원리를 따르지 않을 때 인간에게 좀 더 나은 미래가 열린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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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 정 보
윤 여 각 Yun, Yeo Kak

소   속: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연 락 처: ykyun@knou.ac.kr

연구분야: 성인고등교육, 지역교육, 질적 연구방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