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of Lifelong Learning Society
[ Article ]
Journal of Lifelong Learning Society - Vol. 19, No. 4, pp.1-31
ISSN: 1738-0057 (Print) 2671-8332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0 Nov 2023
Received 25 Sep 2023 Reviewed 23 Oct 2023 Accepted 31 Oct 2023
DOI: https://doi.org/10.26857/JLLS.2023.11.19.4.1

민간 장학재단의 장학생 경험 분석: S장학재단의 대학장학생 사례를 중심으로

이지혜 ; 김지연**
한림대학교
연세대학교
Scholarship Recipients: A Focus on University Scholarship Recipients Supported by the S Foundation
Jihye Lee ; Jiyoun Kim**
Hallym University
Yonsei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김지연( marchkjy@yonsei.ac.kr)

초록

이 연구는 민간 장학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된 저소득층 학생들의 장학지원 수혜 경험과 그 의미를 분석하여, 민간 장학재단의 복합적인 장학지원방식이 저소득층 학생들의 성장에 일으킨 변화를 확인하고, 효과적인 장학지원방식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이를 위해 S장학재단 질적 종단연구 연구참여자 중 대학장학생 12명을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였고, 2022년도에 수집된 자료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장학생 경험의 의미는 ‘반전’, ‘확장’, ‘연결’, ‘성찰’로 분석되었다. 장학생들은 경제적, 정서적 지원 속에서 학교생활의 반전을 경험하였고, 다양한 활동 지원으로 경험 세계의 폭을 확장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의미 있는 사람들과 연결되었고, 주기적인 만남을 통해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성찰을 지속하였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성장 과정의 복잡성을 전제한, 복합적 장학지원방식이 장학생들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며, 자기주도성을 제고하고, 성찰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는 교육적 함의를 제공한다.

Abstract

This study aimed to analyze how recipients of private scholarship foundations perceive and interpret their scholarship experiences, confirm changes in their growth process, and explore effective scholarship support mechanisms. To accomplish this, we selected 12 university scholarship recipients from the participants of a qualitative longitudinal study conducted by the S Foundation and conducted our analysis using data collected in 2022. As a result, the experiences of the scholarship recipients were analyzed and found to embody the meanings of “reversal,” “expansion,” “connection,” and “reflection.” Scholarship recipients underwent a transformation in their academic lives due to economic and emotional support. They broadened their range of experiences through various activities, established connections with people along the way, and maintained a continuous process of self-reflection through regular meetings. This study’s findings offer insights into the effectiveness of multifaceted scholarship support methods in enhancing trust, building social capital, promoting self-directedness, and facilitating reflection.

Keywords:

private scholarship foundation, scholarship support mechanisms, economically marginalized college students, growth

키워드:

민간 장학재단, 장학지원방식, 저소득층 대학생, 성장

Ⅰ. 서론

국가장학지원의 확대가 고등교육기회 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는 상당 부분 실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자금 지원은 고등교육기회와 성과에 대한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김안나·이병식, 2008), 이 같은 효과는 국가장학금제도 확대 이후 더욱 명료해지고 있다. 우명숙(2019)은 국가장학금제도 확대 이후 소득분위별 대학교육기회 격차가 완화되었다고 보고한다. 장학지원이 고등교육기회 확대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관련 연구들에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이필남·곽진숙, 2013; 이희숙, 2020).

장학지원의 효과는 교육기회의 확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대학 진입 이후 학업을 지속하고, 성취와 적응을 높이는 효과도 확인되고 있다. 장학금 수혜를 받는 경우에, 대학에 오래 머무르고 학업을 지속하여 졸업까지 마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원격대학 사례를 분석한 정연희·송수연·김정현(2022)의 연구는 장학금 수혜가 학업지속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하였으며, 국가장학금 정책 도입 이후 저소득층 학생들의 휴학 학기가 감소하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알려져 있다(남수경, 2016, 2020). 장학지원은 대학에서의 학업성취와 적응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학자금 지원을 받는 신입생들의 학업성취와 대학적응을 살펴본 연구에서는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학업성취도, 학교적응, 수업참여도, 시간활용 면에서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신혜숙·최정윤, 2013). 또 다른 연구에서도 학자금 지원제도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진학을 높이고 고등교육비 부담을 낮추어, 성적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김진영·이정미, 2015). 그 밖에도 장학지원은 대학생들의 근로시간 감소와 학습시간 증가, 성적향상에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성은·이상돈·백종면, 2016).

장학지원의 효과가 분명해지면서, 장학금 유형을 세분화하여 효과를 살펴보려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공희정·진선미(2021)는 장학금 및 학자금대출의 출처와 성격, 대학 특성에 따른 효과를 분석함으로써 장학금 및 학자금대출 수혜 효과를 보다 세분화하여 분석한 바 있다. 정연희·송수연·김정현(2022)은 장학금 유형을 필요기반과 보상기반으로 구분하고, 학업지속효과를 유형별로 분석하여 제시하였다. 박주혜·공희정(2023)은 장학금 유형에 따른 대학조직몰입을 분석하여, 성적장학금 및 국가장학금 수혜가 지속적 몰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장학금 지급유형에 따라 지원 효과는 달라져서, 성적우수 장학금과 국가장학금 중 장학생들의 수혜 유형에 따라 장학금에 대한 심리적 가치 및 이후 소비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박환, 2022).

장학금 지급유형 중에 최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지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층적인 활동 참여에 기반한 복합지원방식이다. 한국장학재단 이외에 민간 장학재단들이 확대되면서, 각 재단이 지향하는 가치와 비전을 반영하는 새로운 장학사업 모델이 생겨난 것이다. 이 같은 활동기반 복합지원방식을 가장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곳이 바로 S장학재단이다. S장학재단은 2007년 설립 이후 중고생을 대상으로 멘토교사의 참여를 필수 요건으로 하는 멘토링장학을 본격화했으며, 대학장학지원사업에서도 봉사와 연수, 면담 등의 다각적 활동을 포함하여 장학지원사업을 전개해 오고 있다.

이 같은 활동기반 장학지원은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아, 관련 연구는 아직까지 많지 않다. 류주희(2015)가 다양한 활동 참여를 근간으로 하는 한 민간 장학재단의 사례를 분석하여, 단순히 장학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참여 활동이 부가적으로 이루어질 때 장학 효과는 더욱 극대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제시한 바 있다. 김민희·김예슬(2022)은 국가장학재단에서 실시하는 꿈사다리 장학생들의 월별 장학금 사용 내용과 성장기록을 텍스트마이닝 기법으로 분석하였다. 이 연구에서 김민희·김예슬(2022)은 저소득층 학생 지원에서 다양한 활동을 수반하는 개별 맞춤형 통합적 지원방식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제언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장학지원효과 관련 연구들은 계량적 접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장학 유형에서 한 걸음 나아가 장학지원방식이 달라졌을 때 어떤 차이가 생겨나는지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이 연구는 장학지원은 장학생들에게 어떤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이를 지원방식의 차이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려고 한다. 이를 위하여 활동기반 장학지원의 가장 선도적인 S장학재단의 대학장학생들의 경험을 질적 사례연구 방법으로 접근하였다. 국가장학지원에 비하여 민간 장학재단은 경제적 후원 외에 다양한 활동방식을 결합하여 제공하고 있고(정성수 외, 2018), 몇몇 민간 장학재단은 적극적으로 활동기반 장학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S장학재단은 2006년도 설립 직후부터 가장 먼저 활동기반 장학사업을 채택하여 실시한 바 있다. 특히, 대학장학은 2008년 첫 도입 때부터, 장학지원의 기본 틀을 활동기반형으로 설정하였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1) 본 연구에서는 활동기반 장학지원의 수혜 대상이었던, S장학재단의 대학장학생 사례를 통해 장학지원을 받는다는 것, 즉 장학생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확인하고 향후 보다 효과적인 장학지원을 위해서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지 찾아보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

1. 장학지원 현황

우리나라는 학생들의 대학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국가정책으로 장학금 지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2009년 정부는 장학금 지원 업무의 효율성과 학생들의 접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장학재단을 설립하여 각 기관에 분산되어 있던 장학금 지원사업을 일원화하면서 국가 장학지원 제도의 틀을 마련하였다(이호준·양민석·김영식, 2014). 또한 반값 등록금 문제가 화두가 되었던 2011년에는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을 통해 기존 장학금 지원방식을 ‘국가장학금 Ⅰ, Ⅱ 유형’으로 통합하여 단순화하고 추가 재정을 투입하여(교육과학기술부, 2011), 2012년부터 국가장학금 정책을 전면 도입하여 시행하였다.

장학금은 그 지원방식에 따라 장학금만 지원하는 방식과 장학금과 다양한 활동 참여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경제적 필요와 학업성취에 기반하여 장학금을 제공하고, 후자는 경제적 필요와 학업성취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 참여에 기반하여 장학금을 제공한다. 후자를 활동기반 장학지원이라 부를 수 있다.

장학금 지원은 지원 유형, 지원 기준, 지원 범위 등 분류 기준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다. 보편적인 분류 기준으로 지원 유형과 지원 기준이 많이 사용되는데, 지원 유형에 따라 무상장학금, 대여장학금, 근로장학금으로 구분할 수 있고, 지원 기준에 따라 필요장학금(needs-based)과 성적장학금(merit-based)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지원 범위에 따라 전액장학금과 부분장학금으로 구분하기도 하고(양정승 외, 2013), 등록금만 지원하는 장학금과 등록금과 함께 생활비를 지원하는 장학금으로 구분하기도 한다(류주희, 2015).

한국장학재단에서는 지원 유형에 따른 무상장학금, 대여장학금, 근로장학금을 모두 운영하고 있다. 무상장학금은 지원받은 장학금을 상환하지 않는 방식으로, 국가장학금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가장학금에는 경제적으로 불리한 학생들에게 혜택이 주어지도록 설계된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과 우수한 학생들을 발굴하여 지원하는 국가 우수 장학금이 있다.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은 대학 등록금만 지원하지만, 국가 우수 장학금은 대학 등록금과 함께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생활비도 지원하고 있다. 국가 우수 장학금은 성적장학금의 성격이 강하고,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은 필요장학금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국가장학금 Ⅰ, Ⅱ 유형의 지원 대상을 “학자금지원 8구간 또는 9구간 이하 대학생 중 성적 기준 충족자”로 제한하여 필요장학금과 성적장학금의 성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도 한다(우명숙, 2019). 대여장학금은 학자금대출을 의미하는데, 학자금 마련이 힘든 학생들에게 학자금을 대출해 주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학생들이 대출금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학자금대출은 등록금과 생활비 대출이 모두 가능하다. 근로장학금은 정부와 대학이 일정 비율의 재정을 함께 지원하는 시간제 근로 수당 방식으로(정성수 외, 2017, p. 15), “학자금지원 8구간 이하 대학생 중 직전 학기 성적이 70점(100점 만점) 이상”인 학생이 지원할 수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장학금 지원과 프로그램 지원을 병행하는 방식의 장학사업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기반 장학사업으로는 저소득층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꿈사다리 장학금,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연수 지원과 멘토링이 있다. 꿈사다리 장학금은 학업장려비와 함께 멘토링, 멘토링 특별활동, 교육 프로그램, 진로 컨설팅, 심리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해외연수 지원에는 단기 해외연수를 지원하는 파란사다리 사업과 해외 현장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대학 글로벌 현장학습 사업이 있다. 파란사다리 사업은 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 학생을 대상으로 하지만, 대학 글로벌 현장학습 사업은 4학기 이상 수료하고 평점이 3.0(4.5 만점) 이상인 대학 학부생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해외연수 지원사업은 장학금(교육비, 항공비, 기숙사비 등)과 함께 ‘사전교육-해외연수-사후관리’ 3단계로 구성된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대학생들이 활동지원금 또는 근로장학금을 받으며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지도, 동기부여, 진로상담 등의 멘토링 활동을 진행하는 대학생지식멘토링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 검색일: 2023. 9. 5).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장학재단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운영하는 민간 장학재단에서도 장학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민간 장학재단에서 지원하는 장학금은 대부분이 무상장학금이다. 장학금의 지원 범위, 지원 규모, 지원방식, 장학생 선정 기준 등은 각 재단의 설립 목적과 방향에 따라 다양하지만, 민간 장학재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정성수 외(2018) 연구에 의하면, 민간 장학재단들은 등록금(68.8%)과 생활비(36.5%)를 중심으로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적지만 기숙사비(4.2%)와 학자금대출 이자(2.1%)를 장학금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1년 동안 학생 1명에게 지원되는 금액을 보면, 등록금은 258만 원, 생활비는 225만 원 수준이었다. 장학생 선정 기준으로 성적(69.8%)과 소득수준(63.5%)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민간 장학재단에서 직접 평가해야 하는 서류 및 면접을 장학생 선정 기준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17.7%에 불과하였다. 장학금 지급 방법은 학생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법과 소속 대학에 지급하는 방법이 있는데, 민간 장학재단은 학생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54.7%)을 소속 대학에 지급하는 방식(36.8%)보다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장학재단에서도 장학금 지원과 프로그램 지원을 병행하는 방식의 활동기반 장학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현대차정몽구재단은 장학금 지원과 재단 장학생 네트워킹 프로그램 지원을 병행하고 있고(현대차정몽구재단 홈페이지, 검색일: 2023. 10. 23) 두산연강재단에서는 학업장려금 지원과 장학생 워크숍 및 소모임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두산연강재단, 2023).

2. 장학지원효과

장학지원정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장학지원의 효과를 분석하는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특히 장학지원의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패널 자료가 축적되면서, 장학지원이 학생들의 대학교육 경험과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연구 결과, 장학지원의 효과는 장학금의 유형과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대여장학금(이하 학자금대출)은 대학생의 학업성취(GPA)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학자금대출을 받은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학업성취가 높았다. 그러나 그 영향력은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는데, 저소득층 학생보다 고소득층 학생의 학업성취 향상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되었다(김지하·이병식, 2009). 이러한 경향은 학자금대출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확인되었다. 학자금대출이 소득수준이 높은 학생의 삶의 질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지만, 소득수준이 낮은 학생의 삶의 질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지만 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강지영 외, 2018, p. 43). 학자금대출은 대학생의 노동시장 이행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학자금대출에 의존한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임금수준이 낮은 일자리로 빨리 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필남·김경년, 2012). 이러한 결과는 여학생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 학자금대출 경험이 있는 여학생은 빨리 취업했지만, 일자리의 질(임금수준, 일과 전공 일치도)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배호중·박건표, 2016). 반면 미국에서 수행된 연구는 학자금대출이 임금수준이 높은 직업을 선택할 확률은 높이고 임금수준이 낮은 직업을 선택할 확률은 낮춘다고 보고하였다(Rothstein & Rouse, 2011). 이 연구는 상위권 대학을 대상으로 수행된 연구이기에 모든 대학으로 일반화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 연구들은 일관되게 학자금대출은 저소득층 학생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학자금대출보다 무상장학금 지원이 더 실효성 있는 방안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무상장학금 지원으로 대학생의 등록금 부담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이필남·곽진숙, 2013; 이희숙, 2020). 등록금 부담 완화로 인해 학생들의 근로시간은 감소하였고 이수학점은 증가하였다(이필남·곽진숙, 2013). 또한 저소득층 학생의 휴학 학기 감소 효과(남수경, 2020)와 지속적 대학조직몰입 효과(박주혜·공희정, 2023), 원격대학생의 학업지속효과도 확인되었다(정연희·송수연·김정현, 2022). 지속적인 장학금 지원과 이로 인한 등록금 부담 완화는 대학적응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안소영·홍세희, 2020).

그런데 무상장학금 지원의 학업성취 효과를 분석한 연구들은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지 않는다. 국가장학금 정책 시행 전, 한국교육고용패널(KEEP) 자료를 활용하여 장학금이 대학생의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김지하·이병식(2009) 연구에 의하면, 장학금 지원은 고소득층 학생보다 저소득층 학생의 학업성취 향상에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교육고용패널(KEEP) 자료를 활용하여 장학금 지원 정책 변화에 따른 장학금 지원 효과의 변화를 살펴본 이호준·양민석·김영식(2014)의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호준·양민석·김영식(2014)의 연구는 국가장학금 정책 시행 전후 시기(2008∼2012년), 장학금 지원을 받은 학생들은 받지 않은 학생들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학업성취 수준을 보여 장학금 지원이 학업성취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확인하였고, 이러한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다가 국가장학금 정책을 시행한 2012년 시점에 증가하는 추세로 변화하였다는 점도 확인하였다. 그러나 한국교육종단연구(KELS) 자료를 활용한 이필남·곽진숙(2013)의 연구와 한국교육고용패널(KEEP) 자료를 활용한 우명숙·김지하(2015)의 연구에서는 장학금 지원의 성적향상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선행연구들은 국가장학금이 대학 선택 개선, 대학적응, 학업지속, 학업성취, 취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 즉 장학지원의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정책 개선의 시사점을 제시한다. 장학금 정책으로 저소득층 학생들이 느끼는 등록금 부담은 완화되었고 대학적응과 학업지속효과는 증가하였다. 이는 장학금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경제적 안정과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경제적 안정으로 학업을 지속하고 새로운 기회에 도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학업과 진로를 계획할 수 있는 심리적 여유가 생겼다고 보고하였다(류주희, 2015; 박영상·신상명, 2019). 장학금이 제공하는 경제적, 심리적 안정은 저소득층 학생들이 대학생활에 적응하고 대학교육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는 기반이 된 것이다.

그러나 최대지원금액이 700만 원(기초/차상위)으로 규정된 현 국가장학금은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저렴한 국공립대 학생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만, 등록금이 비싼 사립대 학생들이 느끼는 도움의 체감은 낮을 수밖에 없다. 국가장학금으로 등록금을 모두 충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생활비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교육비 확보는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다(우명숙, 2019, p. 525). 등록금 부담이 완화되더라도 교육비 확보 문제가 남아 있다면, 장학금의 대학 선택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남수경, 2020, p. 79).

또한 학업성취에 미치는 장학금 효과에 관한 연구는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지 않는다. 장학금이 학업성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한편, 유의한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장학금의 학업성취 효과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결과에 대해 국가장학금이 필요장학금과 성적장학금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거나(우명숙·김지하, 2015), 장학금으로 등록금을 모두 충당하는 어려운 경우 학업성취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석한다(우명숙, 2019). 그런데 학생들은 장학금만 지급되는 현 장학지원방식에서 학업 장려를 위한 성취감 등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박영상·신상명, 2019). 학생들의 이야기는 학생들의 학업 집중을 어렵게 하는 주요인은 교육비용 문제이므로, 장학금으로 대학교육비용을 지원하면 학생들이 학업에 몰두할 것이라는 장학지원의 기본 전제를 숙고하게 한다. 장학지원의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장학지원이 경제적 지원을 넘어선 복합적인 지원방식으로 변화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복합지원방식으로 운영되는 민간장학금의 효과를 탐색한 류주희(2015)의 연구는 장학금 지원과 함께 장학생 교류 프로그램, 관리 프로그램(정기적인 의사소통, 피드백, 동기부여) 등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이 제공될 때, 장학지원의 효과가 증대될 수 있다는 분석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대학등록기간 전에 장학금이 지원되어 학생들은 비용 부담을 덜 느끼면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이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대학 선택 개선 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던 국가장학금(남수경, 2020, p. 74)과 다른 결과이다. 또한 중산층 위주의 대학에서 경험하는 사회적·문화적 격차와 그로 인한 소외와 차별 등의 위기를 저소득층 학생들은 장학재단이 제공하는 사회적·정서적 지지를 통해 극복할 수 있었고, 이는 대학교육 성과와 취업 성과로 이어졌다.

저소득층 학생들의 대학교육 경험을 탐색한 질적 연구는 그들이 대학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그들은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학업적, 심리적 측면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학생 개인이 극복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이지혜·채재은, 2013). 저소득층 학생들이 경험하는 대학적응의 다층적인 어려움은 경제적 지원을 넘어 저소득층 학생들의 특성을 배려한 복합적인 장학지원방식의 도입을 요구한다. 본 연구에서는 활동 참여에 기반한 복합적인 장학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민간 장학재단의 장학지원방식을 하나의 사례로 선정하여, 장학지원방식에 따라 저소득층 학생들의 대학경험과 장학지원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구체적으로 탐구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민간 장학재단의 장학지원방식을 장학생들은 어떻게 경험하고, 그 경험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지, 장학지원방식이 학생들의 삶에 일으킨 변화를 중심으로 장학지원의 효과를 탐색하여 활동기반 장학지원방식의 확대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자 한다.


Ⅲ. 연구방법

이 연구는 S장학재단의 활동기반 장학지원의 효과를 대학장학생의 경험을 중심으로 이해하려는 질적 사례연구이다. 이를 위해 S장학재단 질적 종단연구 연구참여자 중 대학장학생 12명을 사례로 선정하였고, 2022년도에 수집된 자료를 ‘장학’ 경험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질적 사례연구는 경계를 가진 사례를 풍부하고 상세하게 분석한다. 이 연구에서는 S장학재단의 활동기반 장학지원을 사례로 경계 짓고, 대학장학생들의 장학 경험을 구체적으로 살펴 활동기반 장학지원의 의미와 가치를 탐색하고자 하였다.

1. 연구 사례: S장학재단의 장학지원

이 연구에서 선택된 사례는 S장학재단이다. S장학재단은 개인, 지역, 계층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사회통합 및 국가발전에 기여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며, 교육 소외계층의 실질적인 교육기회 확대를 위한 장학사업과 복지친화적인 교육 여건 조성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S장학재단의 장학사업 중 국내 장학생 지원은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하는 멘토링꿈장학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리더육성장학으로 구분된다. 이 연구의 참여자들은 멘토링꿈장학과 리더육성장학을 통해 성장한 12명의 청년들이다. 멘토링꿈장학은 다양한 분야에 꿈과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들을 멘토와 함께 선발하여 멘토교사의 교육적·정서적 지지를 받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장학생들은 장학금을 받는 동안 월 1회 자신의 생활과 계획 등에 관한 성장기록장을 재단의 온라인시스템에 반드시 기입해야 한다.

리더육성장학은 멘토링꿈장학생 가운데 성장이 돋보이고 학업역량 및 의지가 우수한 대학생을 선발하여, 장학금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2) 매년 멘토링꿈장학생 출신 중 대학에 합격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면담캠프 등의 절차에 의하여 경제적 상황, 학업역량, 진로계획, 인성 및 자질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선발한다. 선발된 대학장학생들은 학기별 학습보조금 외에도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3) 대학장학생에 대한 지원은 세 가지로 나누어 이루어진다. 첫째는 대학희망장학으로 기본적인 장학금(등록금과 학습보조금)과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이다. 교육프로그램에는 오리엔테이션을 위한 리더십 캠프, 멘토링 캠프, 진로면담 등이 있다. 둘째는 희망키움장학으로 대학희망장학생들에 한정하여 소정의 신청과 심사를 거쳐 진로개발 및 자기계발비(어학 공부, 자격증 취득, 대회참가 등)를 지원하는 장학이다. 여기에는 해외 교환학생이나 단기 연수에 대한 지원도 포함된다. 셋째는 희망나눔장학으로 다양한 국내외 봉사활동을 실시하는 것이다. 대학장학생들이 일정 시간 봉사 형태의 근로에 참여하면 활동 정도에 따라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국내봉사와 해외봉사로 나뉜다.4) 국내봉사활동은 꿈장학생 대상의 학습멘토링, 배움터 교육지원, 성인문해교육 멘토링, 캠퍼스 학내봉사 등이 있다. 해외봉사활동은 S장학재단이 지원하는 개발도상국의 현지 배움터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한다.5) 이 밖에도, 장학생들이 자체 운영하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있다. 희망키움장학과 희망나눔장학은 모두 장학생들의 주도적인 계획과 자발성에 기초한 것으로, S장학재단이 지향하는 맞춤형 장학지원의 특성을 담고 있다.

S장학재단 대학장학지원의 또 다른 특성은 장학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장학생들의 풍부한 네트워킹과 경험을 촉진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학기당 1회의 자기성장보고 그리고 재단 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면담 평가를 통해 장학생들이 주기적으로 자기성찰과 학업 진로계획을 세우도록 개입하고 있다.

S장학재단의 대학장학생 지원

2. 연구참여자 구성

질적 연구는 현상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풍부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연구참여자를 목적성 있게 선정하는 경향이 있다(Glesne, 2008). 장학 경험과 그 의미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이 연구에서는 S장학재단의 대학장학생 12명을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였다. S장학재단 대학장학생 중 장학수혜기간, 학년, 성실성, 성적을 기준으로 3배수를 선정한 후 대학소재지, 전공, 가족구조, 경제상황, 성비를 고려하여 2배수를 선정하였다. 우선순위에 따라 개별적으로 연락하여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본인 동의를 획득한 후 12명을 최종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연구참여자는 복학생이었던 김도환을 제외하고 모두 1994년생이며, 서울과 지방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다. 연구참여자들의 배경 특성은 <표 2>와 같다.

연구참여자 정보

3. 자료 수집 및 분석

S장학재단 질적 종단연구는 1994년생 대학장학생을 포함하여 1997년생 그리고 2000년생 꿈장학생을 대상으로 장학생들의 성장과정을 추적하는 연구이다. 이를 위해 사용된 자료 수집 방법은 면담, 온라인 설문조사, 심리검사, S장학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연구참여자 관련 자료에 대한 참조이다.6) 연구진은 연구참여자들을 질적 종단연구에 초대하면서, 연구는 면담을 통해 진행되고 면담 내용은 녹음되며, 심리검사와 온라인 설문조사를 요청할 수 있으며, 연구참여자의 개인정보는 익명 처리되고, 연구참여자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연구 참여를 중단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았다. 면담은 연 2회, S장학재단 회의실 또는 연구참여자의 학교나 직장 근처 모임 공간에서 대면으로 이루어졌으며, 면담 내용은 녹음되고 전사되었다.

본 연구는 2022년 연구자와 연구참여자의 대화로서의 면담을 통해 장학 경험과 의미를 함께 정리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2022년 연구진은 현재 시점에서 되새겨 본 장학 경험과 의미, S장학재단에 대한 생각을 중심으로 개방형식의 면담 질문을 작성하고, 반구조화된 면담을 진행하였다. 구체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정환경의 변화, 중·고등학교 경험, 대학과 전공 선택 경험, 취업 준비 경험과 함께 장학생 선발 경험, 장학금의 쓰임과 의미, S장학재단의 다양한 활동 참여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했다.

분석은 2022년 면담 내용을 중심으로 관련 있는 이전 면담자료, 온라인 설문조사(생애 경험 회고), 연구참여자 관련 자료(내 꿈의 변천사, 평균 생활비)를 참조하면서 기술, 분류, 해석의 과정(Creswell, 2015, p. 220)을 거쳐 진행되었다. 먼저 연구참여자의 관점에서 장학지원이 연구참여자 개개인에게 어떻게 경험되었는지에 초점을 두고 인물(연구참여자), 시간, 장소, 사건을 중심으로 기술하였다. 1차 기술 내용을 <표 3>의 네 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분류 및 재구성하면서, 연구참여자들의 이야기에 존재하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내는 분석을 진행하였다.

2차 분석 내용과 연구자의 성찰을 연구진 회의에서 공유하면서 분석의 근거, 논리성, 일관성 등을 상호 검토하였고, 해석 과정을 통해 연구참여자들의 경험을 가로지르는 공통 주제와 패턴을 찾아내고, 이를 의미를 중심으로 요약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통 주제는 ‘반전’, ‘확장’, ‘연결’, ‘성찰’로 도출되었다.

분석 준비 자료


Ⅳ. 장학생됨의 의미

1. 반전: 경제적 지원

S장학재단 대학장학생 선발 자격은 중고등학교 재학 중에 이미 장학생으로 선정된 학생들로 한정된다. 따라서, 연구참여자들은 대학 입학 전,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 시절에 이미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교사의 추천을 받아 장학생으로 선정된 일은 이들에게는 하나의 ‘사건’이다. 처음 장학생으로 선정된 일 그리고 이후 대학장학생으로 연결되어 장기지원을 받은 장학생 선정이라는 사건이 자신의 삶에 갖는 의미를 참여자들은 다양한 의미로 회고한다.

1) 탈출

장학생 선정이라는 사건이 가진 첫 번째 의미는 ‘탈출’이다. 장학생 선발의 첫 번째 자격요건은 경제적 상황이므로, 장학생들 가운데 네 명은 중위소득 이하의 일반저소득층이었고 다른 여덟 명은 차상위계층 혹은 기초생활수급대상의 가정배경을 갖고 있었다.7) 일반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경우에도 갑작스러운 파산 등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에 처해 있었다. 중등 장학생에게 지급되는 장학 금액은 중학생의 경우 연간 200만 원, 고등학생은 연간 300만 원으로 3회에 걸쳐 멘토교사를 통해 지급된다. 크지 않은 액수임에도 불구하고 당면한 최악의 상황을 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었다.

연진도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웠을 때, 꿈장학생이 되면서 최악의 상황을 모면할 수 있게 된다. 당시 연진이네 가족은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식당이 파산하면서 경제적으로 몹시 어려운 상황이었다. 급식비와 가스비 등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꿈장학은 희망의 실마리가 되어주었다.

대학생 때도 그렇고 고등학생 때 받은 것도 컸죠. 고등학생 때 받았던 걸로 급식을 먹을 수 있었죠. 그걸 받기 전까지 급식비를 못 내서 맨날 알게 모르게 불려 가고 그랬거든요. 그때 [장학생이] 되고 나서 그걸로 급식비를 냈고 원래 집에 가스가 다 끊겼는데 그걸로 가스비를 냈죠.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그러고 나서 대학교 가서 받은 걸로는 생활, 어차피 학비는 국립인 데다가 면제가 돼서, 그걸로 집의 생활비랑 저랑 저희 오빠 생활비를 그걸 어떻게든 쪼개서 썼던 것 같아요. 월세 서울 주거비로, 맞네요. 그랬네요(연진).

일반저소득 배경이었던 주현은 당시 자영업을 운영하시던 부모님이 파산신청을 하신 후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긴급 위기 상황에 놓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SOS장학생으로 선발되면서 다급한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지연은 통학비가 부족하여 먼 길을 걸어서 학교에 다니다가, 장학금을 받게 되면서 걱정 없이 버스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실제 S장학재단 내부자료에 따르면, 중등 장학생들은 장학금을 학원비(인터넷 강의비), 교재비, 학습재료비, 통학비, 진로활동비, 대학 입시전형에 필요한 비용이나 급식비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8) 이렇게 최악의 상황에서 ‘탈출’하여, 안정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는 것은 장학생으로 선정된 것의 주요한 의미가 된다.

2) 기회

두 번째로 장학생 선정은 ‘기회’의 의미를 갖는다. 장학생으로 선정되어 경제적 지원을 확보하면서, 장학생들은 이전에는 갖지 못했던 새로운 ‘선택의 자유’를 얻게 된다. 특히 대학장학생 선정은 진학할 대학 선택과 이후 대학생활에서의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준다.

가장 직접적인 기여로는 대학입학에서 보다 포부수준을 높여 진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학장학생 선발은 중등 장학생들이 고교 졸업을 앞두고 수시 전형을 마친 후에 진행된다. 장학생들은 복수의 합격한 대학 중에 어느 대학을 최종 선택할지를 결정하게 되는데, 대학장학생으로 확정되면서 이들의 선택은 크게 달라진다. 자신의 성적에 맞추어 여러 학교를 지원하지만, 사실 사는 지역을 떠나 진학하는 것에는 상당한 비용이 수반되므로 포부만으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합격한 대학 가운데, 지리적으로 가깝거나 국립대라서 비용이 덜 드는 대학으로 진학을 고려하던 참여자들은 대학장학생 선정 이후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수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수원은 여러 대학을 지망한 가운데, 서울에 있는 대학도 한 곳 합격했지만, 지역대학으로 가려다가 대학장학생에 선정되면서, 서울로 진학할 길을 열 수 있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 세 곳, 그리고 집 가까이 세 곳, 6개 그렇게 [수시지원을] 했어요. 근데 수능을 많이 망해서 최저를 못 맞춰서 최저 있는 학교는 다 떨어지고 서울에 있는 A대학, 그리고 인근 국립대 두 곳 그렇게 붙었어요. [중략] 학비 때문에 엄마가 제가 좋은 데 붙었다고 했는데 그럼 학비는 어떡해 이 말을 먼저 하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상처를 받아서 그때는 그게 좀 그랬는데, 축하해가 아니고 그럼 학비는 어떡하지 거기 가면 학비는 어떡해 [국립대]는 장학금 나오잖아. 이렇게 근데 나는 서울 갈 거라고 이렇게 하고 썼어요. 그래서 다행히 여기 [대학장학]에 붙어서 장학금 받았죠(수원).

대학생활에서 장학금은 연구참여자들에게 ‘자유’, 특히 ‘시간의 자유’를 선물한다. 중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신이 필요한 생활비를 벌었던 도환이 평생 유일하게 일이 아닌 개인 시간을 선택했던 유일한 시기가 입대 전 대학 1-2학년 때이다. 경훤도 장학금으로 시간을 ‘살 수’ 있었다고 말한다.

스무 살 때 알바 안 했어요. 그때는 엄청 노느라고 보상 심리 같은 것 때문에 그때는 거의 진짜 맨날 밤새 술 먹고 그러니까 학교 공부 열심히 했어요(도환).
저는 [대학장학이] 너무 좋았죠. 돈 주니까 그때 그런 거 안 받았으면 알바하느라고 그 좋은 시간, 그 청춘의 시간을 쓰는 경우가 많잖아요. 전 돌아가면 돈 더 당겨서라도 더 놀고 싶거든요. [중략] 그래서 어떻게 보면 시간을 산 거죠. 너무 좋다고 생각이 들고(경훤).

장학생 선정으로 인한 삶의 변화를 경험한 연구참여자들은 장학생이 된 것을 삶의 ‘변환점’이라고 부른다. 장학생 선정 이전과 이후는 비교할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된다. 지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인생의 엄청난 기점이었죠. 변환점이랄까. 그때 담임 선생님 아니고 옆 반 선생님 만났더라면 [못했겠죠]. 예를 들어서 제가 알기로는 그때 그 고등학교에 그렇게 S장학 한 사람이 없었어요. 선생님이 우연히 접한 정보를 저를 딱 꽂은 거죠. 제가 알기로는 없었어요. [중략] 진짜 그 선생님을 만난 게 하나의 계기였던 거죠. 중학교 때도 그렇게 챙겨준 선생님 없었고, 고등학교 때도 물론 제가 정보가 없던 것도 없던 거지만 그렇게 자기가 먼저 챙겨주신 분이 처음이었으니까 그때가 진짜 기회였죠(지연).

승규는 자신의 삶을 ‘축복받은 삶’이라고 회고하며, 그 시발점을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받을 수 있었던 장학지원으로 꼽는다. 변화의 시작, 새로운 ‘반전’의 계기를 가져왔다는 것은 장학생이 된다는 것의 첫 번째 의미가 된다.

성공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고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고 이거는 축복이었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갑자기 그게 생각이 나요.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저도 나름 제 기준에서 성공을 한 것 같아요. [성공]했는데 다시 하라면 진짜 못 할 것 같아요. 정말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도움을 받고 장학재단에서 장학금도 받고 선생님들도 되게 많이 신경 써주시고. 좋은 교수님들도 만나고 이런 게 맞아떨어져야 제가 다시 나올 수 있는 거잖아요. 그게 아니면 어려울 것 같아요. 저는 정말 많이 도움을 받았죠(승규).

2. 확장: 경험의 확대

S장학재단의 장학생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것과는 다르다. 특히 대학생들을 위한 장학지원은 경제적 지원 외에 다양한 활동 참여가 수반된다. 연구참여자들 사이에도 참여 빈도나 참여 범위에 있어서 개인차가 있으나, 거의 모든 연구참여자들이 장학재단에서 제공하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대학장학생들을 위한 S장학재단 지원은 두 가지 특징이 있는데, 하나는 ‘자율성’이고 다른 하나는 ‘실천성’이다.

1) 자율성

장학지원의 자율성은 장학금 지급 방식에서 나타난다. 중고 시절 장학에서 멘토교사와 학부모를 거쳐 쓰이던 장학금을 장학생들이 직접 관리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본인 통장으로 직접 들어와서 관리할 수 있으므로, 보다 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워 집행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자율적으로 활용계획을 세워서 신청하는 희망키움장학까지 더해지면서 장학생들의 자율성과 주도성의 경험 폭은 더욱 넓어진다. 장학생들은 자신이 진로계발에 필요한 학원 수강이나 자격시험 응시, 관련 프로그램 참여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신청하여 기준에 따라 지원받는다.

전반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가운데, 꿈재단이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은 장학생들의 빈틈을 메울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꿈재단은 해외봉사, 캠퍼스장학, 희망키움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적으로 갖기 어려운 기회를 제공한다. 캠퍼스장학을 통해서는 시급이 높은 근로학생의 기회를 교내에서 갖도록 함으로써, 장학생들이 시간을 절약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같은 ‘자율 참여’는 장학생들로 하여금 재단장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활동 성과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재단과 관련한 거의 모든 활동에 참여한 진수는 관련 활동에 대하여 높은 만족감을 표한다.

또 다르게 장학을 해주셨거든요. 대학희망장학 별개로 인강이라던가 하고 싶은 거 저 진짜 그거 내내 했을 거예요. 분기별로 도움 진짜 많이 받았어요. 좋았어요. 그러니까 여기서 열어주는 모든 것들을 다 참여해서 했던 거 같아요(진수).

단기 해외연수 지원 덕분에 방학 동안 2주간 호주 연수를 갈 수 있었던 윤서는 연수를 기점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 전체를 바꿀 만큼 큰 변화를 겪었다. 재단의 지원으로 본인이 매몰되어 있던 일상으로부터 단절되어, 그동안의 관계나 지향을 다시 고찰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

재단에서 장학금 지원해 주셔서 학교에서 2주 동안 호주 가는 프로그램 갔다 왔었거든요. 근데 저는 그때 경험이 사실 정말 제일 행복했었거든요. 그때 상황이 그렇죠. 그런 거 아니었으면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알바랑 학교만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았을 것 같아요. 뭐가 좋고 싫은 건지도 못 느꼈을 것 같고 정말 폭이 좁게 살았을 것 같아요. 오히려 대학교 때도 그때 사실 알바를 하긴 했어요. 받으면서도 알바를 했는데 그게 아니었으면 아마 더 했고 그러면 친구도 대학 생활이라는 게 딱히 없었겠죠. 그런 생각은 계속 있어요(윤서).
2) 실천성

연구참여자들이 S장학재단 장학활동에서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경험의 특징은 ‘실천성’이다. S장학재단은 장학생들로 하여금 사회적 지원의 수혜자뿐만 아니라 공여자로서의 경험을 가지도록 촉구하는 편이다. 학교나 고향 가까이 있는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배움터 시설에서 돌봄 교사 활동을 하는 국내 봉사에는 많은 장학생들이 참여한다. 보조교사 역할을 하면서, 장학생들은 어린 날의 자신을 여유로워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도 한다. 몇몇 학생들은 방학 때 이를 계기로 학기 중에도 봉사활동을 계속 이어 나가기도 한다. 고향의 지역아동센터에서 대학 1-2학년 시절에 봉사활동에 참여한 주현은 취업한 이후에도, 그곳에 선물을 들고 찾아갈 정도로 당시의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실천적 참여 활동으로 대학장학생들이 가장 인상적인 기억으로 언급하는 것은 해외봉사이다. 해외봉사는 대개 대학 2-3학년생을 중심으로, 일정 기간 재단과 연계된 해외 배움터에서 방학 동안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진행 전 과정에 재단 및 관계 전문가가 도움을 주지만, 구체적인 기획과 준비는 봉사단 참여 학생들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해외봉사’는 장학생들이 평소 갖기 어려운 해외 활동을 여럿이 함께 경험한다는 점에서, 재단활동의 꽃이다. 해외 활동은 열흘 남짓이지만, 몇 달에 걸친 사전 활동에서 학생들 스스로 기획하고 조직하고 준비하면서 평소 갖기 어려운 집중적인 공동체 활동을 경험하게 된다. 현지에서는 낯선 곳에서의 문제해결, 그리고 돌아와서 이어지는 유대관계는 학생들의 청년기에 가장 중요한 체험으로 남는다.

진수: 해외봉사가 제일 좋았죠. 제일 유익했던 거 같아요.
연구자: 다들 해외봉사가 좋다고 그러던데 뭐가 좋은 걸까?
진수: 거기 가서 뭘 할지를 저희가 다 정하고 부서도 저희가 다 나누고 부장도 저희가 다 맡아서 뽑아서 하고 프로그램도 저희가 다 짜고 계속 회의하고 또 회의하고 준비를 다 해서 또 가서 서로서로 마음도 정말 많이 나누고 스스로도 돌아보고 함께 돌아보고 같이 뭔가를 이루고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연구자: 하나의 진짜 큰 공동 프로젝트를 완결한 거구나
진수: 그렇죠. 소소하게 정말 준비 오래 하거든요. 그 기간 내내 일도 많이 배우고 되게 재미있었어요. 사람도 많이 얻고

대부분의 연구참여자에게 해외봉사는 첫 해외 경험이라는 비일상적인 사건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사건’ 전후의 기나긴 과정이다. 역할을 맡고 작업을 나누고 각자 준비하고 협력하는 몇 주간의 과정을 함께 하면서, 이들은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대형프로젝트의 시작과 완결 경험을 공유한다. 이 같은 고밀도 경험을 함께하면서, 다녀온 친구들끼리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끈끈한 유대관계를 만들게 된다. 해외봉사가 주었던 특별한 ‘몰입감’은 외국이라는 낯선 현지에서 일종의 ‘절정 경험(peak experience)’과 같은 기억을 오래도록 각인시킨다.

해외봉사는 그림처럼 나와 있긴 한데 내가 크게 뭔가 한 거 없는 것 같은데 너무 행복해 보이는 순간이 있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그 아이들이 근데 옆에서 선생님이 너무 애들이 행복해 보인다. 그런 얘기를 해주시는 거예요. 그런데 그 순간이 진짜 잊혀지지 않는 거예요. [중략] 행복이라는 게 그렇게 거창하게 시작되는 것도 아니고 의도를 갖고 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불현듯이 딱 찾아오는데 너무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중략] 그냥 계속 불현듯 생각이 날 때가 되게 많아요(윤서).

해외봉사 경험은 ‘스펙 관리’ 측면에서도 실질적인 유익을 제공한다. 해외봉사에 참여했던 연구참여자들은 한결같이 취업 과정의 자기소개서에 가장 핵심 부분을 차지한 것이 해외봉사 참여 경험이었다고 이야기한다.

S장학재단의 활동기반 장학지원방식은 상대적으로 경험의 폭이 협소했던 연구참여자들의 경험 폭을 크게 확장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이들은 장학지원이 아니었더라면 가질 수 없었던 새로운 체험을 통해,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더하고 생애경험의 풍부함을 더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혼자 혹은 함께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계획서로 표현하고, 실천 결과를 정리하여 제출함으로써 자기주도적 프로젝트 성공 경험을 축적한다.

3. 연결: 지지와 연대

S장학재단의 장학사업추진전략에는 ‘사람을 통해 사람을 키운다’는 표현이 있다.9) 멘토교사의 역할을 강조하는 멘토링장학이나 장학생 참여 커뮤니티 활동을 중시하는 것은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실제로 연구참여자들은 장학지원을 매개로, 자신들에게 특별한 관심과 지지를 제공하고,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과 새로운 ‘연결’을 갖게 된다.

1) 멘토교사의 지지

장학생이 되면서, 연구참여자들이 새로 갖게 된 가장 강력한 지지자는 멘토교사이다. S장학재단 장학에서 멘토의 자격은 “장학 기간 동안 학교에 재직하는 교원 또는 학교사회복지사 중 장학생과 주기적인 만남이 가능하고, 가까이에서 장학생의 성장과정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선생님”이다. 한 명의 멘토가 한 명의 장학생을 지원하도록 하는 1대 1 멘토링 체제이고, 장학금도 멘토를 통해 지급한다.

멘토교사의 역할은 멘티가 장학생으로 선발되도록 멘토링 계획서를 작성하고, 선발된 후에는 장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면서 상담을 한다. 상담 내용은 학생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멘토교사가 결정하는데, 장학금 용도에 대한 의논을 하기도 하고 생활이나 학업과 관련된 상담을 하기도 한다. 멘토교사들은 매 학기 말인 5∼6월, 11∼12월에 멘토링의 결과라 할 수 있는 ‘멘토링 기록장’을 작성해서 온라인으로 제출해야 한다. 멘토링 기록장은 멘토링 횟수와 장소, 멘토링 내용, 장학금 용도, 멘티의 변화와 성장, 멘토링에 대한 자기평가 및 애로사항, 멘티에게 하고 싶은 말 등에 대해 객관형과 서술형으로 응답하도록 구성되어 있다(이경진, 2020).

멘토는 이들에게 학업과 진로에 대해서 전문지식과 최신 정보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코칭을 해줄 수 있는 어른이다. 연구참여자들의 부모들 가운데 적극적인 관심으로 지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교생활과 관련해서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학생들은 가까이에서 가장 필요하고 실질적인 조언을 줄 수 있는 어른과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된다.

연구참여자마다 개인차가 있으나, 장학생 첫 선발 시기가 어릴수록 멘토교사의 관심과 돌봄은 보다 큰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중3 때 처음 장학생이 된 승규는 당시 멘토교사의 적극적인 관심 덕분에 힘들었던 시기를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을 받는다.

저를 되게 많이 챙겨주셨어요. 따로 방과 후에 공부는 잘 되니부터 시작해서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던 게 기억이 나고요. 장학금을 받으면 선생님이 부모님께 보내는 걸로 신청을 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부모님이 받으셨는데 그랬을 때 장학금 받은 걸로 학원을 다니니 아니면 공부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니 이런 것도 좀 물어봐 주셨어요. 그래서 케어를 조금 해주셨던 것 같고 제가 시험 성적이 좀 오르면 이제 학원 때문에 오른 것 같니 아니면 그냥 공부를 열심히 해서 오른 것 같니 이런 것도 좀 물어봤었던 게 기억이 나고. 회장 이런 것도 좀 했었던 것 같아요. 중학교 3학년 때 회장 부회장 이런 것도 자신감이 생기니까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중학교 3학년 때도 회장 부회장 이런 걸 했었고(승규).

고등학교 때 처음 장학생이 된 연구참여자들은 특히 진학과정에서의 도움을 중요하게 기억한다. 지연은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담임의 적극적인 격려와 지지가 진학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말한다. 고3 담임은 그의 가능성을 인정해 주고 높은 목표를 지향하게 도와주었다.

대학 원서 쓸 때도 보통 선생님들은 엄마가 잘 찾아오고 이런 애들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옆에 애는 저보다 성적도 안 좋은데 우리 누구는 원서 써도 잘 되지 진로 담당 선생님 이러는데 저한테는 너는 지역대학 가라, 지역대학이 딱 맞는 성적이다 이런 식으로 했는데 그때도 저희 담임선생님이 찾아가서 형님 지연이는 최소 어디지 이러면서 엄청 저를 챙기고 원서도 저한테 서울의 명문대 쓰자고 그랬어요. 입학사정관들의 완벽한 스토리라고 너는, 쓰자고 써보자고 저한테 그랬는데 제가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낮춰서 쓴 게 서울의 A대랑 B대였거든요. 선생님이 그 정도로 저를 높게 평가했어요. 저를 강하게 키우셨죠(지연).
2) 장학생 커뮤니티의 연대

대학 진학 이후에 연구참여자들은 ‘장학생 커뮤니티’라는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간다. S장학재단은 다양한 참여 활동을 통해 장학생들 간 상호교류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한다. 1박 2일 리더십 캠프나 멘토링 캠프처럼 재단이 제안하여 참여하는 활동뿐만 아니라, 자율동아리 활동과 같이 장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주도하는 활동 기회도 다수 있다. 앞서 논의한 해외봉사활동과 같이 재단이 시작하고 장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프로그램들도 자주 열린다. 이를 통해, 장학생들은 ‘재단 장학생’이라는 공통 분모는 갖고 있지만, 다른 전공, 다른 학교, 다른 지역에서 온 이질적인 동료 혹은 선후배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첫 오리엔테이션 캠프에서 남자친구를 만난 윤서, 자율 커뮤니티 활동에서 여자친구를 만난 경훤과 같이 새로운 관계들이 생겨난다.

재단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가장 핵심 활동은 해외봉사이다. 오랜 준비과정을 함께하고 현지에서 밀도 있는 동고동락 경험은 이후로도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중요한 인간관계로 자리 잡는다. 해외봉사 이외 다른 활동 참여는 뜸한 주현이도, 해외봉사에서 알게 된 동료 장학생들 덕분에, 재단 내외 정보를 얻기도 한다.

해외봉사활동을 하며 맺은 인연은 대학 졸업 후 현재까지도 긴밀하게 유지된다. 수원과 지연은 대학이나 전공에서 전혀 공통점이 없지만, 해외봉사에서 친해진 후 서로의 상황을 꾸준히 공유하며 서로에게 도움말을 준다. 진수는 해외봉사에서 맺은 선배에게 현재 담임 맡은 반 학생의 진로 조언을 요청하기도 하고, 그 안에서 특별히 긴밀한 소그룹과는 정기적으로 만나 사회·정서적 지지를 얻는다.

진수: 재단 동아리를 하면서 만난 오빠도 한의대 다시 가고 저희 반에 한의사 꿈꾸는 애가 있는데 진로가 많이 없거든요. 탐구할 때가 없어서 오빠랑 연락해서 오빠가 내 연락처 줘도 된다 해서 연결시켜주고 그 오빠가 교육봉사 알려줘서 이번에도 줌으로 하고 그랬어요. 일주일 동안 계속.
연구자: 계속 도움을 많이 주고받는구나.
진수: 네 고맙죠.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다양하게 물어볼 수도 있고 좋은 거 같아요.

이들은 정보 교류뿐만 아니라, 경조사를 함께하는 밀접한 사이를 꾸준히 유지 중이다. 함께 해외봉사에 다녀온 승규의 부친상, 또 다른 선배의 결혼식 등에 참여하며, 인생의 기쁘고 슬픈 일에 곁에 있어 주는 관계로 발전했다.

이와 같은 유대감을 넘어서, 재단에서 만난 사람들의 ‘특별함’에 대한 경훤의 지적은 의미 깊다. 일정한 자격과 절차를 거쳐 선발된 장학생들은 그들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장점이 있다. 어려운 배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무엇인가 시도하고 성취했던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차별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경훤은 재단 장학생들만이 공유하는 특별한 연대감과 선함, 그리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하여 이렇게 얘기한다.

그런 점에서는 커뮤니티 있잖아요. 커뮤니티 이것도 너무 좋은 인맥이자 뭐라고 할까요. 사실 대학생 때랑 그러니까 학창 시절 고등학생 때 대학생 때 또 그 이후 결이 다 다른 것 같거든요. 사람 만나는 그 결이나 모임이 그래서 대학생 때 그런 모임 하나 만들어 두는 것도 너무 좋은 것 같고요. 일단은 뭔가 암묵적인 뭔가 끈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명확한 게 뭔지는 모르겠는데요. 그냥 외부에서 처음 보는 사람 만나는 거랑 재단에서 처음 본 사람 만나는 거랑 비교했을 때 재단에서 만난 사람은 뭔가 끈이 좀 있어요. 뭔가 신뢰할 수 있는 끈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좋아했던 친했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다 잘 살고자 하는 어떤 욕망들이 다 있던 것 같고요. 어떤 방식으로든 그래서 나태하지 않았던 사람이 많았던 것 같아요. 실제로도 다들 좋은 데 다니고 있고 잘 살고 있고 그리고 다들 되게 선하다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들이다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경훤).

이 같은 멤버십 효과, 소속감은 재단 장학생들 간의 동질감과 깊은 유대를 형성한다. 비슷한 여건에서 역량과 성향 역시 유사성이 높은 대학장학생들은 서로 간에 쉽게 공통 분모를 찾아서 깊은 유대를 맺는 편이다. 연구참여자들은 재단 장학생들은 ‘다르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다른 곳에서 만나는 친구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는 것이다. 서로 환경에 대해 짐작할 수 있으니 편하게 속내를 터놓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진취적 태도나 긍정성 등에서 서로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학생들은 ‘동료 효과’를 자주 언급한다. 비슷한 환경을 공유하며, 대부분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자극이 된다는 것이다. 다른 장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더 노력하고 싶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일종의 ‘오기’ 같은 것이 불쑥불쑥 솟아난다. 그 덕분에 자신이 지향하는 사람이 되고자 더욱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취약계층 청소년의 사회적 관계는 매우 빈약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빈곤층 학생 중 특히 가정에서 가족 해체와 돌봄 결여의 상황이 중첩되어 부모와 안정적인 지지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경우, 학습을 매개로 하여서는 교사와 소통하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웠으며 그들에 대한 교사의 기대도 낮은 편이다(류방란 외, 2013).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취약위기계층 청년들은 가족적 맥락, 특히 부모의 제한된 자원과 지지로 인해 부모의 갈등 및 및 스트레스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며, 이들의 성인기 이행과정에서 교육기관 및 사회적 자본의 역할이 극히 불안정하다고 지적한다(은기수 외, 2011). 이와 상대적으로 연구참여자들은 장학생됨으로 인하여 사회적 자본을 확장하고 있다. 재단을 매개로 맺은 새로운 ‘연결’ 속에서 자신의 일상과 중요한 선택에서 다층적인 지지를 확보하며, 이를 기반으로 더 나은 자기 자신을 기획하고 도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4. 성찰: 여정(旅程)의 환기

S장학재단 장학의 또 다른 특징은 ‘자기 점검’의 기회를 체계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멘토링장학에서는 매월, 대학장학에서는 학기별로 장학생들은 자신의 지난 학기 성취와 다음 학기 목표와 계획을 작성한다. 이 같은 정기적인 자기성찰 기록 이외에도, 대학 3학년에는 진로면담을 실시하여 진로 준비 상황을 점검하도록 촉구한다. 이 같은 S장학재단 고유의 지원방식이 갖는 힘은 ‘성찰’과 ‘견인’이다.

1) 성찰

성장기록장과 같은 기제들은 연구참여자들로 하여금 ‘자기성찰’을 불가피하도록 만든다. 승규는 대학입시를 준비할 때부터 꼼꼼하게 학습플래너를 기록해 왔고, 졸업 후 교사가 된 지금도 일간-주간-월간-연간 계획을 세세하게 수립하고 하나씩 해결하는 것을 생활 습관화하고 있다. 지금은 마치 계획의 달인처럼 보이는 승규도 정기적인 자기 성장기록을 본격적으로 작성한 것은 중3, 장학생이 된 이후이다. 성장기록장도 자신의 생활 루틴에 포함시켜 작성하면서, 목표를 향해 접근하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곤 한다.

성장기록장을 제가 어떻게 썼냐면 집에서 쓰거나 아니면 야자 시간에 쓰거나 그랬던 게 생각 나는데 이제 처음에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좀 재밌게 했었거든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이제 입시가 부담되니까 이거 써야 된다 그래서 부담됐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몰아서 썼던 것 같아요. 그게 한 달인가 그렇죠. 그래서 거의 월말에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제가 공부하던 플래너에 ‘성장기록장’ 이렇게 표시해 놓으면 그때 쓰고 공부한 거 쓰고 최근에 있었던 일 같은 거 간단하게 쓰고 공부한 거 위주로 썼던 것 같아요. 그때 당시에는 학교에서 고등학교 3학년 때 기숙사 생활을 했었는데 그때 고등학교 기숙사 컴퓨터에서 썼던 게 기억이 나네요(승규).

성장기록장의 작성은 의무사항이어서, 모든 장학생들은 불가피하게 자기 자신에 직면하여, 현재 자신의 상황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돌아보게 된다. 진수의 얘기 중에 ‘적을 게 있어야’ 한다는 표현은 주목할 만하다. 성장기록장을 작성해야 한다는 사실은 장학생들로 하여금 자기성찰에 더하여, 자신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을 지각하게 하는 것이다.

[성장기록장] 그걸 채우면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지 고민해본 시간이기도 하고 거기를 채우기 위해서 평소에 열심히 살아야겠다 적을 게 있어야 되니까 열심히 했죠. 제가 썼던 기억이 나요. 기억이 나요(진수).

이 같은 성찰은 연구참여자들로 하여금 성취에 조금 더 매진하도록 ‘견인’한다. 앞으로 나아가도록 끌어 당겨주고, 동기를 부여하면서 견인하는 것이다. 이를 연희는 ‘뭔가 계속 독촉하는’이라고 표현한다. 장학생이 됨으로써, 학점관리를 시작으로 계속 앞으로 나가도록 스스로를 다잡게 되기 때문이다.

2) 견인

대학장학생들을 견인하는 중요한 매개는 장학금 신청서, 자기성장기록장과 같이 장학생 수혜 과정에 포함된 절차들이다. 이는 장학생들로 하여금, 목표를 언어로 진술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연구참여자들을 앞으로 전진하도록 만든다.

내가 이렇게 살았네, 이런 효과가 있어요. 세부 목표 정하라 할 때 엄청 귀찮거든요. 저는 스타일이 세부 목표 세워서 계획해서 긴 장기목표 세우는 스타일이 아니고 단기목표 하나씩 하나씩 끝내 놓으면서 그다음 목표 정하면서 하는 편인데, 그래서 장기목표 정하라고 하면 10년 뒤의 내 모습 이러면 하나도 모르겠거든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강제로라도 해보는 게 나은 거 같아요. [중략] 그리고 기록장 관리할 때 쓰는 거 귀찮기는 한데 확실히 리마인드 돼서 되게 좋거든요. 귀찮은데 쓰긴 써야 하는데 막 쓰긴 그렇고 어떻게 쓰긴 쓰는데 그게 쓰면서 자기 뇌리에 박히잖아요(경훤).

성장기록장 외에 대학장학생들은 진로면담의 기회도 갖는다. 대체로 대학 3학년 전후에 실시하는데, 장학생들 사이에서는 ‘무서운’ 자리라고 제법 소문이 나 있다. ‘별 의미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경우도 있으나, 다수의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의 진로 준비 상황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회고한다.

연구자: 진로면담이 도움이 되니?
주현: 아무래도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니까 그전까지 생각이 없더라도 이거 면담하는데 분위기 장난 없다 이렇게 소문을 들으면 아무래도 준비하잖아요. 그때 처음 제대로 진로랑 마주하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요.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그전까지 솔직히 생각할 게 없으니까 계속 시험 보고 방학 때 뭐 해야 된다 해서 영어 점수 준비하고 이러고만 있지 실제로 계획은 자세히 모르잖아요. 특히 3학년들은 4학년 돼서야 그때그때 알아보는 데 그 기회도 확실히 도움 되죠.

위와 같은 재단의 지원기제들은 연구참여자들 개개인이 현재 어디에 서 있는지, 무엇을 바라보고 얼마나 전진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도록 이끌어낸다. 적극적인 리드나 강제가 아니라, 이는 일종의 ‘넛지’에 가깝다.10)

지금 생각하면 이렇게 재단에 계속 꾸준히 나오게 하잖아요. 지금 이 면담도 마찬가지고 그게 저한테는 컸던 것 같아요. 너는 대학을 놀러 다니는 게 아니고 너의 꿈을 찾고 너가 이제 뭔가 스스로 개발해 나가야 돼 이거를 계속 환기시켰고 물론 같이 해외 봉사 갔다 온 것도 좋고 이런저런 활동한 것도 좋고 장학금을 받는 것도 좋았지만 계속 꾸준히 글 써야 하잖아요. 방학 때마다 그게 진짜 저한테는 지금 생각하면 엄청 컸던 것 같아요. 그냥 안일하게 하루하루 보내고 종강했다 놀고 이게 아니고 방학에도 계속 토익 하고 자격증 따고 봉사하고 이런 걸 계속 뭔가 할 수 있는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게끔 재단에서 그걸 가이드라인을 짜주시는 거잖아요. 그게 엄청 큰 것 같아요. 안 그랬으면 저도 일반 대학생이랑 똑같지 않았을까요. 그냥 방학 때는 놀고 알바하고 학교 때는 시험 보고 과제 끝나면 놀고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로 살았겠지 이렇게 목표를 가지고 뭘 해내고 싶어 뭔가를 해야지 이런 생각을 많이 못했을 것 같아요, 혼자서는. 그래서 그런 게 결론적으로는 삶의 방향이랄까 태도 계속 뭔가 꾸준히 공부하고 싶다 이런 열망을 가지고 앞으로 미래를 계속 생각해 나가는 힘을 길렀다고 해야 하나 그런 부분에서 진짜 컸던 것 같아요(지연).

S장학재단 장학의 독특한 기제가 갖는 가장 큰 힘은 자기성찰과 견인을 통한 ‘여정의 환기’이다. 일상에 매몰되어 있을 때는 보이지 않을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짧게는 한 달이나 한 학기, 길게는 몇 년에 걸친 하나의 시간 축 위에서 성찰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장학생들은 자신의 목표 방향과 현 위치를 확인, 점검하고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게 된다.


Ⅴ. 논의 및 결론

다양한 활동 참여가 필수 요건으로 이루어지는 S장학재단의 복합적인 장학지원방식은 장학생들이 자신의 힘으로 세상과 마주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연구참여자들의 경험을 분석할 때, 이 같은 의도는 상당 부분 성취된 것으로 보인다.

연구참여자들은 장학지원으로 인하여 경제적 지원과 자신에 대한 관심과 기대 속에서 학교생활의 ‘반전’을 경험하며, 다양한 활동 지원에 힘입어 경험 세계의 폭을 ‘확장’한다. 그 과정에서 멘토교사를 비롯한 의미 있는 사람 네트워크 속에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여기에 자신의 성장과 계획에 대한 자기보고 그리고 주기적인 면담과 평가회 등을 통하여, 자신의 현 위치와 나아갈 바에 대한 ‘성찰’을 지속한다.

위와 같은 연구결과는 앞선 연구들에서 밝혀진 결과들과 궤를 같이하면서, 보다 심화 발전시켰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선행연구에서 제기한 장학지원이 학업지속(남수경, 2020; 정연희·송수연·김정현, 2022), 학업성취 제고(김지하·이병식, 2009; 우명숙·김지하, 2015; 이필남·곽진숙, 2013), 대학적응(안소영·홍세희, 2020)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장학생 개개인의 삶의 장면으로 구체화시켰다는 의의를 갖고 있다. 나아가 장학지원 유형에 따른 효과 차이 연구(박주혜·공희정, 2023; 박환, 2022; 정연희·송수연·김정현, 2022)에서 밝히지 못했던, 장학지원방식이 어떻게 장학생 삶의 변화를 매개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었는지를 밝힐 수 있었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 드러난 활동기반 복합적인 장학지원방식의 효과를 통해 향후 장학금 지원방식을 위한 중요한 시사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장학지원에서 장기지원방식이 주는 신뢰성 제고, 사람 매개 모델의 사회적 자본 효과, 자율참여 방식에 의거한 자기주도성 제고, 성찰촉진형 지원방식의 효과로 요약된다. 시사점별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장기지원방식의 장학지원제도는 장학생들의 사회에 대한 신뢰도와 안정감 향상에 효과가 있다. 청소년기에 시작되어 대학 장학까지 이어지는 장기지원방식은 경제적, 심리적 안정감뿐만 아니라, 중요한 시기에 선택의 폭을 넓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장학생들은 장기지원에 대한 예측가능한 미래 기대 속에서 진학할 대학 선택의 폭을 넓혔을 뿐만 아니라, 대학 생활에서도 소득 활동 아닌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갖게 된다. 장학지원이 제공하는 장기지원은 장학생들 개개인에게 일종의 삶의 보루(堡壘)가 되어 준다. 이 안에서 장학생들은 확실한 보호를 체감할 수 있는 심리적, 사회적으로 안전한 기반을 얻게 된다. 이 같은 안정감은 장학생들로 하여금 세상에 대한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매개로 작용한다. 가장 어려운 때에 꿈장학을 만난 학생들에게, 장학은 탯줄과 같은 기본적 자양분을 제공한다. 재단은 학생들이 배움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자원을 제공하고, 더욱이 지원은 일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몇 해에 걸쳐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신뢰’는 일관성과 꾸준함에서 비롯한다. 대학 졸업 때까지 예측가능한 장기지원은 장학생들로 하여금 세상에 대한 신뢰와 신뢰에 바탕을 둔 자기성장에 집중하도록 한다.

둘째로, 사람을 매개로 한 장학지원은 장학생들의 사회적 자본을 확대하는 효과를 거둔다. S장학재단의 장학지원방식은 ‘사람’의 연결을 핵심으로 한다. 중고생 꿈장학생들에게 장학지원은 자신을 바라보는 확실한 시선, 즉 ‘멘토교사’를 갖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멘토교사들은 학생들과 함께 손잡고 세상으로 걸어가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능동적으로 눈에 보이는 어떤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자기 편의 어른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은 세상으로 나갈 힘을 얻는다. 대학장학의 경우, 사람의 연결은 더욱 확장되어 교사 아닌 좋은 동료나 선후배, 때로는 진로 분야에서의 멘토를 재단을 통해서 확보한다. 경제적 후원을 넘어서 지지자와 삶의 준거가 되는 동료를 얻을 수 있는 장학지원에서 장학생들은 새로운 ‘연결망’ 안에 자리 잡는다. 저소득층 배경 청소년들이 가장 부족한 부분 중 하나가 사회적 자본이라는 연구결과(류방란·김성식, 2006; 백병부·김정숙, 2014)를 참조할 때, 장학생들에게 사회적 자본은 경제적 후원 이상으로 중요하다. S장학재단은 생애단계에 맞추어 다양한 인적 지지와 교류 기회를 체계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장학생들이 고립되지 않은 방식으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촉구한다.

셋째로, 자율참여형 지원방식은 장학생들의 자기주도성 향상에 기여한다. S장학재단의 장학지원은 일방적인 자원 제공이 아니라 꾸준한 쌍방향 소통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학기당 지원금 이외에 추가 활동에 대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장학재단이지만, 그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은 장학생 개인의 계획과 의지에 달려있다. 지원 신청을 하고 심사를 받아 선정되고, 이후 결과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장학생들은 자신의 성장계획을 점검하고 그 활동이 자신에게 갖는 의미와 진로 목표를 재확인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장학생들은 장학지원이 아니었더라면 경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실천적 참여 경험을 통하여 보다 넓은 세계와 접속할 수 있게 된다. 경험 세계의 확대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자율적 참여 과정에서 얻게 되는 경험이다. 활동기반의 일종의 프로젝트형 지원을 신청하고 수행하면서, 장학생들은 스스로 계획을 세워, 이를 수행하고, 결과를 확인해 나가는 주도적 자기 관리 경험을 습득하게 된다. 이에 더하여, 적극적 주도적 행동의 결과로 지원받은 경험은 장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에게 필요한 도움을 적극적으로 청하는 도움추구행동(help-seeking behavor)(Doll et al., 2021; Pretorius, Chambers, & Coyle, 2019)을 자산으로 내면화하게 한다.

넷째로, 성찰촉진형 장학지원방식은 장학생들의 성찰 역량을 높인다. 장학지원이 제공하는 여러 자원은 장학생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발휘하지만, 한 사람의 삶을 전적으로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정도는 아니다. 직접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장학생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자기주도적 성장변화의 과정에서 ‘성찰’은 가장 중요한 변인 중 하나이다. S장학재단이 장학생들의 성찰적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설계한 지원방식은 실제 장학생들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상당 부분 효과를 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찰 학습은 학습효능감과 학습태도 등 학습자 특성, 학습몰입, 심리적 안녕감 등에 유의미한 긍정적 관계를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최미옥·홍아정, 2015). 장학생들의 성찰 역량 제고는 학업생활과 진로 준비, 이후 위기 대응 등 다양한 측면에서 영향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활동기반 지원방식은 상당한 관리 운영 자원을 필요로 하고, 보편적 지원보다는 집중 선별 지원에 적합하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또 하나의 쟁점이 될 것이다. 또한, 위의 시사점은 민간재단의 대학장학생 사례로부터 도출된 것으로 여타 학교급에서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한지 추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장학지원이라는 ‘투입’이 이루어지면, 직선의 파이프라인으로 모두의 성취라는 ‘성과’가 구현되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한 사람의 변화란, 게다가 ‘성장’이라 부를 수 있는 긍정적 변화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앞선 연구들은, 학업지속이라는 한정적 목표조차 쉽지 않다고 말한다. S장학재단의 지원방식이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의 복잡성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 깊다.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성장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국가와 사회가 도와야 하는 것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올바른 방향만큼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방법이다. 보다 풍성하고 적합한 방법으로 다음 세대를 도울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3년 한림대학교에서 교비연구비를 지원받아 작성한 것임(HRF-202306-006). 이 연구에 쓰인 자료는 삼성꿈장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이지혜 외(2022)의 연구에서 수합된 자료이며,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의 취지에 맞게 작성한 것임.

Notes
1) https://www.sdream.or.kr/w/web64gV (검색일: 2023. 9. 5)
2) https://www.sdream.or.kr/w/web60gV. (검색일: 2023. 9. 5)
3) 2023년 현재 학기당 학습보조금은 250만 원임(출처: S장학재단 2023년 신규 대학희망장학생 선발 안내).
4) S장학재단 내부 사업설명자료(2023. 5.)
5) https://www.sdream.or.kr/w/web04gV (검색일: 2023. 9. 5)
6) 이 연구는 한림대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고(승인번호: HIRB-2021-071) 수행되었다.
7) S장학재단 자료에 따르면 중등 장학생의 경제적 배경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의 법정 저소득층이 85.3%이다(출처: S장학재단 장학사업현황 내부자료, 2022).
8) 복수응답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장학금 활용처는 학습비가 26.9%, 교재비가 21.6%, 학습재료비가 15.0%이다(앞의 자료).
9) https://www.sdream.or.kr/w/web60gV (검색일: 2023. 9. 5)
10) ‘넛지(nudge)’는 원래 ‘(특히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으로, 리처드 세일러(Ric hard H. Thaler)와 캐스 선스타인(Cass R. Sunstein)은 자신들의 책 ‘넛지’에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란 의미로 이 단어를 사용했다(출처: 한경 경제용어사전. https://dic.hankyung.com/economy/view/?seq=10704 검색일: 2023.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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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 정 보

성 명: 이지혜 (Lee, Jihye)

소 속: 한림대학교 일송자유교양대학 교수

연 락 처: jihye@hallym.ac.kr

연구분야: 성인학습, 문해교육, 교육복지

성 명: 김지연 (Kim, Jiyoun)

소 속: 연세대학교 교육연구소 연구원

연 락 처: marchkjy@yonsei.ac.kr

연구분야: 교육인류학, 교육불평등

<표 1>

S장학재단의 대학장학생 지원

영역 활동프로그램 활동내용
* 출처: https://www.sdream.or.kr/w/web04gV (검색일: 2023. 9. 5)
교육 프로그램 학업및진로역량개발 진로발표회, 선후배 진로멘토링, 꿈나눔 졸업생 모임, 취업 및 진학준비 지원
인성공동체성 함양 장학생 봉사기획단, 국내외 봉사프로그램 참여 기회 제공
장학생 네트워킹 장학생 임원단, 자치활동(동아리), 선후배 멘토링 등
모니터링 · 평가 학기별 평가 매 학기 자기성장보고(학업성취, 진로개발, 봉사, 교내외 활동) 및 계획 등 평가
면담 평가 1학년 학업 적응 면담, 2학년 진로 계획 면담, 학기별 면담(성적, 휴학 등)
성장·변화분석 질적·양적 연구를 통해 주기적으로 장학생의 성장·변화 및 장학사업의 효과 분석

<표 2>

연구참여자 정보

연구참여자(가명) 성별 가정배경 가족구조 직장
김연진 저소득층 부모 중견기업
문주현 저소득층 부모 대기업
류지연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모) 공무원
민수원 차상위계층 한부모(모) 연구소
이진수 차상위계층 한부모(모) 교사
김윤서 차상위계층 한부모(모) 중견기업
정연희 저소득층 부모 중소기업
김은혜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모) 대학원
성경훤 기초생활수급자 부모 중견기업
김도환 저소득층 한부모(부) 중견기업
정승규 차상위계층 한부모(모) 교사
서은지 저소득층 한부모(모) 퇴사

<표 3>

분석 준비 자료

연구참여자 인적사항 이름, 학력, 직업, 가족, 경제상황, 주거, 특이사항
장학이란 S장학재단, 장학지원방식(꿈장학생, 대학장학생)
장학의 힘 경제적 지원, 기회의 제공, 경험의 지원
장학과 관계 학교, 교사, 친구, 장학재단, 종단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