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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1738-0057 (Print) / 2671-8332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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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cle ] | |
Journal of Lifelong Learning Society - Vol. 19, No. 4, pp. 83-108 | |
Abbreviation: JLLS | |
ISSN: 1738-0057 (Print) 2671-8332 (Online) | |
Print publication date 30 Nov 2023 | |
Received 26 Sep 2023 Reviewed 20 Oct 2023 Accepted 09 Nov 2023 | |
DOI: https://doi.org/10.26857/JLLS.2023.11.19.4.83 | |
팬데믹 시기 필리핀 교사가 경험한 원격교육 실천의 어려움과 극복 전략: 교사 행위자성을 중심으로 | |
김지인 ; 유성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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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 |
서울대학교 | |
Filipino Teachers’ Challenges and Response Strategies Regarding Distance Learning during the Coronavirus Disease 2019 Pandemic: Focusing on Teacher Agency | |
Jiin Kim ; Sung-Sang 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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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National University | |
Seoul National University | |
Correspondence to : **유성상(sungsang@snu.ac.kr) | |
Funding Information ▼ |
본 연구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기에 필리핀 교사들이 원격교육을 실천하며 겪은 어려움과 극복 전략을 살핌으로, 교사 행위자성을 탐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 결과, 필리핀 교사들은 학부모의 무관심으로 인한 자녀의 학습 부재, 원격교육 실천을 위한 인프라와 지원 부족, 급증한 추가적 업무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교사들은 자가 학습 모듈 배부 방법의 변화를 시도하였으며, 온라인을 활용한 새로운 교수법을 시도하였다. 또한 자체적인 노하우를 통해 원격교육을 위한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였다. 필리핀 교사들은 팬데믹 시기 원격교육 실천 속에서 학생들의 학습을 위해 교사 행위자성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필리핀 교사들은 비교적 순응적인 행위자성을 발휘하고 있으며, 관계적 성찰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교사들이 보여준 교사 행위자성은 추후 원격교육 실천에서 교사가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성공적인 원격교육을 위해서는 교사의 행위자성을 고려한 원격교육 정책, 교사 학습공동체 지원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This study explored teacher agency by examining the challenges that teachers in the Philippines faced in implementing distance learning during the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pandemic and their coping strategies. The findings revealed that Filipino teachers were challenged by students’ learning loss due to parental apathy, lack of infrastructure and support for teachers to practice distance education, and a surge in their workload. To overcome these challenges, teachers changed their process of distributing self-learning modules, applied new online teaching methods, and sought to reduce the cost of distance learning with their know-how. The results show that the teachers used their teacher agency to implement distance education under the COVID-19 restrictions and preventive measures implemented by the government. However, teacher agency was limited owing to their passivity and lack of relational reflexivity. The findings suggest that teachers can play a key role in future distance education practices. Successful distance education policies must consider teacher agency and ways to support teacher learning communities.
Keywords: Philippines, teachers, teacher agency, distance education 키워드: 필리핀, 교사, 교사 행위자성, 원격교육 |
2020년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전례 없는 팬데믹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하며 새로운 팬데믹 환경에 갑작스레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교육계는 팬데믹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영역 중 하나이다. 대면수업이 이루어지던 학교는 팬데믹과 함께 코로나19 감염확산 방지를 위해 학교 폐쇄를 감행해야 했다. 2020년 상반기에는 전 세계의 150여 개의 국가에서 학교 폐쇄를 시행하여 학생의 등교를 금지하였으며, 단 10개 국가에서만 부분적 등교를 허용하였다(UNICEF, 2021). 하지만 학교 폐쇄가 학생들의 학업적 손실과 교육격차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다수의 국가는 학교 폐쇄를 빠르게 해지하며 다시금 학교를 운영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등교 재개가 빠르게 이루어졌으며, 2020년 9월에는 오직 25개국에서만 등교를 전면 제한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었다(UNICEF, 2021). 많은 국가에서 학교의 부분적 등교와 함께 온라인 수업, 자가 학습 등을 통한 원격교육을 시행하여 학습 손실을 줄이고자 노력하였다(정재원·신윤희, 2022).
학교 폐쇄를 시행한 기간은 국가마다 다르지만, 필리핀의 경우 파나마, 방글라데시, 우간다, 멕시코와 함께 학교 폐쇄를 가장 오래 시행한 국가 중 하나이다(UNICEF, 2021). 필리핀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촉구하기보다 권위적인 규율을 통해 코로나 확산을 막고자 하였다(엄은희, 2020).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 직후인 2020년 3월 17일부터 ‘강화된 지역봉쇄(Enhanced Community Quarantine, ECQ)’를 시행하여 학교가 문을 닫았으며, 그 후로 2022년 8월 등교가 재개될 때까지 만 2년간 학교 폐쇄가 이루어졌다.
필리핀의 학교 폐쇄 시기 동안 초·중등 교육을 위해 필리핀 교육부는 2020년 6월 Basic Education-Learning Continuity Plan(BE-LCP)을 발표하고 학교와 지역 상황에 맞는 교육을 도입하도록 하였다(DepEd, 2020). BE-LCP는 세 가지 원격교육1) 방안을 제시하였는데, 첫째는 자가 학습 모듈(self-learning module)이다. 교육부에서 자가 학습 모듈(교과서, 학습 활동지, 가이드라인)을 개발하여 학생들에게 프린트나 디지털 파일을 통해 전달하면 학생들이 학부모와 함께 집에서 공부하는 방식이다. 둘째로는 온라인 수업이다. 온라인 수업은 온라인을 통해 교사와 학생이 상호작용하며 수업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티비와 라디오를 통해 교육 방송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수의 필리핀 학교는 교육부가 제시한 세 가지 방법 중 인터넷 인프라와 수업을 위한 기기 보급의 부족으로 자가 학습 모듈을 중심으로 원격교육을 시행하였다(Cahapay, 2021).
BE-LCP을 통한 원격교육 시행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의 장기간 학교 폐쇄는 학생들의 학업 손실과 교육격차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자아냈다(Save the Children International, 2022). 팬데믹과 함께 다수의 학생은 교육기회를 잃었으며, 사회적 접촉의 감소로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되었다(Pozas, Letzel, & Schneider, 2021; UNICEF, 2021). 학부모들은 자녀를 위한 홈스쿨링을 시행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특히 워킹맘의 경우 경제적 부담과 홈스쿨링을 동시에 시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Agaton & Cueto, 2021).
이러한 배경 속에서 필리핀 교사의 팬데믹 시기 교육 경험에 관한 연구들이 다수 수행되었다. 선행연구에서는 교사의 원격교육에 관한 인식, 원격교육을 하며 교사들이 겪은 어려움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었다(Agaton & Cueto, 2021; Capahay, 2021; Moralista & Oducado, 2020). 수행된 선행연구는 교사가 겪은 원격교육 경험을 탐색함에 추후 원격교육 시행 시 교사 지원에 관해 의의가 있음에도 교사가 교육부에서 실시한 원격교육에 잘 적응하는지에 초점을 둠으로 교사를 외부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로 상정하였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교사들은 교육정책과 교육과정을 그대로 수용하여 적응하는 존재를 넘어 교육에서 주체성을 가지고 교수학습을 실천해 나가는 존재이다(Priestley, Biesta, & Robinson, 2015; Tao & Gao, 2017).
그러므로 본 연구는 교사 행위자성 개념을 통해 팬데믹 시기 필리핀 교사의 교육 경험을 분석하고자 한다. 교사 행위자성 개념에서 교사는 구조적인 상황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행위자성을 적극적으로 발휘해 주체적으로 교육 실천을 해나가는 존재임을 상정한다(소경희·최유리, 2018; 이성회, 2017; Priestley, Biesta, & Robinson, 2015; Tao & Gao, 2017). 교사 행위자성 개념에 비추어보면 만 2년 동안 학교 폐쇄를 시행한 필리핀의 상황이라도 교사들은 능동적으로 교육 실천을 위해 행위자성을 발휘하였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Archer(2000)는 행위자성의 연구에서 시간적 흐름에 따른 구조와 행위 주체의 구분을 강조하였기에 본 연구에서 Archer(2000)가 주장한 형태발생론적 주기 모델에 따라 필리핀 교사의 원격교육 실천을 분석하였다. 또한 이성회(2021)는 기존의 교사 행위자성 연구에서 ‘성찰’의 과정을 생략하는 것을 기존 교사 행위자성 접근의 한계로 지적하였기에 본 연구는 분석 시 성찰에 대해서도 고려하였다. 연구 질문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본 연구는 위의 두 개의 연구 질문에 답함으로써 교사 행위자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교사 행위자성을 탐구하는 것은 원격교육 시행에서 교사를 원격교육 정책을 그대로 수용하고 시행해야 하는 존재를 넘어 스스로 성찰하며 교육 실천을 시행하는 존재로 상정함에 의의가 있다. 즉, 원격교육 시행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필리핀 교사의 역할에 대해 실마리를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필리핀의 연구 결과는 비슷한 경제적 맥락을 가진 개발도상국의 상황과 한국 공적개발원조 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필리핀에서는 2020년 1월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였다. 확진자 발생 직후에는 큰 증가세를 보이지 않다가 2020년 3월 확진자의 급격한 증가와 함께 첫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발생으로 필리핀 정부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강력한 지역이동 통제 정책을 시행하였다. 2020년 3월 17일 ‘강화된 지역 봉쇄정책’이 시행되었는데, 이 조치는 생계를 위한 용건이 아닐 시 집 밖으로의 출입, 대중집회 및 대중교통 운행을 금지하는 정책이다. 강화된 지역봉쇄 정책은 약 5주간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2020년 5월까지 연장되었다(엄은희, 2020).
강화된 지역 봉쇄정책과 함께 학교 폐쇄 정책도 시행되었다. 2020년 3월은 2019/2020학년도의 막바지로 대부분의 학교는 학년도 평가시험을 마친 상황이었기에 학기를 마무리하고 방학을 예정보다 일찍 시작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DepEd, 2020). 2020/2021학년도는 2020년 6월에 시작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2020년 8월 14일로 연기되었다. 하지만 8월에 코로나19의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함에 2020년 8월 2일 수도인 마닐라와 근교 지역에서 강화된 지역봉쇄 정책이 2주간 시행되었다. 대통령령으로 개학은 다시 2020년 10월 5일로 연기되었다. 학교 개학을 미루면서 필리핀의 교육부는 원격교육에 대한 계획을 제시하며, 원격교육 준비 기간으로 삼았다. 필리핀의 학교는 2020년 10월 5일 원격교육을 기반으로 하여 학교 운영을 재개하였다(DepEd, 2020).
필리핀 학교가 2020년 10월 다시 운영을 시작하였지만, 필리핀 정부 정책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학생들의 등교를 전면 금지하였다. 이는 학생과 교사의 직접적인 만남이 금지됨을 의미한다. 필리핀 교육부가 제시한 원격교육 정책은 BE-LCP으로 학생을 대면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교과의 가장 필수적인 역량을 가르치는 것이다. BE-LCP는 크게 세 가지의 원격교육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교육부에서 자가 학습 모듈을 개발하여 학생들에게 배부해 스스로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다. 모듈에는 교과목 내에서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필수적인 기초지식이 서술되어 있다. 교육부에서는 모듈 학습을 위해 교과서, 학습 활동지, 가이드라인을 개발하여 학교에 전달하면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배부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이때 교사들은 모듈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하게 된다. 또한 학부모는 가정에서 학생들의 자가 학습 모듈을 위한 교사의 역할을 맡게 된다. 둘째, 온라인 수업을 제시하였다. 온라인을 통해 교사와 학생이 상호작용하며 수업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는 티비와 라디오를 통한 교육 방송을 제시하였다. 교육부는 원격교육 시행에 있어서 학교가 지역사회의 수요를 조사한 다음 위 세 가지 원격교육 중 적절한 방식을 시행할 것을 권고하였다. 또한 세 가지의 방법 외에 추가적인 온라인 미팅을 통해 학업적인 측면뿐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과 사회정서적 측면에 대해 지도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제시하였다. 온라인 미팅은 꾸무스따한(kumustahan)이라고 명명되었으며, 매주 30분 정도 온라인을 통해 학생과 미팅을 가지며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업적, 사회정서적 측면에 대해 지도할 수 있다(DepEd, 2020).
필리핀의 원격교육인 BE-LCP은 2020년 10월부터 2022년 4월까지 2020/2021학년도, 2021/2022학년도에 시행되었다. 교육부는 2022년 4월에 시범적으로 제한된 학생 수만 등교를 허용하였고, 2022년 8월 태풍 피해와 교사 부족 등의 문제로 대면 수업의 준비가 되지 않은 10% 학교를 제외하고는 전면 등교를 허용하였다. 최종적으로 2022년 11월에 전국적으로 학교가 재개되었다(DepEd, 2022). 이는 만 2년간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았으며, 원격교육을 통해 교육이 진행되었음을 의미한다.
필리핀의 학교는 전 세계의 국가 중 가장 긴 학교 폐쇄 기간을 가지고 있기에 학생들의 학업 손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Save the Children International, 2022). 또한 필리핀의 열악한 인프라로 온라인을 활용한 원격교육의 어려움이 예상되었다(Akamai Technologies, 2017). 실제로 필리핀에서는 온라인 수업보다는 자가 학습 모듈 또는 방송을 활용한 교육이 장려되었다(Cahapay, 2021). 팬데믹 기간에 학부모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학교 폐쇄 정책에 대해 동의함에도, 가정에서 자녀의 교육을 직접 지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크다고 보고하였다. 그뿐 아니라 학부모들은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일과 자녀 보육을 둘 다 완수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Agaton & Cueto, 2021). 학생들의 관점에서 시행한 연구도 있었는데 학생들은 모듈 교육을 시행함에도 인터넷 접속을 통해 과제를 지출해야 했으며, 인터넷 연결을 하는데 비용적, 인프라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등교를 하지 않음으로써 용돈을 아낄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다(Samortin et al., 2022).
요약하면 필리핀은 2020년 3월부터 2022년 8월까지 만 2년의 장기간 학교 폐쇄를 시행하였다. 교육부는 학교 폐쇄 기간 동안 원격수업으로 BE-LCP을 시행하여 학습손실을 막고자 하였다. BE-LCP는 다양한 원격수업 방법을 제시하지만, 인프라의 문제로 다수의 학교는 자가 학습 모듈을 시행하였다. 이 시기에 학부모는 돌봄의 증가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학생들은 인터넷 인프라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원격교육에 기반을 둔 새로운 교육 환경 속에서 전 세계의 교사들은 교육 실천에 어려움을 겪었다(이정연 외, 2020; Niemi & Kousa, 2020; Robinson et al., 2023). 미국의 교사들은 팬데믹 시기 계속해서 바뀌는 교육정책에 대해 과중한 부담을 느꼈으며,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 결석, 소극적인 온라인 수업 참여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교사들은 팬데믹 이전과 동일한 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Robinson et al., 2023). 핀란드의 교사들은 비교적 원격교육을 위한 기술을 빠르게 익히고 적응하였으나 학생들과의 상호작용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학생들의 낮아진 학업성취도에 대해 걱정을 표하였다(Niemi & Kousa, 2020). 한국의 교사들 또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비대면 수업보다는 대면 수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국 교사들은 팬데믹 시기 교육 실천에서 학생들의 참여 촉진을 위한 전화나 문자(32%)가 가장 어렵다고 응답하였으며, 다음으로 콘텐츠 개발과 자료 제작(20%), 수업에서의 상호작용(18%), 학습격차(13%)가 어려운 문제라고 응답하였다(이정연 외, 2020).
하지만 팬데믹 시기 교사는 원격교육을 위한 어려움을 겪음과 동시에 새로운 시도를 통해 원격교육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이 변하는 전환점이 되기도 하였다(유성상 외, 2022; Beltman, Hascher, & Mansfield, 2022; van der Spoel et al., 2020). 호주에서 적절한 교육 자원을 제공받은 교사들은 다양한 교육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으며, 팬데믹 시기 교육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Beltman, Hascher, & Mansfield, 2022). 네덜란드의 연구에서도 교사들은 팬데믹 이후 교육에서 ICT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이 바뀌었음을 보고하였다(van der Spoel et al., 2020). 온라인 수업의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교사들도 팬데믹을 통해 온라인 수업을 처음으로 실시하며 효과적인 온라인 수업 방법을 익히고 온라인 수업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응답하였다(유성상 외, 2022). 즉 팬데믹으로 교사들은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지만, 원격교육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경험도 한 것이다.
팬데믹 시기 필리핀 교사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필리핀의 열악한 교육 환경에서 교사들이 어떻게 원격교육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다수의 필리핀 교수는 컴퓨터 사용법에 서투르며, 소수의 교수만이 인터넷에 접속이 가능한 환경을 가졌다. 또한 교수들은 온라인 수업이 대면 수업에 대해서 부족한 교수법이라 생각하였으며, 이런 온라인 수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온라인 수업의 소극적 참여로 이어졌다(Moralista & Oducado, 2020). 필리핀의 중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교사들은 학교의 교육을 위한 재정적 지원 부족, 학생들의 저조한 참여, 행정적 업무에 대한 부담으로 팬데믹 시기 교육 실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Robosa et al., 2021). 그럼에도 교장 교사의 원격교육에 대한 이해와 리더십에 따라 교사들의 원격교육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Tanucan, Negrido, & Malaga, 2022).
요약하면 전 세계 교사들은 팬데믹 시기, 과중한 업무와 학생들의 학업 손실을 막기 위한 교사로서의 부담, 원격교육 환경으로서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으나, 새로운 원격교육 시도를 통해 팬데믹 시기의 교육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필리핀 교사에 관한 연구는 아직 교사가 겪은 어려움과 인프라 부족에 집중하고 있다.
행위자성 이론을 체계화한 Giddens(1979)는 광범위한 구조적 제약 속에서 개인은 활발한 행위적 참여자임을 주장하며, 구조로만 개인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을 경계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구조와 행위자는 항상 함께 작동하는 것이며, 개인이 구조에 영향을 받는 동시에 구조에 변화를 일으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사회적 행동을 해석할 때는 구조적으로 조건화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하며 구조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Bakewell, 2010). 즉 행위자성 이론은 개인이 하나의 주체적인 행위자이기에 구조에 종속되는 것이 아닌 구조와 상호작용하는 존재임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Archer(2000)는 Giddens의 행위자성 개념에서 구조와 행위 주체 구분이 불명료함을 지적하며, 행위 주체와 구조의 분석적 분리를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상호작용을 정교하고 자세하게 알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분석적 분리를 위해 변화 과정을 (1)구조적 조건화, (2)사회적 상호작용, (3)구조적 정교화 세 단계로 설명하는 형태발생론적 주기를 제시하였다. 구조적 조건화는 행위 주체에 앞선 선재하는 구조를 가정하는 것이고, 사회적 상호작용은 개인과 집단의 상호작용 속에서 목적과 이익을 추구하며 변화를 추구하는 단계이다. 구조적 정교화는 이전 두 단계의 행위 결과를 의미한다. 구조적 정교화는 사회적 상호작용에 의한 변화 혹은 변화의 실패로 인한 현 상태의 유지가 있을 수 있다. Archer(2000)의 형태발생론적 접근은 행위자성에서 주체와 구조를 분리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상호작용을 명료화한다는 점에서 행위자성 연구에서 중요한 모델로 다루어 진다(이성회, 2021; Pantić, 2015).
이러한 행위자성 개념을 교사에게 적용하고자 하는 것이 교사 행위자성이다. 교사 행위자성 이론은 교사에 관한 논의가 개별 교사의 전문성과 역량 신장에 한정되어 논의되는 것에 대항하여, 교사를 둘러싼 문화적, 구조적, 맥락적 조건의 고려와 함께 교사의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실천의 복잡하고 다양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제시되었다(소경희·최유리, 2018; 이성회, 2017; Priestley, Biesta, & Robinson, 2015). 즉, 교사 행위자성 이론은 교사를 중앙에서 결정한 것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시행하는 존재를 넘어 학교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주체로 인식함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소경희·최유리, 2018). 교사 행위자성에 개념모델로 Priestley, Biesta, & Robinson(2015)은 생태학적 관점의 모델을 제시하였다. 생태학적 관점 모델은 교사의 행위자성이 과거의 반복적인 차원(교사의 생애사와 전문적 역사), 현실적-평가적 차원(문화적, 구조적, 물리적 환경), 투영적 미래(장기와 단기)의 세 가지의 시간적 차원 가운데 발현된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성회(2021)은 생태학적 관점의 교사 행위자성 모델이 사회 구조와 행위자성의 상호작용에만 초점을 둔 한계를 지적하며, Archer(2000)의 행태발생론적 주기를 교사 행위자성 모델에 통합시킬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또한 이성회(2021)는 Archer(2000)가 제시한 사회적 상호작용 단계에서 ‘성찰’에 주목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성찰하는 과정은 구조와 행위자성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교사 개인의 대화를 통한 ‘개인적 성찰’과 외적인 대화를 통한 ‘관계적 성찰’의 개념으로 성찰을 나누었다.
그렇다면 팬데믹 시기의 교사 행위자성은 어떻게 발현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팬데믹 시기에 국가는 학생의 안전을 위해 등교를 강력하게 통제하였으며 새로운 원격교육 방식을 도입하였다. 그럼에도 교사 행위자성에 따르면 교사는 큰 사회적 변화와 정부의 통제 속에도 행위자성을 발휘하는 존재이다(소경희·최유리, 2018). 권순정·유주영(2022)의 연구에서는 팬데믹 시기의 한국 교사의 행위자성 특징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교사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교사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성찰을 통해 역할 수행자를 넘어 개인적 정체성과 사회적 정체성을 주도적으로 구성하였다. 금선영 외(2020)는 팬데믹 시기 한국의 교사들에게서 나타난 행위자성 유형을 연구하였다. 연구 결과, 나타난 교사 행위자성 유형으로는 변화추구형, 안정추구형, 책임회피형으로 나타났으며, 변화추구형 교사는 효과적인 원격교육을 위해 능동적이고 전략적으로 교육 실천한 교사유형이며, 안정추구형 교사는 원격교육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나 여전히 대면 수업을 기준으로 원격교육을 성찰하는 교사 유형이다. 책임회피형은 효과적인 원격교육 조성을 위해 탐구하지 않고 수업 외의 업무에 치중한 유형의 교사이다. 다양한 유형의 교사는 처음 마주하는 팬데믹 상황의 교육에서 교사 각자 나름대로 어려움을 극복해가고자 교사 행위자성을 발휘하였다(금선영 외, 2020). 그 외에도 교사 행위자성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의재·제성준·윤현수(2020)의 연구는 체육교사들이 팬데믹 시기 교육에서 어떤 어려움을 마주하였으며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교사 행위자성을 드러냈다. 교사들은 학습공동체와 같은 집단지성을 통해서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로는 체육수업의 정체성을 확립함으로 원격수업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앞서 살펴보았듯 필리핀은 중앙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통해 전 세계에서 최장기간인 만 2년간 학교 폐쇄를 시행하였다. 장기간의 학교 폐쇄로 필리핀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손실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필리핀의 교사에 관한 연구는 아직 원격교육에 대한 인식과 교사가 겪은 어려움을 주로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팬데믹 기간에 필리핀 교사들이 원격수업의 실천을 위해 어떻게 행위자성을 발휘하였는지 살피는 것은 추후 성공적인 원격교육을 위한 교사의 역할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연구에서는 필리핀에서 팬데믹 기간에 교사들이 겪은 어려움과 극복 전략을 살핌으로 원격교육 실천 중 발휘된 교사 행위자성에 대해 탐색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팬데믹 시기 원격교육 실천에서 필리핀 교사들이 겪은 어려움과 그 어려움의 극복 전략을 살핌으로 팬데믹 시기에 발휘된 교사 행위자성을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질적연구 방법을 사용하였다. 질적연구는 특정한 맥락과 경험을 이해하기에 적합하며 현상의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수행하는 연구 방법이다(Cresswell, 1998). 본 연구는 팬데믹 시기에 발휘된 교사 행위자성에 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목표이므로 질적연구가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자료 수집을 위해 필리핀 중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면담을 수행하였다. 면담 참여자는 필리핀의 지역 격차가 큰 것을 고려하여 필리핀의 수도권과 중소도시에 소재한 공립 및 사립학교에서 근무 중인 교사를 모집하였다. 팬데믹으로 이동이 자유롭지 않았기에 지인을 통한 눈덩이 표집법을 통해 면담 참여자를 모집하였다. 최종적으로 공립학교 교사 4명과 사립학교 교사 2명을 면담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선정된 교사들은 교직 경력이 모두 5년 이상이며, 팬데믹 시기에 교육에 참여한 교사들이다. 면담 참여자의 세부 정보는 <표 1>과 같다.
번호 | 면담대상자 | 성별 | 공사립 여부 | 담당과목 | 교사경력(년) | 지역 |
---|---|---|---|---|---|---|
1 | 교사1 | 여 | 공립 | 기술 | 5 | 중소도시 |
2 | 교사2 | 여 | 공립 | ICT | 14 | 중소도시 |
3 | 교사3 | 여 | 공립 | 자기개발, 조직경영 | 5 | 중소도시 |
4 | 교사4 | 남 | 사립 | 수학 | 17 | 수도권 |
5 | 교사5 | 여 | 공립 | 영어 | 6 | 중소도시 |
6 | 교사6 | 여 | 사립 | 필리핀어 | 15 | 중소도시 |
면담은 2022년 3월부터 2022년 4월에 개별 면담으로 이루어졌다. 팬데믹 시기로 국가 간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고 감염의 위험이 있었기에 모든 면담은 화상통화를 통한 원격면담으로 이루어졌다. 면담 언어는 영어로 이루어졌는데, 필리핀의 공식 언어가 영어이며 참여자들의 직업이 교사라는 특성상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 원활하였다. 면담 참여자들과의 라포 형성을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여 면담 전에 지속적으로 소통하였으며 공식적인 면담 이전에 사전 면담을 온라인을 통해 가지기도 하였다. 반구조화 형태의 면담으로 각 면담은 평균 1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면담은 면담 참여자의 동의하에 녹음되었으며, 녹음된 파일은 영어로 전사되었다. 전사한 원고를 반복해서 읽으며 줄 단위의 미시분석을 시행하였으며, 핵심 단어와 어구에 밑줄로 표시하며 코딩 작업을 통해 범주화하였다(Strauss & Corbin, 1994). 1차 분석은 자료를 읽으면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문장이나 단어에 표시하면 코드를 도출하였다. 예를 들어 ‘교육부 지원’, ‘사립학교’, ‘비대면 수업’, ‘변화에 적응’, ‘인터넷 인프라 부족’과 같은 주제를 생성하였다. 1차 분석의 결과를 토대로 2차 분석에서는 교사 행위자성에 초점을 맞추어 코딩하였다. 2차 코딩에서 최종적으로 도출된 코드의 예시로는 ‘학부모의 관심 부재’, ‘책임감’, ‘학교의 지원 부족’, ‘인터넷 인프라 부족’, ‘콜센터’, ‘격주로 모듈 배부 변화’, ‘구글 어플리케이션’, ‘페이스북’ 등이 있었고, 의미를 연결 지어 범주로 발전시켰다. 생성한 범주에 따라 필리핀 교사가 겪은 팬데믹 시기 원격교육 실천의 어려움과 극복 전략을 탐색하였다. 마지막으로 논의에서는 Archer(2000)가 제시한 형태발생론적 주기를 토대로 필리핀 교사의 행위자성을 분석하였다.
공립학교에서 시행한 자가 학습 모듈은 학부모와 학생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였지만, 학부모의 무관심으로 학생이 자가 학습 모듈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교사들은 설명하였다. 자가 학습 모듈은 학부모가 학교에 직접 와서 자녀가 학습할 모듈을 챙겨가야 한다. 하지만 경제적 활동, 혹은 자녀 교육에 대한 낮은 관심으로 학부모는 모듈을 학교에서 챙겨가지 않았으며, 이 경우 자녀는 모듈 학습지를 받지 못해 공부할 기회를 잃었다. 이에 대해 교사5는 “모듈의 난점은 학부모들이 일 때문에 모듈 학습지를 가지고 가는 것이 힘든 경우가 더러 있다는 점이에요. 학부모가 모듈을 챙겨가지 못하면 학생들은 한 주 동안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돼요”라고 설명하였다.
교사1은 “우리 교사들은 학부모와 자주 연락해요. 학생들만 협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학부모의 협조도 필요해요.”라며 팬데믹 시기 교육에서 학부모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또한 자가 학습 모듈은 학부모가 자녀의 모듈을 받아 가는 것뿐 아니라 자녀의 교사가 되어 직접 자녀를 지도하도록 한다. 하지만 선행연구에서 살펴볼 수 있듯, 학부모들은 자녀의 교육을 직접 지도해본 경험이 없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때로는 방관하는 경향이 있었다(Agaton & Cueto, 2021). 교사들은 학부모가 모듈을 받아서 모듈 학습지를 가져갈 뿐 자녀가 집에서 학습하는데 학부모의 지도가 부족함을 지적하였다. 교사3, 교사5는 아래와 같이 말하였다.
학생들이 학습한 자가 학습 모듈을 평가할 때 학생들이 직접 답했는지 혹은 친구 것을 베껴 제출하는지 구분이 힘들어요. 실제로 저는 똑같은 답안지를 발견한 적이 있어요. 한 글자도 빠지지 않고 답이 같아서 베낀 것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문제는 교사는 제출한 모듈 학습지를 통해서 학생을 평가해야 해요(교사3).
자가 학습 모듈이 어려운 이유는 학생들이 그냥 친구의 것을 베껴서 제출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배움이 없죠. 그냥 베끼니까요. 그래서 자가 학습 모듈만으로는 정말 학생들에게 충분치 않아요. (중략) 교육에 관심이 없는 학부모는 학생을 집에서 지도하지 않아요. 그래서 몇몇 학생들은 모듈 학습지에 답을 아예 적지 못하기도 해요(교사5).
교사들은 학부모의 지도가 없는 상황에서 학생을 평가해야 하기에 무기력감과 우울감을 느낀다고 답하였다. 교사1은 무기력감을 아래와 같이 표현하였다.
저는 정말 우울해요. 우리는 학생의 진짜 점수를 몰라요. 우리는 그냥 모듈 학습지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이 해당 점수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도 모른 채 점수를 매겨야 해요. 저는 학생들이 교육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어요(교사1).
부모의 무관심 속에 자가 학습 모듈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은 학교를 그만두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종종 모듈을 아예 제출하지 않는 학생을 보기도 해요. 저는 계속해서 모듈을 제출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학생들은 자가 학습 모듈을 할 시간이 없다고 말해요. 작년에 이런 경우에 가정방문을 하여 상황에 대해서 말했어요. 그들은 자가 학습 모듈을 계속 따라가기가 힘들어 학교를 그만둔다고 대답했어요(교사3).
자가 학습 모듈을 시행하는데 필요한 학부모의 관심과 지도가 부족할 때 학생들은 제대로 된 학습을 하기가 힘들다. 부모가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할 경우, 학생은 자가 학습 모듈을 받지 못하기도 하며, 학습하지 않은 채 친구 것을 베끼기도 한다. 학습이 부재한 학생들을 보며 교사들은 무기력감을 느끼기도 하며, 몇몇 학생은 학교를 떠나는 선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수업에서 교사들이 직면한 가장 큰 장애물은 선행연구 결과(Agaton & Cueto, 2021; Capahay, 2021; Moralista & Oducado, 2020)와 마찬가지로 본 연구에서도 필리핀 전역에서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교사2는 이에 대해 “여기 필리핀은 인터넷이 안정적이지 않아요. 그래서 온라인 수업에서 교사로서 많은 고려가 필요해요.”라고 말하며 온라인 수업이 힘든 이유를 설명하였다. 교사6은 “온라인 수업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인터넷 연결 때문이에요. 이건 저희가 통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몇몇 학생은 수업 직전에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수업 참여가 어렵다고 연락을 주기도 해요.”라고 말하였다. 수도권의 도심의 사립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4 또한 “온라인 수업에서의 문제는 대체로 인터넷 연결 문제예요. 필리핀은 인터넷 연결이 매우 불안정해요.”라고 말하는 것을 고려하여 보았을 때, 지방의 교사뿐 아니라 수도의 학교에서도 인터넷 연결이 온라인 수업에서 큰 장애물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인터넷 연결 문제는 비용 문제와도 직결된다. 필리핀 인터넷 연결방식을 살펴보면 인터넷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 방법은 한국에서 사용하는 방법인 통신사에서 설치한 케이블을 통해 통신사에 매달 일정 비용을 내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통신사에 가입하면 인터넷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지만, 정기적으로 큰 금액을 지불해야 하며 아직 필리핀에는 케이블 설치 지역이 적어 가입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므로 대부분은 두 번째 방법인 인터넷 연결을 위한 선불카드를 사용한다. 선불카드를 구입 및 충전하여 인터넷에 접속하게 되며, 선불카드가 있으면 케이블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도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인터넷 사용 시간 대비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면담에 참여한 교사의 공립학교는 교내 인터넷 연결망을 지원하지 않아 교사들이 자비로 인터넷 연결 선불카드를 구입하여 인터넷에 접속해야 한다. 하지만 일주일에 1~2시간의 온라인 수업, 수업 준비를 위한 인터넷 연결 비용은 교사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었다. 인터넷 비용뿐 아니라 교사들은 학생을 대면하지 않음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야 하는 일이 잦아 핸드폰 통신요금 비용에도 부담을 느꼈다.
우리 학교는 교사가 직접 모듈 학습지를 만들어야 하기에 자료검색을을 위한 인터넷 접속 지원이 필요해요. 저번에는 100페소를 자비로 냈어요. 매주 수업하고, 매주 연락을 위한 통신비를 개인적으로 부담하고 있어요(교사1).
교사2는 교사들의 인터넷 사용을 위한 지원이 있었으나 매우 적었다고 하였다. 교사2는 2021년 11월에 선불카드를 학교로부터 받았으나 2022년 1월까지만 사용이 가능하였다. 또한 교사2가 속한 학교가 매우 큰 규모의 학교로 근무하는 교사가 150~170명이 있기에 각 개인 교사가 수업을 위한 지원을 받는 것이 매우 힘들다고 응답하였다. 몇몇 학교는 모듈 제작을 위해 프린트하는 프린트와 잉크가 부족한 경우도 있었다. 교사5의 학교에서는 기본적인 교구들은 학교에서 지원해주었지만, 교사2는 때때로 자비로 잉크와 종이를 구매하였다.
이에 비해 사립학교는 공립학교 교사보다는 더 많은 지원을 받았다고 답하였다. 사립학교인 교사6의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인터넷 사용이 자유롭도록 학교에서 인터넷 케이블 가입을 하여 교내 인터넷 사용이 자유로웠다. 하지만 학교에만 인터넷을 설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였다. 교사4는 재택근무로 수업할 때를 위해 학교에서 노트북을 지원받았지만, 인터넷 연결 비용 지원이 턱없이 적었다고 응답하였다. 재택수업을 위해 개인적으로 인터넷 케이블에 가입하였지만, 학교의 지원은 이에 미치지 못하였다고 답하였다.
학교에서 저희에게 인터넷 접속을 위한 지원금을 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매우 적은 금액이죠. 지난달에 인터넷 접속을 위해 월 2,000페소를 썼어요. 하지만 학교 지원은 이에 미치지 못해요. 2020/2021학년도에는 우리에게 1년에 500페소를 주었어요. 이번에는 1년에 1,000페소를 주었어요. 하지만 저는 한 달에 2,000페소를 쓰고 있어요(교사4).
종합하면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한 필리핀의 상황은 온라인 수업 시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와 맞물러 인터넷 연결 비용, 원격교육을 위한 교구 제작 비용, 연락을 위한 통신비 지원도 매우 적거나 없어서 교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적은 지원으로 교사들은 어쩔 수 없이 자비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교사들은 팬데믹으로 인해서 업무가 급증하였다고 말하였으며, 급증한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특히 교사1, 교사2가 속한 지역 교육청에서는 교사가 직접 모듈을 작성할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교사1, 교사2는 모듈을 제작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했다.
저희가 직접 모듈을 작성해야 하기에 매우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교과서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여 모듈 할동지를 만들어야 해요. 한주의 모듈이 14페이지에 달하기 때문에 큰일 중 하나였어요(교사1).
우리는 모듈을 준비하는데 일주일 중 2일은 사용해요. 그리고 다른 2일은 모듈을 나누어주는 일을 하죠(교사2).
모듈을 작성하는 것뿐 아니라 프린트하여 묶음을 만드는 것도 부담스러운 업무이다. 교사1은 “우리는 매번 200개의 모듈 세트를 분류해야 해요. 이것은 매운 피곤한 일이지요.”라며 업무의 과중함을 강조하였다.
코로나19로 안전과 관련한 업무가 늘어났으며, 이런 일들은 긴급을 요하였기에 더 힘들었다고 응답하였다. “몇몇 문서는 교육부에서 빠르게 제출을 요구하는 문서예요. (중략) 특히 그런 문서들은 학생들이 언제 백신을 맞았는지와 같은 안전에 관한 내용이죠. 그러면 저는 빨리 학생들에게 연락하고 답변을 보내야 하죠”라고 교사1은 말하였다. 이외에도 학부모가 백신을 맞았는지 조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교사3, 교사4, 교사5도 이에 대해 언급하였는데, 교사5는 이를 “추가적인 책임”이라고 표현하였다. “추가적인 책임”에는 학생이 학습한 모듈 학습지를 챙기는 것, 학생의 안전 보고가 포함되었다. 교사5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학습한 모듈 학습지가 분실된 적이 있어 모듈 학습지를 보관하는데 주의가 요구되어 피로함이 높아졌다. 또한 교사4는 학생이 모듈 학습지를 학교에 내지 않을 때, 계속해서 학부모와 학생에게 연락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학생들을 관리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어요. 학생들이 과제를 내지 않으면 학부모에게 연락을 해요. 그리고 학생들이 과제를 내도록 독려해야 해요. 그들을 기다려야 해요.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해요. 팬데믹 이전에 과제를 내지 않으면 바로 0점 처리가 되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연락을 10번 해야 하는 식이지요. (중략) 담임교사라는 거의 콜센터라고 봐야 하지요. 은행의 24시간 서비스 센터와 비슷해요(교사4).
그 외에도 학생들은 교사의 근무 시간이 아닐 때도 연락하여 교사의 업무가 가중되기도 하였으며, 몇몇 학교에서는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 교수법을 위해 교사들이 참석해야 하는 세미나가 증가하여 업무가 가중되기도 하였다.
교사들은 장기간의 팬데믹 기간 동안 모듈 배부 방법 개선을 통해 학생의 교육 참여를 높이고자 하였다. 특히 자가 학습 모듈은 학부모가 학교에서 모듈을 받아 학생이 집에서 학습하는 것이 원칙인데, 학부모가 모듈을 받아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교사2, 교사3, 교사5의 학교에서는 배부 정책을 바꾸었다. 교사2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중등학교에서 제일 고학년인 12학년 학생은 학부모가 아닌 학생이 직접 모듈을 가지러 오는 것을 허락하였다. 교사3이 근무하는 학교는 학부모가 모듈을 받아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이 직접 학교에 와서 받아 가는 것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바꾸는 동시에 4분기마다 모듈을 수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때 최대한 접촉을 피하기 위해 모듈 학습지를 수거하는 박스를 만들어 교사를 직접 만나지 않고 교실 앞에 두고 놓고 가도록 하였다. 또한 교사5의 학교에서는 학부모가 매주 학교에 오는 것이 힘들어 원래 일주일에 한 번 모듈 배부하던 것을 격주로 바꾸었다.
처음에는 학부모가 직접 모듈을 받기 위해 학교에 왔었어요. 그러나 학부모가 일하는 경우 직접 오기 힘든 경우가 많았기에 학생이 오는 것을 허락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학생들이 직접 자가 학습 모듈을 받아 가고 있어요(교사3).
2주에 한 번 주기로 모듈을 배부하게 된 주요한 이유는 학부모들의 경제적 책임으로 바빠서 학교에 오기 것이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2주를 주기로 모듈을 배부하게 되었어요(교사5).
일부 교사들은 자가 학습 모듈을 가져가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교사가 학생의 집을 직접 방문하는 수고로움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손실을 막고자 하였다.
가끔은 학부모들은 그들의 일 때문에 바빠서 다음 날 자가 학습 모듈을 가지러 오기도 합니다. 아니면 제가 직접 학생의 집에 직접 방문하여 모듈을 전해 줍니다(교사1).
제 학생은 일하는 학생이 많은데, 일하는 학생들은 모듈을 가지러 오기가 힘들어요. 일하는 학생의 부모는 모듈을 가지러 오기 힘든 상황이 많아요. 그래서 이런 경우는 교사가 직접 집에 방문하여 모듈을 전해 줘요(교사2).
요약하면 자가 학습 모듈 배부를 위해 교사들은 모듈 배부 방식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교사 본인들이 수고로움을 감수하기도 하면서 학생들이 자가 학습 모듈을 받아 학습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교사들은 인프라의 부족으로 온라인을 활용한 교육이 힘들다고 응답하였음에도 학생들의 학습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온라인을 활용한 교수법을 시도하였다. 앞서 교사들은 학생들이 모듈 학습지를 공부하지 않고 베껴서 내거나 아무런 학습을 하지 않은 채, 백지로 제출한다고 언급하였다. 이에 교사들은 온라인을 활용한 새로운 교수법을 시도함으로 학생의 학습 손실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교사1은 다수의 교사는 하나의 교수법을 택하기보다 두 개 이상의 교수법을 사용함으로써 학생의 학습 손실을 막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하였다.
교사들은 팬데믹 시기 학생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각기 다른 전략을 사용합니다. 몇몇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을 시행하기도 하고요. 교육부에서 제공하는 학습지와 영상 파일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기도 합니다(교사1).
교사3의 경우에는 과제를 페이스북(Facebook) 그룹 채팅을 통해 내주고 학생들이 제출하도록 하였다.
저희 교사는 어떻게 학생들의 학습을 도울지 고민해요. 저는 페이스북을 활용해 영어 숙제를 주었어요. (중략) 예를 들면, 영문 시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이 있어요. 원래는 학생들이 시를 적어서 제출하는 방식이죠. 하지만 저는 페이스북을 이용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였어요. 시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다른 학생들과 공유하도록 하였어요(교사5).
그중 교사2는 적극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도입하고자 하였다. 정부에서 제시한 꾸무스타한을 도입한 것이다. 꾸무스타한은 학생을 주기적으로 온라인으로 만나 안부를 묻고 학습을 보충하는 것이다. 꾸무스타한의 실시 여부는 교사에게 달려있으며 의무적인 사항은 아니다.
저는 팬데믹으로 뉴노멀이 시작되고 일 년이 지나서 꾸무스타한을 시행하기로 결심했어요. 왜냐하면 학생들의 학업이 매우 걱정이 되었거든요. 저는 학생들에게 배움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했어요(교사2).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교사끼리도 확산되기도 하는데 교사2의 학교에서는 교사2가 시도한 새로운 방법이 다른 교사들에게도 퍼져 나이가 많은 교사를 제외하고 약 80%의 교사가 꾸무스타한을 시도하였다. 온라인으로라도 만나서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교사2는 요즘 근무 시간에는 구글 미트(Google Meet)를 켜놓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들어와서 질문을 하면 답을 해주는 시간을 가짐으로 학생들의 학업 손실을 줄이고자 하였다.
즉 인프라와 온라인 학습을 위한 지원이 부족함에도 교사들은 새로운 온라인 학습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는 필리핀에서 온라인 활용이 힘든 상황임을 고려하면 모순적인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온라인을 활용한 교수법이 학생들의 학습 손실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교사들은 원격교육에 대한 학교와 교육부의 지원 부족의 극복 방법으로 예산을 줄이는 나름을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교사1의 경우 학교에 교내 인터넷 연결망이 깔려있지 않아 온라인 수업을 위해서 자비로 인터넷 사용 선불카드를 구매해야 했기 때문에 비용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교사1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주로 줌(Zoom)보다는 구글 미트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였다.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경험적으로 줌 플랫폼보다 구글 미트가 인터넷 연결 선불카드의 금액을 적게 차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몇몇 학교는 원격교육을 위한 온라인 유로 어플리케이션을 구독해주었지만 이를 지원하지 않는 학교도 있으며, 이 경우 교사들은 구글과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무료 어플리케이션을 적극 활용하였음이 보고되었다. 특히 교사들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구글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함으로 비용을 아끼고자 하였다. 교사2는 “저는 구글 앱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팬데믹 전에는 전혀 몰랐던 것이죠.”라고 말하며 구글이 제공하는 구글 클래스룸, 구글 미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하였다.
학교에서 단체 공지를 하거나 온라인으로 모듈을 배부하는 경우 교사들은 페이스북 메신저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은 필리핀에서 통신사의 프로모션 정책 때문에 무료 접속이 가능해 별도의 연결비용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교사들은 학교에서 지원되지 않는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통해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관련 무료 어플리케이션 뿐 아니라 교사3의 학교에서는 모듈 프린트를 위한 용지가 부족하였는데 이로 온라인으로 모듈을 배부하는 것으로 전환하였다. 학생의 약 80%가 모듈 학습지를 온라인으로 받아보고 있는데 이는 학교에서 종이를 사용하는 예산의 부족으로 생긴 변화이다.
이런 말을 해서 유감이지만 우리 학교는 2021/2022년에 모듈을 위한 종이를 따로 받지 못했어요. 교사들은 스스로 종이를 마련해야 했지요. 그래서 우리는 학생들에게 온라인 모듈을 택하도록 독려했어요. 현재는 인터넷 연결이나 기기가 없는 학생을 제외하고는 온라인 모듈을 신청했어요(교사3).
요약하면 교사들은 무료 어플리케이션, 무료 채팅 기능을 이용하여서 학교로부터 지원받지 못하는 부족을 메꾸고자 하였다. 또한 개인의 노하우, 온라인 모듈 독려를 통해서 예산을 절감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였다.
이상 팬데믹 시기 필리핀 교사들의 원격교육 실천 경험에서 나타난 교사 행위자성에 대해 여기서는 Archer(2000)가 제시한 형태발생론적 주기에 비추어 해석하고자 한다. 형태발생론적 주기란 분석적 이원론에 기반하여 사회 구조와 행위 주체를 분리하여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이성회·정바울, 2015).
주기의 첫 번째는 구조적 조건화이다. 구조적 조건화는 행위 주체에 앞서 선재하는 구조로 개인의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 결과에서 팬데믹으로 인해 교사들이 겪은 어려움이 구조적 조건화에 해당한다. 연구 결과에서는 교사의 어려움을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무관심으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 부재를 경험하였다. 필리핀에서 시행한 원격교육으로 주로 자가 학습 모듈이 시행되었는데, 자가 학습 모듈은 학부모가 학교에서 직접 자녀의 모듈 학습지를 수령해야 자녀의 학습이 가능했지만 학부모들이 생계나 자녀 교육에 대한 무관심으로 모듈을 받아 가지 않을 때가 있으며 이때 학생들은 학습의 부재에 놓이게 되었다. 두 번째로 교사들은 원격교육을 위한 인프라와 학교 지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필리핀의 환경에서 안정적인 인터넷 사용이 어려우며 이러한 문제는 비용 문제로도 직결되었다. 심지어 몇몇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모듈 배부를 위한 용지 지원조차 어려울 때가 있었다. 교사들은 코로나로 발생하는 추가적인 통신 비용 또한 직접 감당해야 했다. 마지막으로는 코로나로 인해 급증한 업무로 어려움을 겪었다. 팬데믹 시기에 교사들은 “추가적인 책임”을 감당해야 했다. 모듈을 직접 작성하거나 배부하는 것에 교사들은 부담을 느꼈으며, 학생들의 안전을 관리하기 위해 추가적인 업무가 주어졌다.
형태발생론적 주기에서 구조적 조건화 다음에 발생하는 것은 사회적 상호작용이다. 사회적 상호작용 단계에서 행위자는 자신의 능력과 기술을 발휘하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이다. 또한 이 시기에 행위자는 개인적, 관계적 성찰을 하게 된다. 사회적 상호작용 단계는 교사들의 극복 전략과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다. 교사들을 팬데믹 시기에 교육을 시행하며 자체적으로 모듈 배부 방법의 변화를 꾀하였다. 자가 학습 모듈의 배부 주기가 원래 1주일이었던 것을 2주, 혹은 분기로 바꾸고 학부모가 아닌 학생이 모듈을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하였다. 심지어는 가정방문을 하여 교사가 직접 학생에게 자가 학습 모듈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다음으로는 온라인 교수법을 시도하였다. 자가 학습 모듈로 인한 학습 손실을 온라인을 통한 추가 과제나 온라인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하여서 줄이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 교사가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비용을 줄이고자 하였다. 교사들은 학교와 교육부의 부족한 지원으로 교육을 위해 자비 부담을 해야 했는데, 무료 어플리케이션 사용, 온라인을 통한 자가 학습 모듈의 배부, 비교적 적게 인터넷 데이터를 사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자 하였다. 이러한 교사들의 노력은 교사가 팬데믹 시기 교육을 실천하며 성찰한 결과이다.
행위자성 실현에서 중요한 요소로 성찰이 제시되었다(이성회, 2021; Donati & Archer, 2015). 성찰은 구조와 개인의 매개자 역할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으로, 개인적 성찰과 관계적 성찰로 나눌 수 있다. 사회적 상호작용 단계에서 나타난 성찰을 살펴보면 개인적 성찰은 필리핀의 교사가 스스로 24시간 콜센터 직원과 같다고 비유하는 것에서 교사 역할에 대한 성찰이 엿보인다. 팬데믹 시기의 교사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금 개인적 성찰을 통해 돌아본 것이다. 관계적 성찰로는 서로의 교수법에 대해서 공유한 것이 대표적이며, 한 학교에서는 한 명의 교사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확산되어 시행된 것을 볼 수 있었다. 필리핀 교사의 관계적 성찰은 비공식적으로 일어났는데, 한국 교사들이 팬데믹 시기 학습공동체를 적극 활용한 것과는 상반된 현상이다(이의재·제성준·윤현수, 2020). 이는 다른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에서도 팬데믹 시기 교사 학습공동체를 위한 움직임이 있었으나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연구와 같은 결과로(고봉청·김현진, 2022), 공식적인 교사 학습공동체 부족이 필리핀에서도 나타남을 보여준다.
사회적 상호작용 단계에서 나타난 온라인을 교수법 활용도 주목할 만하다. 필리핀 교육부는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원격교육의 주요 방법으로 온라인 수업보다는 자가 학습 모듈 시행에 집중하였으며, 교사들 또한 인터넷 인프라 부족을 팬데믹 시기의 주요 어려움으로 꼽았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학생들의 원격교육을 위해 온라인 학습을 활용한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는 온라인 학습이 힘든 필리핀과 같은 환경이라도 학생들의 학습 손실을 막을 수 있는 주요한 교수법으로 고려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형태발생론적 주기의 마지막 단계는 구조적 정교화 단계이다. 이 단계는 이전의 구조적 조건화,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과가 나타나는 단계이다. 구조적 조건이 변화하거나 혹은 유지되는 상태로 나타날 수 있다. 필리핀 교사들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구조적 정교화를 시도하여 학생들의 팬데믹으로 인한 학습 공백을 메꾸고자 하였다. 하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교사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가져온 결과는 미비하였다. 학생의 학습 공백이 교사의 노력으로 줄어든 것은 맞으나, 팬데믹으로 인한 강력한 정책적 변화나 지원을 가져오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구조적 정교화 단계에서 교육부의 정책변화와 같은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 것은 팬데믹의 강력한 영향력과 필리핀 교사 행위자성 발휘가 비교적 순응적인 성격이라는 것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교사들은 지원 부족으로 자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만,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학교나 교육청에 요청하기보다는 자발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전략을 택하고 있었다. 교사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원격교육 질 향상에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Beltman, Hascher, & Mansfield, 2022)에 비추어보면, 교사에 대한 지원을 늘리도록 하는 것이 학생의 학습을 높이는 더 나은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교사들은 스스로 비용을 줄이는 전략을 택하였는데, 이는 필리핀의 경제적 상황에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움을 미리 알고 체념하여서 개인적 비용을 줄이는 전략을 택한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때 교사 행위자성이 발휘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교사 행위자성은 진취적 행동처럼 겉으로 드러난 양상만으로 판단하기 힘들며, 때로는 전략적인 순응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소경희·최유리, 2018). 즉 비용 줄이기 전략은 교사의 내면에서 협상한 전략적 순응의 행위일 수 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추후 필리핀과 필리핀을 포함한 개발도상국의 교육에 대해서 제언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교사 행위자성의 적극적 발휘를 돕기 위해서는 교사의 학습공동체 지원이 필요하다. 필리핀의 교사들은 비공식적인 소통을 통해 팬데믹 시기 교사 행위자성을 발휘하였지만 공식적인 학습공동체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였다. 공식적인 교사 학습공동체는 교사들의 관계적 성찰을 활발하게 하여 교사 행위자성을 발휘를 도울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낮은 교사 학습공동체의 지원은 고봉청·김현진(2022)의 연구에서도 언급된 적이 있는바 필리핀뿐 아니라 다수의 개발도상국에서도 교사 학습공동체가 활발하게 시행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개발도상국 전반에서 교사 학습공동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둘째, 원격교육에서 교사 행위자성을 고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원격교육은 정부에서 주어진 정책이며 교사는 이를 수행하는 존재로 여겨지곤 했다. 하지만 필리핀 교사들은 원격교육에서 다양한 교수법을 정책적 강요없이 스스로 시행하였다. 이는 추후 개발도상국 원격교육 정책과 지원에서 교사들의 수요와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교사들은 스스로 다양한 원격교육 교수법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으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제시한 교사 학습공동체 장려와 원격교육 시행에서의 교사 행위자성 고려는 한국의 공적개발원조 정책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한국은 현재 필리핀을 포함한 개발도상국의 교육 지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ODA Korea, 2023). 공적개발원조로 원격교육과 관련한 지원으로 교사지원 또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공적개발원조 지원 시 개발도상국 교사들의 교사 행위자성을 간과하지 말아야 하며, 교사들에게 단순히 기술을 배우도록 하는 것을 넘어 학습공동체 형성과 원격교육에 대한 주체성을 가지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서울대학교 미래기초학문분야 기반조성사업으로 지원되는 연구비에 의하여 수행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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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명: 유성상 (Yoo, Sung-Sang)
소 속: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연구원
연 락 처: sungsang@snu.ac.kr
연구분야: 국제비교교육, 교육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