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of Lifelong Learning Society
[ Article ]
Journal of Lifelong Learning Society - Vol. 19, No. 4, pp.32-56
ISSN: 1738-0057 (Print) 2671-8332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0 Nov 2023
Received 26 Sep 2023 Reviewed 17 Oct 2023 Accepted 17 Oct 2023
DOI: https://doi.org/10.26857/JLLS.2023.11.19.4.32

북한 김정은 정권기 원격교육 현황 분석: 고등교육 수준의 원격교육을 중심으로

김지수
한국교육개발원
An Analysis of the Status of Distance Education during the Kim Jong-un Regime in North Korea
Jisoo Kim
Korean Educational Development Institute

초록

이 연구는 북한이 2014년에 새로운 교육정책의 목표로 제시했던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방도인 원격교육을 활용한 고등교육의 실행 상황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분석을 통해 김정은 정권기 고등교육 수준 원격교육의 성격을 드러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북한은 해방 후 고등교육 수준에서 우편, 통신 등의 방법 활용하여 원격교육을 실행해왔으며, 2007년 이후에는 이러닝을 활용한 원격교육을 고등교육 수준에 도입하였고, 2014년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교육정책의 새로운 목표로 내세운 후에는 이 정책의 실현을 위하여 주요 대학에 원격교육학부를 설립하는 방법으로 원격교육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북한에서 원격교육 대학의 재학생 수는 2023년에 13만 1천 명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전체 대학생 수의 27%가 넘는 수준으로 북한의 원격교육이 양적으로는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북한에서는 원격교육의 질도 높이기 위해서 인공지능이나 가상현실 등의 기술을 활용하는 등 국가적인 수준에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북한의 원격교육 현황을 분석하기 위하여 이 연구에서는 원격교육 운영 요소 5가지를 기초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분석에 활용된 5가지 운영 요소는 학사 및 관리, 테크놀로지, 콘텐츠, 상호작용, 학습공간 등이다. 분석결과, 학사 및 관리와 테크놀로지 요소에서는 우수한 수준임이 드러났다. 그렇지만 콘텐츠, 상호작용, 학습공간 등의 요소에서는 부족한 부분들이 드러났는데, 국가 중심의 콘텐츠 제작, 제한적인 상호작용과 학습공간 등이 고등원격교육의 질적 향상에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북한의 고등원격교육은 이런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발전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Abstract

This study aims to analyze the implementation status of distance education in higher education, which is a key method for realizing the “making all people into science and technology experts” goal, proposed by North Korea as a new education policy goal in 2014. After 2007, distance education using e-learning was introduced at the higher education level, and distance education departments were established in major universities to realize the new policy goal. North Korea's distance education program appears to have made significant progress in terms of quantity, with 131,000 students enrolled in 2023, representing more than 27% of all university students. Furthermore, the government is investing in resources at the national level to improve the quality of distance education using artificial intelligence and other technologies.

To analyze distance education in North Korea, this study categorized five elements of distance education operations: academic and administrative, technology, content, interaction, and learning space. The results of literature analysis show that the academic and administrative and technology components are comparable to or superior to world-class standards. However, it was found that the content, interaction, and learning spaces elements were below the global trend, indicating that state-centered content production, limited interaction, and learning spaces might pose a problem for improving the quality of higher education. Conceptualizing frameworks to overcome these limitations will be key to the future development of North Korea's higher education.

Keywords:

North Korea education, North Korea distance education, North Korea higher education

키워드:

북한교육, 북한원격교육, 전민과학기술인재화, 북한원격교육대학, 북한원격교육학부

Ⅰ. 서론

북한은 김정은 정권기에 들어서 원격교육을 국가발전을 위한 핵심전략으로 채택하고 주요 대학에 원격교육학부를 설립하여 성인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2014년 개최되었던 제13차 전국교육일군대회에서 김정은은 지식경제시대의 국력은 인재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교육정책의 목표로 제시하고, 그 실현 방안으로 원격교육체계 수립을 제시하였다(교육신문, 2014. 9. 11), 그 이후 북한에서는 전국의 주요 대학에 원격교육학부를 설립하면서 원격교육을 활용한 고등교육을 통해 인재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에 대해 북한에서는 “우리 식의 우월한 전민학습체계인 원격교육체계가 나날이 비약하고 완비되여가는 것으로 하여 누구나 다 고등교육을 받으며 일생동안 배울수 있는 더 넓은 배움의 문이 활짝 열리였다.”(천리마, 2015년 8호)고 자평하고 있다. 또한 2020년에 제정된 북한의 원격교육법 제1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격교육법은 사회의 모든 성원들이 일하면서 고등교육을 받을수 있는 정연한 원격교육체계와 질서를 세워 전민과학기술인재화, 인재강국화실현에 이바지한다”고 그 사명을 적시하고 있다.

북한은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사회의 모든 성원들을 최신과학지식과 기술기능에 정통하고 그것을 능숙하게 활용하며 강성국가건설에서 제기되는 과학기술적문제들을 원만히 풀어나갈수 있는 혁명인재로 키운다는 것”(로동신문, 2014. 10. 20)이라고 규정하고, 또한 그것이 북한을 “최단기간내에 세계적인 인재강국으로 빛내이며 부강조국건설의 기둥을 굳건히 세우기 위한 우리 식의 독창적인 인재육성전략”(로동신문, 2020. 6. 23)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전 성인교육의 중심이었던 공장대학에서는 공장의 숙련된 기사나 전문가가 노동자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중심이었고, 그것에 일반대학의 교수들이 연간 몇 회 진행하는 순회강연을 추가하는 형식으로 직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전수하는데 중점이 두어져 있었다. 이에 비해 김정은 정권기에는 주요 대학의 교수들이 원격으로 직접 교육에 참여하여 최신의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공장 등에 재직하고 있는 학습자들이 자신의 직장에서 생산 증진이나 기술 개선에 활용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보유할 수 있도록 교육함으로써 그들을 과학기술발전의 담당자로 준비시키겠다는 것이 ‘전민과학기술인재화’의 취지인 것이다.

이 연구는 김정은 정권이 교육개혁에서 세계적 추세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원격교육이 어느 정도 세계적 추세에 맞추어 실행되고 있는지를 고찰해보기 위해 북한 원격교육의 변천을 간단히 살펴본 후 김정은 정권이 국가발전의 핵심 전략으로 선정한 고등교육 수준의 원격교육에 대해 그 실행 상황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분석을 통해 김정은 정권기 고등 원격교육의 가능성과 한계를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서 연구방법으로는 주로 문헌분석 방법을 활용하였는데, 북한에서 간행되는 신문이나 정기간행물, 책자 등을 기초로 북한의 고등 원격교육의 실태를 살펴보고, 세계적인 추세를 강조하는 북한이 어떤 수준에서 고등 원격교육을 실행하고 있는지를 분석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그리고 북한의 고등 원격교육을 분석하는 틀로는 원격교육 이론에 근거한 선행연구를 참고하여 원격교육의 구성요소들을 선정하여 북한의 원격교육 상황을 분석하는데 활용하였다, 이 글에서 활용한 원격교육의 구성요소들로는 원격교육의 학사 및 관리, 테크놀로지, 콘텐츠, 상호작용, 학습공간 등이 선정되었고, 이 요소들을 기초로 북한의 고등 원격교육을 분석하고 국제적인 수준과 비교하여 긍정적인 면과 부족한 면을 정리하였다.


Ⅱ. 북한 원격교육의 변천과 현황

1. 북한 원격교육의 변천

북한은 해방직후부터 지금까지 원격교육을 활용한 성인교육을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북한의 원격교육은 교육매체의 발달을 반영하여 우편을 활용한 통신교육, 라디오와 TV를 활용한 방송통신교육, IT를 활용한 이러닝교육의 단계를 거쳐 왔는데, 이런 북한의 원격교육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바탕으로 확대되어 왔으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일반대학 부설 통신학부를 근간으로 방송통신교육이 결합된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김지수, 2009, p. 183). 2010년에 김책공대에서 이러닝을 기반으로 한 원격학부 운영을 시작한 것이 중요한 변화의 시작이었는데, 2015년 이후에는 이를 여러 부문의 대학들로 확대하고 있다.

해방 후 북한은 인재부족을 해결하기 위하여 주요대학에 통신교육기관을 부설하는 방식으로 원격교육을 활성화시켜왔다. 1948년 8월에 설립된 김일성종합대학의 통신사범대학이 문헌으로 확인되는 북한 최초의 원격교육기관이다(김창호, 1990, p. 205). 한국전쟁 이전에는 주로 교원양성을 위한 원격교육기관이 설립되었지만 전쟁 후에는 1960년대까지 여러 산업분야의 기술자와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통신교육기관이 설립 운영되었는데, 이런 통신교육기관은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학습자료를 우편으로 배부하였는데 1년에 일정 일수의 등교수업에서 실험, 실습과 시험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김지수, 2009, p. 192).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북한의 원격교육에서 나타난 주요한 변화는 방송통신 매체인 라디오와 TV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1973년 창설된 김일성방송대학은 라디오 방송채널인 평양방송을 통해 교육을 실시하였는데, 주로 ‘김일성 혁명력사’ 같은 사상교양과 관련된 강의가 교육내용이었던 것으로 보아 통신교육을 받는 이들이 공통으로 이수해야 할 교과목들을 제공해주는 교육기관이었던 것으로 보이며, 2004년 이후에는 인터넷방송으로 전환되었다(김지수, 2009, p. 195). 1982년에 개교한 북한의 ‘텔레비죤 방송대학’ 역시 정규대학은 아니고 기존 대학의 통신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과목과 외국어 강의를 제공하는 교육기관이었는데, 1984년에는 700여개의 강의시청장이 마련되어 37개 대학에 재학했던 5,200여명의 통신학생들이 텔레비죤방송통신대학의 강의를 들었다(리영환, 1995, p. 106).

북한의 원격교육에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이러닝이 도입된 것은 2007년 김책공업종합대학에 ‘원격교육쎈터’가 설립된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으며(교원신문, 2007. 1. 25), 2010년 2월에는 김책공업종합대학에 원격교육대학이 설립되어 이러닝을 기반으로 학위를 수여하는 원격 고등교육기관이 북한에 최초로 등장하였다. 김책공업대학의 원격교육대학을 시작으로 2015년 이후에는 북한의 주요대학에 원격교육학부가 설치되어 이러닝을 기반으로 한 고등교육 수준의 원격교육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2. 김정은 정권기 고등 원격교육의 현황

2020년에 제정된 북한의 원격교육법 제2조에서는“원격교육은 교수자와 학생이 대면하지 않고 정보통신기술과 수단을 리용하여 진행하는 먼거리교육형태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제3조에서는 “원격교육의 발전은 전민과학기술인재화, 인재강국화실현의 중요요구이다. 국가는 현대교육발전추세와 교육학적요구에 맞게 원격교육을 더욱 발전시켜나가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1) 북한은 2010년에 김책공업종합대학에 원격교육대학을 설립하여 그 가능성을 실험해보았고,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은 2014년부터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내세우면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이러닝 기반의 원격교육을 강조하였는데, 그에 따라 2015년부터 국가적인 차원에서 원격교육을 위한 교육체계와 인프라 구축이 적극적으로 진행되었고, 그 결과 아래 <표 1>과 같이 북한의 주요 대학에 원격교육학부가 설립되면서 온라인으로 고등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수가 급속히 팽창하였다.

북한의 원격교육학부 운영 대학

1) 고등 원격교육기관의 설립과 확대

2014년 개최되었던 제13차 전국교육일군대회에서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은 지식경제시대의 국력은 인재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교육개혁의 핵심목표로 제시하고, 그 방안으로 원격교육체계를 수립하는 것을 제시하였다(교육신문, 2014. 9. 11). 그리고 다음 해인 2015년부터 북한의 주요대학들에 원격학부가 설립되었음을 <표 1>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교육 관련 대학들을 제외하고는 원격학부가 설립된 대학들은 각 부문의 중심대학들이다.2)

북한의 부분별 중심대학들은 원격교육학부를 설립했을 뿐 아니라 부문별로 첨단 정보들을 데이터베이스 서버에 구축하여 관련 대학들에 공급하는 센터로서의 역할(자료봉사중심)을 요구받았고, 그를 통해 그 분야의 학술중심, 원격교육중심으로 역할을 할 것도 함께 요구받았다. 북한에서는 이런 방법으로 관련 분야의 지방대학이나 직업기술대학(3년제)의 질적 향상도 함께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원격대학은 2015년부터 본격적인 개교를 시작하여 빠른 기간 내에 확대되었다. 2018년에는 50여 개 대학에 200개 이상의 학과가 원격대학 과정으로 운영되었고, 10만명의 학생들이 재학했으며(조선의 오늘, 2018. 7. 2), 2023년 5월 기준으로는 13만 1천여명의 학생들이 원격교육체계에 망라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3)(로동신문, 2023. 5. 20). 이는 2015년 이후 2018년까지 3년 만에 북한의 원격교육기관에 재학하는 학생들이 10만명 수준으로 급격히 팽창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 이후에도 2023년까지 3만명 정도가 더 증가하여 원격대학 재학생 수가 13만명을 넘기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의 원격고등교육기관은 원격교육대학 또는 원격교육학부로 설립되었는데, 이 두 개의 명칭이 혼용되다가 2019년 이후에는 원격교육학부로 통일되었다(조정아·이춘근·엄현숙, 2020, p. 143). 예를 들면 김책공업종합대학 원격교육대학이 김책공업종합대학 원격교육학부로 명칭이 바뀐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원격교육대학이 원격교육학부로 바뀐 것이 명칭만의 변화인지 아니면 그 위상과 역할에서 차이가 있는 것인지는 드러나지 않지만, 명칭상으로 보았을 때 원격교육대학은 주요 대학의 부설대학 형식이었는데 이를 주요 대학의 내부 기관인 원격교육학부로 자리 잡게 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정권에서는 원격고등교육기관을 신설할 때 별도의 독립된 대학으로 설립하지 않고, 각 부문별 주요대학의 원격교육학부로 설립하는 방법을 활용한 것은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이런 방법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해방 후 북한이 통신교육을 활용하여 원격교육을 확대할 때에도 지속적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원격교육기관을 신설할 때 기존의 대학에 부설기관으로 설립하는 것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기존 대학의 교육 컨텐츠를 온라인용으로 전환할 경우 기술적인 문제만 지원되면 내용의 질적 수준을 확보하는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고, 교무나 학사운영의 기존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북한에서 명문으로 이야기되는 부문별 주요대학들에 원격교육학부를 설치함으로써 성인학습자들을 적극적으로 인입하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2) 원격교육 인프라 구축

김정은 정권기에 들어서 실시된 원격교육 관련 정책이 이전의 북한 정권들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원격교육 체계와 인프라 구축이 질적으로 다른 수준에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주요 대학에 원격교육학부를 설치하여 원격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였고, 원격학습에 필요한 인터넷을 대체하기 위한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과학기술전당에 구축하였으며, 전국적으로 고속통신이 가능한 국가네트워크를 확대하였다. 또한 전국의 공장, 농장, 기업소, 도서관, 미래원 등에 원격학습이 가능한 공간과 시설을 갖추는 사업도 진행하였다.

북한의 과학기술전당은 대규모 전자도서관 기능을 갖추고 있는 기관으로서 전국의 교육기관과 연구자, 학습자들에게 학술자료를 공급하기 위해 2016년 1월에 개관하였다. [그림 1] 중앙에 나온 모형이 평양 쑥섬의 ‘과학기술전당’ 건물인데 이것은 원자의 구조를 본따서 설계한 것이라고 한다. 이 과학기술전당에는 개관 당시 43테라바이트에 달하는 1억 3850만 건의 자료가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되었고, 그중에 한글 자료는 158만 건이고 외국어 자료는 1억 3692만 건이었는데(강진규, 2016a), 이 자료들은 북한의 전문가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서 전 세계에서 수집한 자료들로서 이후에도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2020년에도 143만건의 자료들이 새로 추가되었다(조선의 오늘, 2020. 3. 18).

[그림 1]

북한 과학기술보급실망체계자료: NK경제 ‘북한, 각 도에 과학기술도서관 건설 중’, 2022년 11월 1일

북한에서는 인터넷 접속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 과학기술전당에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소수의 인가받은 이들만 인터넷을 할 수 있고, 일반 주민들은 국가인트라넷에만 접속할 수 있으므로 일반 연구자나 학생들이 인터넷에서 다양한 학술자료들을 검색하여 활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김정은 정권에서는 과학기술전당에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인터넷 접속을 허가받은 전문가들이 전 세계에서 수집한 자료들을 이에 저장하여 학생들이나 연구자, 기술자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로 인해 과학기술전당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이용자는 개관 후 4년간 누적 2억 천 수백만 명을 넘었고, 홈페이지 이용자는 연 107만여 명이고, 자료열람 건수는 587만 2200여 건에 달했다(조선중앙통신, 2020. 2. 9).

북한은 원격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전국적으로 초고속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북한 국가망 데이터 네트워크의 대도시간 정보전달 속도는 10Gbps이고, 지역의 말단 구역까지 정보전달 속도는 1Gbps로 개설되어 온라인 원격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이춘근, 2019, p. 25). 북한의 무선통신은 현재 3세대 통신서비스를 활용하고 있으며, 4세대이동통신은 연구 중인 단계이다. 이와 같이 북한의 유선 초고속망은 국가망 중심이고 국가의 행정기관이나 지역의 학교, 기업소, 공장, 농장 등에만 연결되었기 때문에 각 가정에까지 초고속네트워크가 연결되지는 못하였고, 일반 가정에서 원격교육을 받으려면 전화모뎀이나 3G이동통신을 활용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북한이 학습자들의 원격학습을 위하여 지방의 공장, 기업소, 농장 등의 기관에 과학기술보급실을 만들어 이의 활용을 강조하고 있는 것에서도 확인이 되는 것이다.

북한은 초고속네트워크가 가정마다 연결되어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원격교육을 받는 대학생들이 초고속네트워크에 접속하여 학습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지역에 원격학습이 가능한 장소들을 마련하였는데, 과학기술보급실이나 미래원 같은 것들이 그런 장소들이다. 과학기술보급실은 북한 ‘전민과학기술인재화’ 정책의 지역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역의 공장, 기업소, 농장, 어장 등에 설치된 원격학습 공간이며, 원격교육을 받는 대학생들의 학습의 장이기도 하고, 일반 노동자들의 학습의 장이 되기도 한다. 미래원은 과학기술보급실을 사용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하여 시, 군 단위 설치되어 있는 원격학습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조선중앙통신, 2014. 5. 9). 위의 [그림 1]을 보면 중앙의 과학기술전당에 지역의 다양한 과학기술보급실과 도서관, 미래원 등이 초고속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2021년에 전국에 1만 6700여 곳의 과학기술보급실이 원격학습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조선의 오늘, 2021. 3. 11).

과학기술전당은 정보교류 기능을 강화하여 원격교육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과학기술전당은 전국의 공장, 농장, 기업소 등에 설치된 과학기술보급실과 연계하여 ‘과학기술보급실망체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 체계를 통해 연구자들이나 학습자들이 필요로 하는 자료를 신청 받아 최신자료들을 제공하는 적극적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전국 각 기관의 과학기술보급실들이 부문별, 지역별, 단위별 과학기술보급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역의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데이터베이스 구축방법, 경제 부문별, 직종별 전자도서 구축방법, 전자열람 체계 구축과 이용방법, 기계번역 프로그램 이용 방법 등을 교육하기도 한다(로동신문, 2018. 12. 12). 2018년 7월까지 중앙과 도, 시, 군의 1만 4천여개의 과학기술보급거점들이 과학기술보급실망체계에 가입하였으며 600여만건의 과학기술정보들이 과학기술전당을 통해 전국 각지에 제공되었다(조선의 오늘, 2018. 7. 6).

3) 원격교육기관의 운영 실태

북한의 원격교육학부는 기본 5년제로 운영된다. 중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원격교육학부에 입학할 때에는 5년제 교육과정을 통해 고등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이미 고등교육을 받은 성인이 원격교육학부에 입학할 때에는 2년제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되어있다(조정아 외, 2020, pp. 131-132). 그렇지만 학생에 따라 5년제 교육과정을 줄여서 2∼3년만에 과정을 이수할 수도 있다(로동신문, 2015. 5. 21).

북한에서 원격교육을 설명하는 [그림 2]를 보면 원격교육을 설명하기 위하여 ‘학습관리체계’, ‘휴대용정보기구의 리용’, ‘실험실습’에 대해 사진을 첨부하여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는 이 세 가지 측면에서 북한 원격교육기관 운영 실태를 살펴볼 것이다.

[그림 2]

북한 원격교육 설명도자료: NK경제, ‘북한 원격교육 시간 장소 관계없이 진행하는 교육’, 2020년 9월 15일.

첫째로, 학습관리체계는 원격교육의 핵심인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의 북한식 표기인데, 북한에서는 학습관리체계를 “전통교육에서 진행되는 학생들의 학습활동을 원격교육에서도 꼭같이 할수 있게 한 체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설명은 원격대학이 전통적인 일반대학의 교육과 다름없는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을 북한에서 강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학습관리체계의 구성은 교과목선택과 강의수강, 질의응답과 학습토론, 참고자료의 열람, 시험과 성적평가, 학습과제 수행과 평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북한 원격대학의 학습관리체계는 한국이나 다른 나라의 LMS 구성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그림 가운데 있는 ‘망봉사기’는 영어로 직역하면 Network Server인데 LMS를 제공하는 서버 컴퓨터이다.

북한 원격교육의 학습관리체제에서 최근 중요하게 제기되는 주제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학습자 개별 학습관리체제이다.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는 이미 원격지능교수관리방법을 실현한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조선의 오늘, 2021. 2. 15), 이는 북한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학습자 지원에 대한 연구가 이미 상당히 진행되었으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관련 학과를 2020년에 신설하기도 한 것에서도 북한에서 AI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김경미, 2022, p. 285). 아직 AI를 활용한 원격지능교수관리방법의 구현 상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수준과 적용 영역이나 교과목은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새로운 교수관리체계를 도입하여 “학생들이 망을 통하여 강의를 받은 즉시에 자체로 시험을 치게 한 다음 학생들의 인식정형을 료해하고 부족한 지식이 무엇인가를 자동적으로 분석하고 필요한 학습자료를 제공해주는”시스템을 도입하였다는 기사 내용을 보면(로동신문, 2020. 5. 20), 일부 교과목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학생 개인별 학습 상황에 대한 파악과 이에 대한 테스트와 피드백 제공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학습자 개별지도는 상당히 복잡한 과정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내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정 개발에서부터 스마트 데이트를 수집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 과정이 기획되고, 이후 수집된 스마트 데이터를 교과목의 지식 구조와 특성에 맞추어 분석하는 알고리즘이 개발되어야 하며, 또한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수집 방법이 계속 개선되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교수-학습 과정 및 피드백 결과의 분석을 통해 알고리즘의 수정 보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만 실현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AI활용 LMS에 대한 연구의 역사가 길지 않은 북한에서 이것이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소수의 교과목에만 적용이 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북한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우수한 연구 인력의 투입과 체계적인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격교육에서 AI를 활용한 LMS의 개발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이후에 보여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종합대학 원격교육대학에서는 2016년에 “원격교수 및 학습활동을 통합적으로 관리운영”하는 ‘룡남산’이라는 학습관리체제를 국제 표준에 맞추어 개발하였다(강진규, 2016b). 이 ‘룡남산’에 대한 북한의 소개에서 주목할 점은 SCORM과 Tin Can API라는 표준을 활용하여 개발되었다는 것인데, SCORM은 미국에서 만든 이러닝 시스템 표준이고, Tin Can API는 스마트폰 등 다양한 원격학습 환경에서 데이터를 교환하기 위해 개발된 표준이다. 이와 같이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국제적 표준에 맞추어 LMS를 개발한 것은 이후 이 분야의 국제적 교류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이희정, 2017, p. 5).

둘째로는 어떤 정보기기를 활용하여 북한의 원격교육이 실시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하는데, 원격학습에 활용되는 기기의 종류와 다양성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의 원격교육에서도 컴퓨터가 주요 학습기기이지만 그뿐 아니라 모바일 기기들도 원격학습에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위의 [그림 2]에서 확인된다. [그림 2]의 ‘휴대용정보기구의 리용’이라는 부분을 보면, 북한에서도 손전화기(휴대폰)나 판형콤퓨터(태블릿컴퓨터)를 이용해서 학습이 진행되고 있다. 김공업종합대학 원격교육대학에서는 2015년에 이미 이동통신망에 의한 원격교육이 가능한 상황이었고(로동신문, 2015. 9. 10), 2018년 보도된 자료에서는 북한의 국가공중무선자료통신망인 ‘미래망’을 통해서 주요대학의 원격대학홈페이지에 무선으로 연결하여 학습을 할 수도 있고 시험도 칠 수 있으며, 과학기술전당 홈페이지에 연결하여 전 세계에서 수집된 다양한 자료를 검색하여 활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조선의 오늘, 2018. 7. 21), 2022년에는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이동통신망에 의한 원격교육지원체계를 갱신하기 위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기사(로동신문, 2022. 6. 3)가 나왔지만 그것이 완료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에서 원격교육을 받는 대학생들이 컴퓨터뿐 아니라 모바일 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해 살펴보면, 모바일 학습의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실제 활용도는 높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는 무선 WiFi망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그 활용이 아주 제한적인 상황이며(Williams, 2018), 이동전화 서비스는 1998년에 시작된 이후 2008년에 3세대 이동전화 서비스가 시작된 수준이고(이영환, 2019, pp. 20-22), 최근에 4G LTE와 5G 이동전화 서비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는 보도(NK경제, 2023. 7. 8)가 있었으나, 이의 도입에 대한 계획도 발표된 적이 없기 때문에 휴대전화나 태블릿PC의 보급이 확산된다고 하여도 실질적으로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원격학습이 원활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로는 원격교육에서 실험, 실습 운영에 대한 것을 살펴보려 한다. 원격교육에서 실험, 실습을 교육에 활용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문제인데 북한에서는 이 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하여 실행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국가발전 핵심 정책인 전민과학기술인재화와 관련하여 기술자 재교육이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문제이기 때문인데, 북한 원격교육법 제5조에는 “리론교육과 실천교육을 결합시키는 것은 쓸모있는 지식과 실천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키우기 위한 필수적 요구이다. 국가는 원격교육에서 리론교육과 실천교육을 밀접히 결합시켜나가도록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림 2]에서는 북한 원격교육에서 실험 실습을 네 가지 모형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 네 가지는 “실험 및 실습지도서를 내려보내여 현장에서 진행하는 실험, 실습”, “콤퓨터 모의실험 및 실습”, “대학의 실험장치들을 학습장소들에서 원격조종하면서 진행하는 실험”, “대학 또는 원격교육거점들에 갖추어진 실험, 실습설비를 직접 다루면서 진행하는 실험, 실습” 등이다. 이 네 가지의 실험 실습 방식 중에서 “콤퓨터모의실험 및 실습”과 “대학의 실험장치들을 학습장소들에서 원격조종하면서 진행하는 실험”은 최신의 과학기술을 활용한 원격교육의 실험 실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실험 실습 방식의 실제 구현 상황을 보아야만 그 효과성을 판단할 수 있겠지만 이런 방식의 실험 실습을 실행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북한의 원격교육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실험 및 실습지도서를 내려보내여 현장에서 진행하는 실험, 실습”과 “대학 또는 원격교육거점들에 갖추어진 실험, 실습설비를 직접 다루면서 진행하는 실험, 실습” 방식은 전통적인 대면 교육에서의 실험실습 방식을 원격교육에 결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실험실습은 실습장비와 실습장소를 적절하게 갖추고 원격대학에 재학하는 학생들이 실험실습에 직접 참석해야 한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김책공업종합대학 원격교육학부의 사례가 소개된 것이 있는데, 전국의 20여 개 공장과 협력관계를 맺고 그 공장들을 실습거점으로 지정한 것이다(로동신문, 2019. 9. 3).

원격대학들이 지역의 공장과 협력관계를 맺는 것은 ‘전민과학기술인재화’의 목표인 교육받은 인재들이 자신의 직장에서 기술혁신을 일으키도록 지원하는 것과 중요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아래의 인용문에 나오는 한덕수평양경공업대학 원격교육학부의 사례는 원격대학과 지역의 공장이 학습자들을 중심으로 어떻게 협력관계 맺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한덕수평양경공업대학 원격교육학부에서도 경공업부문의 원격교육중심으로서 광범한 근로자들을 망라하여 그들의 학습열의를 높여주고 풍부한 지식을 소유한 지식형근로자로 키우는 교육사업과 경공업단위들에 대한 과학기술보급사업에 큰 힘을 넣고있다.
원격교육학부에서 진행하고있는 중요한 사업의 하나가 매주 금요일마다 학생들이 원격교육망을 통하여 생산과정과 해당 단위의 현대화실현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가지고 토론도 진행하는 과학기술강습이다.
경공업부문의 공장, 기업소들에서는 원격교육학부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이 될수 있는 문제들과 자기 단위에서 절실하게 제기되는 과학기술적문제들을 자체로 심의하고 그 주제들을 종합하여 대학에 제기한다.
대학에서는 이에 기초하여 월초에 한달동안 진행할 강습제목과 출연자들을 원격교육망을 통하여 제시해주고 금요일마다 경공업부문 공장, 기업소일군들과 원격교육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습을 진행한다.
여기에는 유능한 교원, 연구사들이 공정현대화, 제품의 질제고 등에 도움이 되는 과학기술적문제들을 가지고 출연한다. 강습과정에 청강생들은 생산과정과 자기 단위 발전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가지고 교원, 연구사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하면서 더 많은 지식과 새 기술 등을 습득하고있다. 또한 강습에서는 세계적인 발전추세를 보여주는 최신과학기술자료들과 대학의 교원, 연구사들이 공장, 기업소들에 나가 과학연구활동을 벌리면서 이룩한 성과들도 알려준다(로동신문, 2020. 3. 2).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사례를 보면 지역의 공장이나 기업소에서 제기되는 기술적 문제들을 원격대학에서 접수하여 원격교육의 내용으로 다루면서 기술적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나온다. 이런 과정에서 대학은 현장에 맞는 교육 콘텐츠의 주제를 받을 수 있고, 학습자는 현장감 있는 학습을 할 수 있으며, 지역의 공장은 직면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런 선순환을 이루려는 것이 북한의 ‘전민과학기술인재화’라는 정책의 목표일 것이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현장의 기술적 문제가 그 현장에서 떨어진 여타의 학습자들에게도 적절한 교육내용이 될 수 있는지가 이런 원격교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일 것이다.

4) 원격교육 관련 법규 및 제도의 현황

북한에서 고등교육 수준의 원격교육이 2015년 이후에 급격하게 확대될 수 있었던 것은 관련 법규와 사회제도의 변화가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제도변화는 교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김정은 집권이후 북한은 경제제도 개혁을 통해 계획 경제 영역을 축소하고 시장의 영역을 인정하면서 기업소들이 자체적인 수익을 남겨서 새로운 상품 개발에 투자할 수도 있고 노동자들이 생산 증대나 생산 혁신에 기여하면 임금을 차등지급할 수도 있게 되었다(이석기 외, 2018, p. 118).

김정은 정권기에 들어서 북한의 노동자들의 자신의 역량과 생산에 기여한 바에 따라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가 도입된 것(양문수, 2022, p. 101)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역량 증진을 위해 기술교육을 더 받으려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었고, 이것이 북한에서 고등교육 수준의 원격교육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는 주요한 사회경제적 배경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은 이전부터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이 행정기관, 당기관, 농장, 공장, 기업소 등의 간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고등교육을 받으려는 동기가 있었다는 것도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북한은 원격교육의 활성화와 학생들의 학습에 필요한 여러 가지 사항을 보장하도록 원격교육에 규정하고 있다. 학생들이 원격학습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각급 인민위원회와 해당 기관, 기업소, 단체가 원격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소와 조건을 보장해주도록 원격교육법 제45조에 규정하고 있으며, 그 이외에도 통신조건보장, 학습자료보장, 학습교류보장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나아가 학생들의 학습과 시험, 실습에 필요한 시간도 보장해줄 것을 제46조에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2020년에 원격교육법을 제정한 것은 고등교육 수준의 원격교육이 확대된 것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며, 이후 원격교육을 더욱 확대,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2020년 4월 12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회의에서 원격교육법이 새로 채택되었다. 이 법은 전민과학기술인재화, 인재강국실현을 법적으로 담보하기 위해 제정되었다고 제3조에서 밝히고 있으며, 희망하는 모든 공민들이 학생이 될 수 있지만, 그가 속한 기관, 기업소, 단체의 추천을 받아 원격교육을 실시하는 대학에 등록하도록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북한의 원격교육법에서 모든 공민이 원격 고등교육기관의 학생이 될 수 있지만 자신이 속한 기관, 기업소, 단체의 추천을 받도록 한 것은 실제로 원하는 이들이 모두 원격 고등교육기관에 입학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이런 사실은 북한의 고등교육기관에서 학비를 받지 않고 있으며, 시설이나 학생지원이 제한적일 수밖에 상황에서 입학을 희망하는 모든 이들을 학생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볼 때 2015년부터 급속히 증가한 원격대학의 학생들이 2018년 10만명 2023년 13만명 수준에서 크게 증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 이해가 될 수 있다.


Ⅲ. 북한 고등 원격교육기관의 현황 분석

1. 북한 고등 원격교육기관의 현황 분석 요소

북한은 김정은 집권이후 세계적 추세를 강조하며 교육개혁을 추진하여왔고, 고등교육 수준의 원격교육도 세계적 추세를 고려하며 제도 구축과 콘텐츠 개발을 진행하여왔다. 이 장에서는 북한의 원격교육 운영에 대해 학자들과 원격교육 기관들이 일반적으로 고려하는 운영 요소들을 바탕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이 장에서는 북한의 원격교육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을 진행하려고 한다. 그것을 위해 원격교육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을 검토하여 그 결과물로 만든 원격교육의 운영 요소들을 도출한 것을 활용하였는데. 북한의 고등교육수준의 원격교육 운영에 대해 분석하는데 활용한 운영 요소 내용은 <표 2>와 같다.

원격교육의 운영 요소

위의 <표 2>에 나온 운영 요소 중 학사 및 관리는 원격대학이 대면교육 중심의 전통적인 대학과 제도와 운영의 측면에서 얼마나 비슷한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학사일정, 교육과정 편성, 성적관리 등을 기초로 학력 인정에 대한 법적인 기초 확보 등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요소들이다.

테크놀로지는 원격교육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교육기관에서도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교육을 하지만, 원격교육기관은 교수자와 학습자가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고 그 공간적 거리를 테크놀로지로 연결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또한 교육의 전달매체로 활용되는 테크놀로지뿐 아니라 교육 콘텐츠 개발과 구성에 활용되는 테크놀로지도 중요하고 학습자가 콘텐츠를 접하기 위해 활용하는 기기와 관련된 테크놀로지도 중요하다. 더 나아가서는 학습관리체계인 LMS에 어떤 테크놀로지가 활용되는지도 중요한데, 최근에는 AI를 활용한 학습지원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콘텐츠는 원격교육에서 전달 매체와 기술 수준의 영향을 받는 것인데, 최근의 원격교육 콘텐츠는 멀티미디어를 활용하여 다양한 형식으로 만들어진다. 또한 증강현실과 같은 최신기술을 활용하여 학습자들의 현실감과 흥미를 높여서 콘텐츠와 학습자의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다양한 형식으로 개발된 콘텐츠의 호환성 문제도 원격교육에서는 중요한 문제인데 호환성이 높은 콘텐츠일수록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호작용은 대면교육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과거의 원격교육인 우편통신교육이나 TV 또는 라디오를 활용한 원격교육에서는 구현이 상당히 어려운 문제였고 최근의 원격교육에서는 핵심적인 요소로 이야기된다. 최신의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원격교육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상호작용을 구현하고 있는데, 학습자와 교수자, 학습자와 학습자, 학습자와 콘텐츠의 상호작용은 최근의 원격교육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로 고려되고 있으며 다양한 테크놀로지들이 그 구현에 활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학습공간은 원격교육이 일어나는 장소인데, 전통적인 학교와 달리 원격교육에서는 직장, 가정, 교실, 학습센터, 심지어 야외도 학습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런 학습공간에서 고려되어야 할 점은 방해를 받지 않고 안정적인 학습이 가능한 곳인지,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학습이 가능한 곳인지, 학습자의 자기주도적 학습이 장려될 수 있는 곳인지 등이 중요한 것들이다.

2. 북한 고등 원격교육기관 운영 요소 분석

1) 학사 및 관리

북한은 전통적인 주요 대학의 부설 기관이나 소속 기구로 고등 원격교육기관을 설립함으로써 학사 및 관리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였다. 일반적으로 원격교육기관이 별도의 고등교육기관으로 설립될 경우 전통적인 대학과 차이가 나는 학사 및 관리에 대한 우려가 생길 수 있는데, 북한은 해방이후부터 지금까지 주요 대학에 고등 원격교육기관을 부설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이에 대한 우려가 생기지 않게 하였다. 2019년 이후에 북한에서는 모든 고등원격교육기관들을 주요 대학의 원격학부로 그 위상을 통일시켰는데, 이는 주요 대학의 소속 기구로 원격교육기관이 자리 잡게 함으로써 학사관리, 교육과정 편성, 성적관리, 교직원 관리 등의 전반적인 문제를 기존 대학의 제도와 노하우를 활용하게 한 것이다. 다만 성적관리의 측면에서 전통적인 대학의 방식을 이용할 수 없는 어려움을 원격교육이 갖고 있는데, 북한 원격교육법 제36조에는 “원격교육학부는 학생의 지적능력과 창조적응용능력을 정확히 평가하는 원칙에서 평상시성적과 시험성적을 종합하여 실력을 평가하여야 한다. 과목시험과 졸업시험은 정해진 장소에서 콤퓨터망을 통하여 진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엄격한 성적관리를 위하여 출석시험의 원칙을 규정함으로써 성적 산출에 있어서 상당한 엄격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2020년 북한은 원격교육법을 제정함으로써 고등 원격교육기관의 법적인 기반도 완비하였고, 법령에 근거하여 원격교육학부를 운영하게 하였다. 원격교육학부들은 이 법에 의거하여 학생모집, 학생의 입학과 졸업, 교육과정 작성, 원격교수안 제작, 강의와 평가의 진행 등 모든 학사 관련 사항들을 집행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법령의 제정은 원격교육기관의 학사 및 관리가 엄격하게 수행되는 기초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의 원격학부는 주요 대학에 소속 기구로 설립되었고 원격교육법에 의해 학사 및 원격교육의 학사 과정 및 성적 관리 등이 엄격하게 관리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또한 관련 분야의 경험을 가진 인력을 확보하는 데에도 유리한 측면을 가지게 되었는데, 국내 연구에서도 원격교육을 위한 전담인력의 확보하고 그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는데(박진희·김수영, 2021, p. 80), 이와 같이 제도적 측면와 인적 측면에서 원격교육학부의 학사 및 관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이고, 그에 따라 북한의 고등 원격교육기관은 전통적인 일반대학의 학사관리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테크놀로지

테크놀로지 측면에서 북한의 고등 원격교육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첨단의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우수한 면이 보이지만 전달체계에서 무선통신이나 이동통신의 활용 측면에서는 상당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의 김책종합대학에서는 원격교육 플랫폼으로 ‘리상’을 일찍 개발하여 계속 업그레이드하면서 활용하고 있고, 원격으로 교수학습의 운영을 담당하는 LMS도 첨단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리상’의 홈페이지에는 공장대학 교육, 재교육, 강습, 학습 일원화, 요청강의, 자체학습, 직결시험, 학습교류 등의 메뉴가 만들어져 있는데(김연호, 2022), 이 ‘리상’의 원격교육 플랫폼을 활용하여 실시간 강의와 비실시간 강의도 들을 수 있고, 학습자별로 학습상황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진다(조선의 오늘 2016. 1. 22). 또한 원격학부의 학생들뿐만 아니라 공장대학 학생들이나 일반인들도 강의를 요청해서 들을 수도 있고, 시험도 치고, 게시판을 통해 교류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콘텐츠 개발에도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의 기술을 이용하여 최신의 멀티미디어 학습자료를 제작하고 있으며(사진환, 2020, p. 7), 최근에 김책공업종학대학 원격교육학부는 일부 교과목에서 AI를 활용한 학습자지원체제를 활용함으로써 높은 기술 수준을 보여주었다(조선의 오늘, 2021. 2. 15). 이는 북한이 원격교육을 국가발전의 핵심전략으로 채택하면서 우수한 연구 인력을 이 분야에 투입한 결과로 보인다. 이와 같이 북한은 원격교육 매체의 측면에서는 첨단 정보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전달체계의 측면에서 테크놀로지를 살펴보면, 북한에서는 원격교육의 활성화를 위하여 전국적으로 초고속유선통신망을 설치하여 대학과 전자도서관, 원격학습시설들을 연결하여 기술적 수준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WiFi와 같은 무선통신의 활용에 상당한 제약이 있고, 이동통신의 수준이 3G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학습자들이 가정집이나 다양한 장소에서 원격학습을 진행하기에는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의 원격교육 테크놀로지 측면을 전체적으로 평가해 보면, LMS 운영 측면과 콘텐츠 개발 등에서는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우수한 수준으로 파악되지만, 전달체계의 테크놀로지 수준에서는 아직 세계적인 수준에 미달하는 상황으로 평가될 수 있다.

3) 원격교육의 콘텐츠

북한은 원격교육 콘텐츠 개발에 주요 대학과 연구소의 우수 인력을 투입하여 그 질의 향상을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세계적 추세를 강조하면서 국제적 표준에 맞추어 원격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이후 국제적인 교류를 고려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인터넷 사용이 제한된 북한에서는 원격학습자들이 인터넷에서 학습자료를 구하는 것이 어려운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북한은 인터넷을 대체할 수 있는 전자도서관을 과학기술전당에 만들었다. 이 과학기술전당에 대용량 DB를 구축하고 전문가들이 인터넷 등을 활용하여 전 세계에서 수집한 자료들을 저장하고 이를 학습자들이 활용하게 하였다.

북한은 일반 교육 컨텐츠를 제작할 때에도 다매체(멀티미디어) 형식을 취할 것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데, 원격교육에서도 첨단의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으며, 최근에는 AR(증강현실)을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어 학습자들의 현실감과 흥미를 더욱 높이는 성과를 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북한의 원격교육 콘텐츠의 기술적 수준은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원격교육 콘텐츠 개발에서 문제로 보이는 것은 철저한 국가주도의 콘텐츠 개발과 관리라는 측면이다. 국가주도의 콘텐츠 개발은 단기간 내에 양질의 콘텐츠를 대량으로 제작, 보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는 김일성 일가에 대한 학습자료와 정치사상 자료들이 중요한 위치를 점함으로써 비판적 학문 활동이 심하게 제약을 받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북한에서 다양한 분야의 자료들을 전 세계에서 수집하여 학습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학습자들이 인터넷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자료를 스스로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전당에 모아진 자료들을 통해서만 검색과 활용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학습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은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문학적 비판적 사고가 없는 상황에서 과학기술학습이 얼마나 성공적일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 원격교육은 콘텐츠 측면에서 국가주도성이라는 것이 강점과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고등교육 수준에서 개인의 콘텐츠 개발 참여가 제한되어 있으며, 인문사회과학 분야 콘텐츠 개발에서 비판적 사고의 발양이라는 것이 북한 사회에서 얼마나 가능할지가 심각한 한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4) 원격교육에서 상호작용

원격교육에서의 상호작용의 수준은 원격교육의 질적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원격교육에서도 다양한 상호작용을 촉진하기 위한 방법을 쓰고 있는데, 북한에서도 Zoom과 비슷한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교수-학습자 간의 실시간 대화와 토론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LMS 상의 토론방과 질의응답 게시판, 자료실 등을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구축하고 있다.

북한의 원격교육 관련 문헌들을 살펴보면 공장이나 기업소의 과학기술보급실을 활용한 대화와 토론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면에 단위 공장이나 기업소 수준을 넘어서서 다양한 영역의 학습자들의 토론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북한 원격교육기관의 게시판을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해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의 신문 등에 나온 게시판 운영이나 토론 내용 등에 대한 기사를 보면 학습자들의 자유로운 토론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고 기업이나 공장이 직면한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토론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내용만 확인된다. 이런 상황은 북한이 고등 원격교육을 바라보는 기본 관점과 관련이 있는데, 북한에서는 원격교육의 활용에 있어서 국가발전을 위한 정책적 측면에 주안점이 두어져 있어서 당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과학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자들을 양성하는데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영역의 학습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를 활성화시키는 데에는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인다.

북한 원격교육에서의 상호작용은 제한적인 수준에서만 활성화되도록 권장되고 있으며, 단위 공장이나 학습 단위 등에서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다양한 융합적 사고와 창의성을 발양시킬 수 있는 수준의 폭넓은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는 못하다는 한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5) 원격교육의 학습공간

학습공간은 원격교육에서 학습의 환경으로서 학습자에게 중요하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원격교육의 학습공간은 교실, 직장, 가정, 학습센터 등 다양한 곳이 될 수 있는데, 학습자의 개인 특성이나 상황에 따라서 학습에 적절한 공간이 선택된다.

북한의 원격교육에서는 학습공간의 선택에서 제약이 상당히 존재한다. 각 가정에 초고속네트워크가 보급되어 있지 못하고, WiFi 무선인터넷도 가능한 장소가 제한되어 있는 상황이며, 무선통신망도 3G 수준이라 휴대전화로 원격학습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한 수준이지만 상당히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의 원격교육에서는 학습공간의 선택에서 제약이 상당히 존재한다. 각 가정에 초고속네트워크가 보급되어 있지 못하고, WiFi 무선인터넷도 가능한 장소가 제한되어 있는 상황이며, 무선통신망도 3G 수준이라 휴대전화로 원격학습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한 수준이지만 상당히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의 원격학습자들에게 학습공간의 선택이 제한된다는 것은 학습의 질적 수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무척 높다. 북한의 원격학습자들은 주로 직장의 과학기술보급실이나 공공기관에 설치된 미래원, 공공도서관 등에서 학습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것은 사적 공간에서 학습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원격학습을 하는 것이 편하고 문제가 되지 않는 학습자들도 있지만, 학습자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서는 공공장소 아닌 사적인 장소에서 원격학습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학습자들도 있을 수 있는데, 북한에서는 이런 이들의 상황이나 선호는 존중받고 있지 못한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 공적 장소에서의 학습이 학습자에게 도움이 되고 학습 촉진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사적 장소에서의 학습이 학습을 더 촉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 원격교육에서는 학습공간과 관련하여 상당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학습공간의 선택에서 사적인 공간을 선택하기 어려운 북한의 상황은 원격학습자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제한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므로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Ⅳ. 결론

이 연구는 북한이 원격교육을 활용한 성인 고등교육을 통해 국가발전의 기초를 마련하려는 정책의 실행 현황을 살펴보고, 그 현황 분석을 통해 김정은 정권기 고등교육 수준의 원격교육 성격을 드러내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되었다. 북한에서 2015년 이후 급격히 늘어난 고등교육 수준의 원격교육기관들은 2023년에 북한 전체 대학생 수의 27%가 넘는 13만명의 재학생들을 보유함으로써 양적으로는 성공적인 수준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여러 가지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보였다.

북한의 원격교육은 학사 및 관리 측면에서는 전통적인 주요 대학의 부설 기관이나 소속 기구로 고등 원격교육기관을 설립함으로써 신생 원격교육기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였고, 2020년에 원격교육법을 제정하여 법적인 기반도 마련하여 학사 및 관리 측면에서 엄격함을 보이고 있으며, 전통적인 일반대학과 학사 관리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테크놀로지 측면에서 북한의 원격교육은 전반적으로 첨단의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우수한 면을 보여주는데, 일부 교과에서 증강현실을 활용한 교육콘텐츠를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으며, 또한 AI를 활용한 LMS를 도입한 경우도 있고, 인터넷을 대체하기 위한 대규모 DB의 구축 등을 통해 원격교육의 질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있다. 즉 첨단 테크놀로지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북한의 원격교육은 상당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달체계의 테크놀로지 측면에서는 아직 낮은 수준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즉 3G 수준의 이동통신 상황, WiFi 무선통신의 제한 등은 원격교육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심각한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원격교육 전달 기술의 한계로 인해 원격학습자들의 학습장소가 공공장소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학습과 참여가 제약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드러낼 수도 있다.

북한 원격교육에서 국가독점의 콘텐츠 개발, 관리는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가진 것으로 보인다. 국가독점 콘텐츠 개발은 양질의 콘텐츠 개발을 보장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수월성을 추구하는 고등교육 수준에 맞는 창의적인 발상과 융합적인 사고가 반영된 콘텐츠를 얼마나 개발할 수 있는지 여부가 북한원격고등교육을 포함한 북한 고등교육이 지향하는 세계적 수준의 고등교육에 도달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북한은 당장의 문제 해결에 과학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자들을 양성하는데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런 측면에서 북한의 고등 원격교육은 일정 정도의 성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인문학적 상상력과 비판적 사고를 활용하여 다양한 영역의 학습자들이 상호작용을 하고,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를 발전시키기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한계를 북한 원격교육은 가지고 있다.

북한 원격교육이 여러 가지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계를 극복하면서 앞으로 어떤 변화와 발전을 보일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지속적인 성찰과 비판적 논의는 그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관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Notes
1) 북한의 경우 법령을 제정하고 그에 기반을 두고 정책이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먼저 추진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에 관련 법령을 제정하는 경우가 있음.
2) 북한에는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학대학과 같은 종합대학은 몇 개 없고 대부분 산업 부문별로 대학이 설립되어 있다. <표 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북한에는 평양기계대학, 남포수산대학, 사리원지질대학, 원산농업대학 등과 같은 부문별 대학들이 많다.
3) 북한의 대학생 수는 2021년 기준 총 48만 4천명으로 보고되고 있는데(통계청, n.d.) 원격학부 재학생 13만 1천명은 북한 대학생의 27%를 넘는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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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중앙통신. 2014년 5월 9일; 2020년 2월 9일
  • 천리마. 2015년 8호
저 자 정 보

성 명: 김지수 (Kim, Jisoo)

소 속: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연 락 처: jisookim@kedi.re.kr

연구분야: 교육사회학, 북한교육, 통일교육

[그림 1]

[그림 1]
북한 과학기술보급실망체계자료: NK경제 ‘북한, 각 도에 과학기술도서관 건설 중’, 2022년 11월 1일

[그림 2]

[그림 2]
북한 원격교육 설명도자료: NK경제, ‘북한 원격교육 시간 장소 관계없이 진행하는 교육’, 2020년 9월 15일.

<표 1>

북한의 원격교육학부 운영 대학

대학명 원격교육대학 또는 원격교육학부 설치 시기
자료: 조정아 외, 2020, p. 144,
조정아 외(2020)의 보고서에 나온 표에 계응상사리원농업대학(원격교육학부 설치시기 미상)과 2022년 원격교육학부가 신설된 사리원고려약학대학, 사리원지질대학 추가함.
계응상사리원농업대학
김일성종합대학 2015년
김철주사범대학 -
김책공업종합대학 2010년
김형직사범대학 2016년
남포수산대학 2016년
리계순사리원사범대학 2015년
리과대학 2015년
사리원고려약학대학 2022년
사리원지질대학 2022년
신의주제2사범대학 -
원산농업대학 2015년
원산사범대학 -
원산수산대학 2017년
장철구평양상업대학 2015년
정준택원산경제대학 2015년
청진광산급속대학 2015년
청진제2사범대학 2016년
평성석탄공업대학 2015년
평양건축대학 2015년
평양교원대학 -
평양교통운수대학 2016년
평양기계대학 2015년
평양농업대학 -
평양외국어대학 2016년
평양의학대학 2015년
평양출판인쇄대학 2016년
한덕수평양경공업대학 2015년
함흥화학대학 2015년

<표 2>

원격교육의 운영 요소

요소 내용
자료: 김현진, 2020, p. 627.
학사 및 관리 - 교무와 학사를 관리하기 위한 정책과 행정 일체
- 학사일정,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 성적 관리 및 학력 인정
테크놀로지 - 전달체계로서 매체(내용과 기기 포함)
- 교수학습과 관리를 위한 체계로서 LMS와 플랫폼
콘텐츠 - 교육의 내용과 활동(콘텐츠 유형과 수업방법 포함)
- 콘텐츠의 원천에 따른 지식의 주체
상호작용 - 교육을 보는 관점과 교육의 행위로서의 상호작용이 공존
- 상호작용의 차원(교수자, 학습자, 내용, 인터페이스간 상호작용)
학습공간 - 직장, 가정, 학교 등 원격교육이 이루어지는 장소
- 학습자의 형편과 의미에 따른 장소와 좋은 학습을 위한 조건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