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장년 여성 성인학습자의 4년제 대학 진학 경험에 담긴 사회문화적 의미 탐색
초록
본 연구는 4년제 대학 학부과정에 재학 중인 중장년 여성 성인학습자를 대상으로, 이들의 대학 진학 경험에 담긴 사회문화적 의미를 탐색하였다. FGI를 통해 수집된 자료를 주제 분석한 결과, 4년제 대학에 진학과 학습경험은 단순한 교육 성취를 넘어 가족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정당화하고 사회적으로 승인받는 근거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참여자들은 대학 진학 이후의 학습경험을 통해 ‘엄마’와 ‘아내’ 중심의 관계적 정체성에서 벗어나, 제도적으로 승인된 ‘학습 주체’로 자신을 재위치시키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었다. 또한 대학은 학습공동체를 통한 관계 기반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가족 및 세대 간 관계 속에서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재조정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한편, 대학 진학은 즉각적인 성취를 보장하는 수단이라기보다, 연령과 건강, 노동시장 조건을 고려한 가운데 선택 가능성을 유지하게 하는 상징적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본 연구는 중장년 여성 성인학습자의 4년제 대학 진학 경험을 학습 참여의 결과가 아닌, 사회적 인정, 정체성 재구성, 관계 재편의 과정으로 맥락화함으로써 성인학습연구 및 고등평생교육 정책 설계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Abstract
This study explores the sociocultural meanings embedded in the undergraduate experiences of middle-aged women adult learners enrolled in universities in South Korea. Drawing on qualitative data from focus group interviews, the findings demonstrate that undergraduate experiences function not merely as a means of educational attainment but also as symbolic resources for social recognition and self-legitimation. Through university studies, participants reconstructed their identities from relationship-centered roles—such as mothers and wives—into institutionally recognized subjects of learning. University participation also enabled relationship-based learning through peer communities and facilitated the reconfiguration of family and intergenerational relationships. While undergraduate education was perceived as opening future possibilities, participants simultaneously exhibited a realistic awareness of constraints related to age, health, and labor market conditions. By situating undergraduate experiences within their sociocultural contexts, this study contributes to adult learning research and offers implications for adult-friendly higher education and lifelong learning policies.
Keywords:
middle-aged women, adult learners, undergraduate experiences, sociocultural meanings, higher lifelong education키워드:
중장년 여성, 성인학습자, 4년제 대학 진학, 사회문화적 의미, 고등평생교육Ⅰ. 서론
최근 평생학습 진흥과 고등평생교육 정책의 확대에 따라 성인학습자가 고등교육에 진입할 수 있는 경로는 과거보다 매우 다양해졌다. 방송통신대학교, 사이버대학, 학점은행제 등 대안적 고등교육 경로뿐 아니라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LiFE)의 확산으로 특성화고졸 재직자전형, 만학도전형 등 성인친화적 입학 제도가 신설되면서, 성인학습자도 4년제 대학의 학부과정에 진학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한국교육개발원(2023)의 교육통계서비스(KESS)에 따르면 최근 10여 년간 25세 이상 성인의 대학 진학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사회복지, 경영, 상담 등 성인학습자의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전공을 중심으로 중·장년층 재학생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다양한 학위 취득 경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상당수의 성인학습자가 4년제 대학 진학을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교육 참여의 증가로만 이해되기 어렵다. 성인학습자가 굳이 시간, 경제적 부담이 큰 4년제 대학의 주간 학부과정 진학을 선택하는 결정은, 제도적 접근성이나 효율성의 문제를 넘어, 개인이 처한 사회적 위치와 생애 경험, 그리고 대학 학위가 갖는 사회적 상징성에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이들의 대학 진학 경험은 개인의 합리적 선택을 넘어,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해석될 필요가 있다.
한편, 한국 사회에서 대학은 오랫동안 취업과 사회적 지위 획득을 위한 통과의례적 장치로 기능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학 학위는 여전히 사회적 평가와 이동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인식되며, 성인기 이후의 학습 선택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존 학력주의와 학벌주의 연구는 교육수준을 의미하는 ‘학력’과 대학서열을 의미하는 ‘학벌’이 분리되기보다 상호 결합된 형태로 작동하며, 대학이 계층 재생산 구조 속에서 지위 획득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기능해 왔음을 지적한다(김안국 외, 2017; 박휴용, 2018; 이상호·김안국, 2018). 이러한 맥락에서 청년층에게 대학은 노동시장 진입을 위한 라이선스이자 필수 스펙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강하다(오제연, 2022). 그러나 성인학습자, 특히 중장년 여성의 대학 진학은 청년층의 그것과 동일한 논리로 설명되기 어렵다. 중장년 여성은 생애 전반에 걸쳐 돌봄과 가사, 경력단절 등 구조적 제약을 경험해 온 집단으로(박지애·이경희, 2019; 배나래, 2022; 엄미란, 2019; 채재은·이지혜, 2019), 이들의 고등교육 진입은 다른 성인학습자 집단과 구별되는 맥락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일부 연구들은 이들의 대학 진학을 단순한 직업적 수단이 아니라, 생애과정에서의 단절 경험과 사회적 경험의 변화 속에서 해석할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김소연, 2025; 박지애·이경희, 2019; 배나래, 2022). 또한 성인학습자의 대학 진학이 취업이나 자격 취득과 같은 도구적 목적에 국한되지 않고, 자기계발이나 생애 재설계와 같은 다양한 내적 동기와 결합되어 나타난다는 점도 반복적으로 보고되어 왔다(김소연, 2025; 박희숙·문영미, 2023; 신미애, 2025).
최근에는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다양한 고등교육 경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성인학습자들이 동일한 학위 수준을 획득할 수 있는 다른 경로가 아닌 4년제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지에 주목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주지혁, 2025). 이는 성인학습자의 대학 선택이 단순한 학력 취득을 넘어, 대학이라는 제도화된 공간이 지니는 학벌적 상징성과 사회적 인정 구조와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탐색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기존 연구들은 주로 성인학습자의 참여 동기나 대학생활 적응, 학업 지속 여부 등 기능적·결과 중심의 분석에 머무르는 경향이 강했으며, 대학 진학이라는 경험이 성인학습자의 삶과 자기 인식 속에서 어떠한 사회문화적 의미로 구성되는지에 대한 심층적 탐구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강훈, 2018; 곽미선 외, 2019; 구유정·오석영·박수연, 2021; 김해정, 2025; 남경진, 2025). 이러한 맥락에서 중장년 여성 성인학습자의 4년제 대학 진학 경험을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탐구하는 것은 성인학습자의 고등교육 참여를 개인의 선택이나 제도적 접근성의 문제를 넘어, 학력과 학벌이 중첩되어 작동하는 질서 속에서 이들의 경험이 어떻게 의미화되고 재구성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이에 본 연구는 4년제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재학 중인 중장년 여성 성인학습자들의 대학 진학 결정 과정과 진학 이후의 대학 생활 경험을 심층적으로 탐색함으로써, 성인학습자의 고등교육 참여를 개인적 차원을 넘어 학력과 학벌이 교차하는 생애적 경험과 사회구조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성인친화적 대학 체제 구축 및 평생교육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다음의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첫째, 중장년 여성 성인학습자들은 왜 4년제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가?
둘째, 이들에게 4년제 대학 진학 경험은 어떤 사회문화적 의미를 가지는가?
셋째, 이들의 대학 진학 경험은 성인학습 및 평생교육 관점에서 어떤 시사점이 있는가?
Ⅱ. 이론적 배경
1. 성인학습자의 대학 진학과 대학 교육 참여
성인학습자의 대학 진학과 대학 교육 참여는 생애과정에서 형성된 학습 욕구와 더불어 경력 및 정체성을 재구성하려는 요구가 맞물리며 나타난다. 이는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나 교육 수요의 증가로만 설명되기보다, 특정 시점의 생애 전환과 사회적 위치 변화 속에서 대학 진학이라는 제도적 선택과 그 이후의 대학 교육 참여 경험이 갖는 의미가 재구성되는 사회문화적 과정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평생학습사회로의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대학은 전통적 학령기 중심 교육기관을 넘어 성인학습자를 포괄하는 평생학습 플랫폼으로의 기능 전환을 요구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성인학습자의 대학 진학 및 대학 교육 참여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고등교육 체제 전환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김해정, 2025; 박현진·조원환, 2024; 배영주, 2021). 특히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LiFE, LiFE 2.0)을 계기로 성인학습자 대상 단과대학 설치, 학사 유연화, 야간·주말·온라인 병행 운영 등 제도적 기반이 확대되면서 성인학습자의 4년제 대학 진학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성인학습자의 대학 진학을 예외적 경로가 아닌 고등교육의 한 축으로 재위치시키는 계기로 평가된다(남경진, 2025; 배영주, 2021; 홍성희, 2025).
선행연구에 따르면 성인학습자의 대학 진학 동기는 학위 취득, 자기계발, 자아실현, 사회적 인정, 노후 대비 등 복합적인 성격을 지닌다. 양적 연구를 중심으로 한 기존 연구에서는 학위 취득과 자기개발이 핵심적인 진학 동기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으며(강천국, 2025; 김영형, 2021; 최대훈, 2023), 질적 연구들은 성인학습자의 대학 진학 이후의 교육 참여 경험이 단순한 학습 활동을 넘어 정체성 변화와 삶의 의미 재구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강경리, 2017; 구유정·오석영·박수연, 2021; 김소연, 2025; 박선미, 2025). 특히 중장년층의 경우 청년기 미수행 경험이나 학습 중단에 대한 회복 욕구, 생애 재설계를 위한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박지애·이경희, 2019; 배나래, 2022). 이는 성인학습자의 대학 진학이 다차원적 동기와 경험을 포함하는 복합적 현상임을 시사한다.
성인학습자의 대학에서 학습은 개인적 동기뿐 아니라 관계적·제도적 맥락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선행연구들은 사회적 지지, 교수 신뢰, 학습 환경, 제도적 지원이 학습 만족도와 학업 지속 의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며(강훈, 2018; 김경숙·김영애, 2025; 김나형·서하정·김찬원, 2025), 특히 중·장년 학습자의 경우 가족 지지와 또래 학습공동체의 존재가 대학 진학 이후 학업 지속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윤선응·이희수, 2022). 교수자의 돌봄과 피드백, 동료 및 가족의 정서적 지지, 선배 학습자의 정보 제공은 성인학습자의 학업 지속 동기를 강화하고 사회적 자본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는 관계적 자원으로 분석된다(남화영, 2024; 박혜경, 2021). 이러한 선행연구들은 성인학습자의 대학 학습이 개인의 의지나 동기만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관계적·제도적 조건에 의해 구조화된 사회적 실천임을 보여준다.
한편, 성인학습자들은 대학 진학 이후의 학습 과정에서 학습 부담, 역할 갈등, 연령 차이에서 비롯되는 위축감, 건강 문제 등 다양한 제약을 경험한다(박혜경, 2021; 윤혜순, 2018). 전공 기초 부족, 정보화 역량의 한계, 평가 방식에 대한 부담 등 대학 교육 참여 과정에서의 학업적 어려움 또한 빈번히 보고되고 있으나(박지애·이경희, 2019; 안수경·김상돈·차채빈, 2023), 성인학습자들은 자기조절학습 전략, 자투리 시간 활용, 동료 간 비공식적 지원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며 학습 지속과 자기효능감 증진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명화, 2025; 채재은·이지혜, 2019). 이 과정에서 대학은 단순한 지식 전달의 공간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을 다시 이해하고 삶의 방향을 재정립하는 제도적 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
종합하면, 성인학습자의 대학 진학과 그 이후의 대학에서의 학습 참여는 다차원적 의미를 갖는 복합적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특히 중장년 여성의 4년제 대학 진학과 교육 참여는 다양한 고등평생교육 경로 중에서도 사회적으로 가장 제도화된 학력 체계 안으로 다시 진입하는 선택이라는 점에서, 학습의 의미가 개인적 성취를 넘어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분석될 필요가 있다.
2. 학위에 대한 사회문화적 의미
한국 사회에서 학위는 단순한 교육 이수의 결과를 넘어 개인의 사회적 지위, 정체성, 그리고 사회적 인정 가능성을 규정하는 상징적 자원으로 기능해 왔다. 학위의 의미는 개인의 합리적 선택만으로 설명되기보다, 사회적으로 축적된 가치와 규범, 그리고 제도화된 학력 질서 속에서 형성된 문화적 기대에 의해 구성된다. 학력주의와 크레덴셜리즘은 고등교육의 대중화 이후에도 약화되지 않은 채 노동시장과 사회 전반에 깊이 내재되어 있으며, 이는 성인기 이후의 학습 선택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오제연, 2022; 최선주, 2016). 이상호·김안국(2018)은 학력이 능력의 직접적 지표라기보다 사회적으로 신뢰가능한 신호로 작동하며, 고용·승진·직업 안정성·사회적 인정의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는 학위가 개인의 실제 역량과 무관하게 사회적 평가와 기회 배분을 매개하는 문화적 장치임을 보여준다.
기존 학력주의와 학벌주의 연구들은 학위 수준이라는 형식적 학력 자체보다, 해당 학위를 부여한 교육기관의 위계와 사회적 명성이 개인의 삶의 기회 구조를 차별적으로 구성한다는 점에 주목해 왔다(김안국 외, 2017; 김진영, 2022; 박휴용, 2018). 이들 연구에 따르면, 학력은 교육연한이나 학위 수준을 의미하는 개념인 반면, 학벌은 해당 학위가 수여되는 대학의 서열과 제도적 신뢰가 결합된 사회적 평가 체계를 가리킨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 두 요소가 분리되기보다 상호 연동된 형태로 작동해 왔으며, 학력주의와 학벌주의는 단순히 교육 제도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생애 선택과 사회적 위치 인식, 나아가 자기 이해의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화적 구조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학위 질서의 작동 방식은 부르디외의 문화자본과 상징자본 개념을 통해 이론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 부르디외는 학위를 제도적으로 승인된 문화자본이자 사회적 구별과 위계를 재생산하는 상징자본으로 보았다(Bourdieu, 1984).
학벌주의 연구는 특정 교육기관에서 획득한 학위가 개인의 사회적 위치와 상징 자본을 차별적으로 구성하며, 그 효과가 생애 전반에 걸쳐 지속된다는 점을 강조한다(송찬기, 2023; 오제연, 2022; 이상호·김안국, 2018). 이는 학위가 ‘무엇을 배웠는가’의 문제라기보다, ‘어디에서 학위를 취득했는가’라는 질문과 결합될 때 더욱 강력한 사회적 의미를 획득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성인학습자가 이미 사이버대학, 학점은행제, 평생교육원 등 다양한 대안적 고등교육 경로가 제도적으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4년제 대학 학부과정을 선택하는 현상은, 학력 수준의 확보뿐 아니라 학벌이 지니는 제도적 위계와 사회적 승인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선행연구들은 성인학습자들이 결국 다시 제도화된 4년제 대학으로 회귀하는 현상을 한국사회에서 학벌주의 질서가 성인기 이후에도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한다(나혜원·장은지, 2019; 박종석, 2018; 서재영·이상은 2022). 즉, 성인기 이후의 대학 진학 역시 학력주의와 학벌주의 질서의 영향권 밖에 있지 않으며, 오히려 그 질서가 생애 후반기에도 재구성되고 내면화되는 양상을 드러낸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성인학습자의 학위 취득은 개인적 성취를 넘어 사회적 배제와 열등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중장년층에게 학위 취득은 과거의 학력 결손을 보완하고 사회적으로 정상성을 회복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사회적 비교에서의 위축 완화, 자기 정당화, 자존감 회복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박지애·이경희, 2019; 엄미란, 2019; 최선주, 2016). 선행연구들은 한국 사회에서 학위 프리미엄이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산되고 있으며, 학위가 개인의 삶의 위치를 재조정하는 강력한 상징 자본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김안국 외, 2017; 송찬기, 2023). 또한, 학위는 성인학습자의 삶을 재정당화하는 제도적 장치로 작동한다. 다양한 고등교육 경로가 제도적으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4년제 대학 학위가 지닌 상징적 위계와 제도적 신뢰성은 여전히 다른 학습 경로와 뚜렷하게 구별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왔다(김진영, 2022; 박휴용, 2018). 이러한 연구들은 학력주의와 학벌주의가 청년기 교육 선택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성인기 이후의 학습 선택과 삶의 전략 속에서도 구조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중장년 여성 성인학습자의 4년제 대학 진학 경험은 학력과 학벌이 결합된 학위 질서가 성인기 이후의 학습 선택과 삶의 의미 구성 과정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해석되고 재구성되는지를 탐색할 수 있는 중요한 분석 대상이 된다.
Ⅲ. 연구방법
1. 연구참여자
본 연구는 4년제 대학교 학부과정에 재학 중인 중장년 여성 성인학습자의 학습과정을 심층적으로 탐색하기 위해 포커스그룹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 FGI)를 실시하였다. 연구참여자는 수도권 소재 M대학교 만학도 전형을 통해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50대∼60대의 여성 5명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모두 20년 이상 직장·가사·돌봄을 병행한 경험이 있으며, 입학 전 다양한 학습 경로를 고려한 경험이 있으나 최종적으로 4년제 대학 입학을 선택한 공통점을 지닌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은 같은 전공 동기로서 최소 2∼6학기 이상 대학 생활을 경험한 상태로, 학업 과정에서 겪는 의미 구성과 정체성 변화를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학습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참여자는 목적표집을 통해 선정되었으며, 연구목적과 연구문제에 부합하는 경험의 풍부함, 의사소통 능력, FGI 참여 의지를 기준으로 최종 선정하였다(<표 1> 참고).
참여자에게는 연구의 목적, 절차, 익명성 보장 등에 대해 사전 안내를 실시하였으며, 동의서를 받은 후 인터뷰에 참여하도록 하였다. 연구 협조 요청에 대해 참여자들은 자신의 경험이 연구를 통해 의미 있게 기록될 수 있다는 점에 긍정적으로 반응하였으며, 특히 같이 공부하는 동기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해 기대감을 표현하였다.
2. 자료수집 및 분석방법
자료수집은 2024년 11월 총 2회에 걸친 포커스그룹인터뷰(FGI)를 통해 이루어졌다. 각 회기당 인터뷰는 90∼120분 내외로 진행되었으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참여자의 자유로운 진술을 유도하기 위해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활용하였다. 본 연구는 중장년 여성 성인학습자의 대학 진학 경험이 지닌 사회문화적 의미를 심층적으로 탐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기에, 단일 회기의 면담보다는 반복적이고 누적적인 인터뷰 설계를 통해 경험의 맥락과 의미가 점진적으로 확장·심화되도록 자료수집을 구성하였다. 1차 인터뷰는 연구참여자들의 대학 진학 배경과 대학에서 학습 과정 초반의 경험을 중심으로 개인의 생애 맥락과 학습 동기를 폭넓게 탐색하는 데 목적을 두었으며, 주요 질문 내용은 4년제 대학 진학을 선택하게 된 배경, 대학생 이전의 삶, 입학 이후 대학 생활, 전공 학습 경험 등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하였다. 2차 인터뷰는 1차 면담에서 도출된 주요 주제를 바탕으로 대학 학위 및 대학생 경험의 의미, 관계 변화, 정체성 인식, 학위 이후의 기대와 한계를 심화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와 같은 2회기의 인터뷰 구조는 제한된 시간 내에서도 참여자들의 초기 진술을 재검토하고, 경험의 의미를 재구성·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료의 심층성과 해석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였다.
인터뷰는 연구자가 사회자의 역할을 맡아 진행하였으며, 참여자의 동의를 얻어 녹음하였다. 포커스그룹인터뷰의 집단 역동을 고려하여 연구자는 특정 참여자의 발언이 과도하게 강조되거나, 반대로 일부 참여자가 침묵 상태에 머무르지 않도록 발언 기회를 균형 있게 배분하고, 의견 동조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각자의 경험이 달라도 괜찮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환기하며 다양한 진술이 드러날 수 있도록 조정하였다. 또한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개별 발언을 강요하지 않고, 참여자가 준비되었을 때 자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정서적 여유를 제공하였다. 이러한 연구자의 조정에 대해 참여자들은 비교적 적극적으로 반응하였으며, 상호 공감과 지지를 표현하며 경험을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연구참여자 수가 5명으로 제한되어 있으나, 동일 전공·동일 학년이라는 집단적 특성을 바탕으로 참여자 간 상호작용이 활발히 이루어졌으며, 반복적으로 유사한 경험과 의미가 확인되는 지점에서 주제의 안정성이 확보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인터뷰의 총 시간이나 횟수보다는, 반복 면담을 통해 확보된 정보의 풍부성과 의미 포화 수준을 중심으로 자료의 충분성을 판단하고자 하였다.
모든 인터뷰는 전사하여 텍스트 자료로 변환하였다. 부가적으로 참여자들이 언급한 학습노트, 카카오톡 학습모임 대화 내용 등 상황적 맥락 파악에 필요한 보조자료도 비공식적으로 참고하였다.
자료 분석은 Braun & Clarke(2006)의 주제 분석 절차를 준용하여 여섯 단계로 수행하였다. 주제 분석은 수집된 질적 자료 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의미 패턴을 체계적으로 식별·분석·보고하는 방법으로, 중장년 여성 성인학습자의 4년제 대학 진학 경험에 내포된 사회문화적 의미를 도출하는 데 적합하다.
먼저, 자료 숙지 단계에서는 FGI 전사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며 전체적인 의미 구조와 경험의 흐름을 파악하였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는 발화의 맥락과 정서적 뉘앙스를 함께 고려하며 초기 메모를 작성하였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참여자의 진술 중 의미 있는 문장과 구절을 중심으로 개방코딩을 실시하였다. 이때 참여자들의 생생한 언어와 생애 맥락이 보존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참여자의 표현을 유지한 상태로 코드를 생성하였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초기 코드들 사이에서 유사하거나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의미를 비교·통합하여 하위 범주와 잠정적 주제를 구성하였다. 이 과정에서는 참여자 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경험뿐 아니라, 특정 참여자의 진술에서 반복적이고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핵심 의미 또한 중요한 분석 단서로 고려하였다. 네 번째 단계에서는 도출된 주제들이 자료 전체를 적절히 설명하는지, 주제 간 중복이나 의미의 모호성이 없는지를 검토하며 주제를 정교화하였다. 다섯 번째 단계에서는 각 주제가 지닌 핵심 속성과 의미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중장년 여성 성인학습자의 4년제 대학 진학 경험이 갖는 사회문화적 함의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주제 명칭을 확정하였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확정된 주제를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와 연계하여 해석하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제는 참여자들의 집단적 경험을 종합하는 방식으로 분석하였으며, 다른 일부 주제는 해당 의미를 가장 풍부하게 보여주는 정보 풍부 사례를 중심으로 경험의 맥락과 상징적 의미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전반에서는 연구자의 선 이해가 과도하게 개입되지 않도록 반복적 비교 방법을 활용하여 코드, 범주, 주제를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하였으며, 참여자의 실제 언어와 경험이 왜곡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특히 포커스그룹인터뷰의 집단적 진술 특성을 고려하여, 집단 합의적 발언과 개인적·독자적 경험을 구분하여 분석하고, 특정 참여자의 반복적·집약적 진술 역시 중요한 분석 단서로써 별도로 검토하였다. 이러한 분석 절차를 통해 최종적으로 다섯 개의 핵심 주제가 도출되었다.
3. 연구의 신뢰도와 타당도
본 연구는 수집된 자료의 신뢰성과 해석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질적 연구의 엄밀성 제고를 위한 다각적인 검증 절차를 적용하였다.
첫째, 연구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자료의 삼각검증을 실시하였다. FGI를 통해 수집된 구어체 전사 자료뿐만 아니라 연구자의 현장 메모, 참여자들의 사전 설문지 및 인적 배경 자료를 상호 비교 분석함으로써 해석의 객관성을 유지하였다. 또한, 분석 과정에서 연구자의 주관적 편견이나 선입견이 개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성찰적 메모를 지속적으로 작성하며 연구자의 태도를 견지하였다.
둘째, 해석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분석 결과의 일부를 연구 참여자들에게 다시 확인받는 참여자 검토과정을 거쳤다. 도출된 핵심 주제와 소주제들이 실제 참여자가 의도한 의미와 부합하는지, 경험의 본질이 왜곡되지 않았는지를 점검하여 연구자의 자의적 해석을 경계하였다.
셋째, 연구결과의 전이 가능성과 독자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참여자의 경험이 놓인 맥락을 심층적으로 기술하고자 하였다. 참여자의 발화를 단편적으로 인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발화가 이루어진 당시의 상황, 어조, 참여자 간의 상호작용 및 사회문화적 배경을 입체적이고 맥락적으로 상세하게 기술하였다. 이를 통해 중장년 여성 학습자의 경험을 실제와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였으며, 직접 인용구와 연구자의 해석적 분석을 유기적으로 배치하여 주제 도출의 논리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연구 과정 전반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료수집부터 코딩, 범주화, 주제 도출에 이르는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기록하여 연구 궤적을 남겼다. 이를 통해 본 연구의 절차적 타당성과 결과의 신뢰성을 담보하고자 하였다.
4. 연구윤리
본 연구는 연구참여자의 인권 보호와 윤리적 연구 수행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 진행되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중장년 여성 성인학습자들에게 연구의 목적, 절차, 질문 내용, 자료 활용 방식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후 자발적 참여 동의를 얻어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참여자에게는 자신의 경험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으며, 인터뷰 과정에서 언제든지 참여를 중단하거나 철회할 수 있음을 명확히 고지하였다.
자료의 처리에 있어 익명성과 비밀보장을 확보하기 위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모든 정보는 가명으로 대체하거나 삭제하였다. 인터뷰 녹음 자료와 전사본은 비밀번호로 보호되는 저장 장치에 안전하게 보관하고, 연구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하였다. 또한 참여자의 사적 경험과 감정이 존중될 수 있도록 인터뷰 상황에서 정서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였다. 특히 집단 면담 과정에서 특정 참여자의 발화가 과도하게 강조되거나 다른 참여자의 의견이 위축되지 않도록 연구자는 발언 기회를 균형 있게 조정하고, 다양한 관점이 존중될 수 있도록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본 연구자는 해당 대학에서 성인학습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수행한 경험은 있으나, 본 연구의 참여자들과는 해당 학기 수업·평가 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자는 면담 이전에 이러한 점을 명확히 설명하며, 연구자의 역할이 평가자나 지도자가 아닌 ‘경험을 경청하는 연구자’임을 분명히 하였다. 또한 연구자–참여자 간의 관계가 자료 생성과 해석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면담 과정에서 조언이나 판단을 유보하고 참여자의 진술을 존중하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러한 연구자의 위치성에 대한 명시적 인식과 관계 설정은 참여자의 자발성과 진술의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윤리적 장치로 기능하였다.
연구의 전 과정은 연구자가 소속된 대학교의 교육·연구윤리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여 수행되었다. 특히 질적 연구의 특성상 연구자의 관점과 경험이 자료 해석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반성적 기록을 병행하였다. 반성적 기록은 연구자가 연구 진행 중에 느낀 생각, 감정, 판단 과정, 선이해, 분석상의 고민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과정으로, 연구자의 가치관이나 해석적 편견이 참여자의 진술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이다(Lincoln & Guba, 1985). 이를 통해 연구자는 자신의 위치성과 해석의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성찰하며, 자료 분석 및 주제 도출 과정에서 이루어진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문서화하였다. 이러한 절차는 연구의 신뢰성과 윤리적 타당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Ⅳ. 연구결과
1. 4년제 대학 학위의 상징적 의미
연구참여자들에게 4년제 대학 학위는 단순한 교육 성취의 결과라기보다, 가족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평가되고 인정받는가와 연결된 상징적 자원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의 진술에서 학위는 개인 내부의 만족을 넘어, 타인의 시선이 작동하는 관계 장면에서 자신의 위치를 설명하고 재정의하는 기준으로 기능하였다. 이러한 의미 구성은 가족 관계, 사회적 비교, 자녀와의 상호작용 등 다양한 맥락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연구참여자들에게 4년제 대학 진학은 개인적 성취의 결과라기보다, 가족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인식되고 호명되는가와 밀접하게 연결된 경험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학위의 부재가 일상적 사회관계에서 반복적으로 위축감을 유발해 왔다고 진술하였으며, 이러한 경험은 가족 관계와 사회적 상호작용 전반에 걸쳐 누적되어 나타나고 있었다.
참여자 D는 남편의 사회적 모임에서 학력이 자연스럽게 비교·언급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것을 이야기했다.
“남편 모임에 가면 꼭 ‘와이프가 어느 대학 나왔대’ 이런 얘기 나오잖아요. 인사할 때마다요. 솔직히 위축되니까 ‘다음엔 나 데리고 가지마’ 이런 말도 하게 되고요.” (참여자 D)
이러한 진술을 통해 참여자는 자신의 학력이 타인의 시선 속에서 평가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학위가 개인 내부의 만족에 머무르기보다, 배우자의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자신을 설명하는 기준으로 경험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특히 참여자 D는 남편이 자신의 학력을 타인에게 설명하는 방식에서 느껴지는 부담과 긴장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학위 취득에 대한 욕구가 관계 속에서의 위축 경험과 맞닿아 형성되어 왔음을 드러냈다. 이러한 인식은 시댁과의 관계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났다.
“시댁은 다들 대학원까지 나오셨는데, 저는 맏며느리로서 늘 위축됐어요. 학위복 입고 사진 찍는 거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저걸 꼭 입어야겠다’ 그런 마음이 계속 있었어요.” (참여자 D)
이 사례에서 학위는 가족 내 위계와 비교의 맥락에서 자신을 설명하고, 관계 속에서 위축되지 않기 위한 근거로 인식되었다. 즉, 학위 취득을 위한 대학 진학은 가족 관계에서 형성된 위축감을 완화하고, 자신의 위치를 보다 분명하게 재인식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었다.
한편,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대학 진학의 의미는 또 다른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참여자 C는 자녀가 외부에서 자신을 ‘대학에 다니는 엄마’로 소개하는 경험을 통해, 대학 진학이 자신을 사회적으로 다시 호명하고 인정받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밖에서 ‘우리 엄마 대학 다녀’라고 말하더라고요. 그게 너무 뿌듯했어요. 괜히 제가 사람 대접받는 느낌이 들고요.” (참여자 C)
이러한 경험은 학위 취득을 위한 대학 진학이 개인의 자기만족을 넘어, 자녀를 매개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이 다시 인식되는 계기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장년 여성 학습자에게 대학 진학은 ‘엄마’라는 역할에 더해, 자녀 앞에서 존중받는 주체로 자신을 재인식하게 하는 경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에게 4년제 대학 학위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 위치 짓고 평가받는가와 관련된 중요한 기준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고학력화된 사회 환경 속에서 학위의 부재를 지속적으로 의식해 왔으며, 이는 일상적인 비교 상황에서 위축감을 경험하게 하는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참여자 A는 학력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향된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자신의 학위 부족이 타인과의 비교 장면에서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문제로 경험되어 왔음을 회고하였다.
“학력이 다들 높아진 사회잖아요. 그게 마음속에 계속 남아 있었어요. 채워지지 않는 게 있어서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참여자 A)
이러한 진술에서는 대학 진학이 즉각적인 결정이라기보다, 오랜 시간 누적되어 온 결핍 인식의 연장선에서 형성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여자 D 역시 대학에 진학한 이후, 사회적 비교 상황에서 느껴지던 위축이 이전과 다르게 경험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주변에 스펙 있는 사람들 보면 괜히 위축됐어요. 근데 대학 다닌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자존감이었어요.” (참여자 D)
이 사례는 ‘대학을 다닌다고 말할 수 있음’이라는 사실 자체가, 참여자에게 사회적 관계 속에서 위축을 완화하고 자신을 설명할 수 있게 하는 자원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대학 진학 경험이 가시적 성과 이전 단계에서도, 타인의 시선이 작동하는 장면에서 자신을 위치 짓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종합하면, 참여자들에게 대학 진학은 미래의 성취를 보장하는 수단이라기보다, 현재의 자신을 사회적 관계 속에서 어떻게 인식하고 설명할 수 있는가와 관련된 경험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학위 취득을 위한 대학 생활은 이들에게 관계 속 위축을 완화하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도록 매개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었다.
2. 대학 생활을 통한 자기정체성의 재구성
연구참여자들에게 대학 생활 경험은 기존의 역할 중심 정체성에서 벗어나 자신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식하게 되는 과정으로 경험되고 있었다. 참여자들의 진술에서 이러한 변화는 특정 사건에 의해 급격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쳐 누적되어 온 아쉬움과 미완의 욕구가 대학 생활을 통해 점진적으로 드러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참여자 C는 자녀 양육과 가족 돌봄에 집중해 온 삶을 되돌아보며, 그 과정에서 자신이 주로 관계적 역할 속에서 규정되어 왔다는 인식을 분명히 드러냈다.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면서 저에 대해서 많이 돌이키게 되면서 아쉬움이 계속 있고⋯ 내 이름 석 자를 쓸 수 있는 뭔가 이제 좀 이렇게 이름을 갖고 싶다.” (참여자 C)
이러한 진술에서 대학 진학은 새로운 능력을 획득하기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관계 속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인식을 다시 형성하는 계기로 경험되고 있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학생’이라는 제도적 지위는 참여자에게 자신의 위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누구의 엄마가 아니고 나 스스로에게 여대생이었고⋯ 나는 학번이 없었거든요. 그게 나한테 중요했어요.” (참여자 C)
여기서 학번은 행정적 표식이라기보다, 대학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았다는 경험을 상징하는 요소로 언급되고 있었다. 이는 ‘엄마’나 ‘아내’라는 관계적 호명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인식과 연결되어 있었다. 참여자에게 대학 생활은 학습 내용 이전에, 자신이 누구로 불릴 수 있는가와 관련된 경험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이와 유사한 변화는 참여자 D의 진술에서도 확인되었다.
“살림하고 애 키우는 게 제 일이었는데, 이제는 제가 뭘 배우는 사람이라는 게 생긴 거죠.” (참여자 D)
이 진술에서 학습자 정체성은 기존의 역할을 대체하기보다는, 그 위에 추가되어 자신을 설명하는 방식이 확장된 경험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참여자에게 학습은 하나의 활동이기보다, 자신을 인식하는 중요한 범주 중 하나로 경험되고 있었다.
일부 참여자들에게 대학 진학은 정체성의 변화와 더불어, 개인적 위기 상황을 견디는 과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나타나고 있었다. 참여자 B는 배우자의 질병과 그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 속에서, 대학 생활이 자신의 일상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하였다.
“남편이 좀 아팠었어요⋯ 굉장히 우울증이 와서 삶이 좀 무의미하게 느껴졌는데⋯ 그때 이제 공부하고 뭔가 좀 해서 이겨냈으면 해가지고 시작했는데 정말 이겨냈어요.” (참여자 B)
이 사례에서 학습은 여가 활동이나 시간 활용의 차원을 넘어, 일상의 균형을 유지하고 자신을 지탱하는 경험으로 언급되고 있었다. 참여자에게 대학 생활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선택이기 이전에, 당장의 삶을 유지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경험되고 있었다.
참여자 E에게 대학에서의 학습경험은 취업이나 경력 전환과 같은 가시적 성과보다는, 자신의 삶에서 미완으로 남아 있던 과정을 스스로 마무리하는 경험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 나이에 왜 하냐는 말도 듣는데, 저는 제 공부의 끝을 보고 싶었어요.” (참여자 E)
이 진술에서 대학 진학은 외부의 평가나 활용 가능성보다는, 개인적인 기준에서 ‘끝을 본다’는 경험으로 강조되고 있었다. 참여자 E는 연령에 대한 주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학습을 지속하면서, 자신이 아직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을 유지하고자 했다.
3. 4년제 대학이라는 공간의 사회문화적 상징성
연구참여자들에게 4년제 대학은 단순한 학습 장소라기보다, 자신을 ‘학생’이라는 지위로 인식하게 되는 공간으로 경험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대학이라는 공간에 소속됨으로써, 연령이나 기존의 가족·사회적 역할과는 다른 기준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경험을 중요하게 언급하였다. 이들에게 대학 공간은 일상에서 자신을 규정해 왔던 역할과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 장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캠퍼스를 오가고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듣는 일상적 경험을 통해, 과거에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다고 느꼈던 ‘학생으로서의 생활’을 현재의 삶 속에서 다시 경험하고 있다고 인식했다. 이러한 경험은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와 감정이 구체적인 일상 장면을 통해 표현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대학 생활에 대한 로망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 과잠(과 점퍼) 같은 것도 입었는데 이 대학 생활을 즐겨보자, 옛날에 못했으니까 지금이라도 해보자.” (참여자 C)
참여자 E 역시 체육대회와 같은 캠퍼스 활동을 언급하며, 대학 공간을 공부만을 위한 장소라기보다 학생으로서의 생활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캠퍼스 오늘 체육대회 하듯이 이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생활 자체를 이제 나도 한번 누리고 싶다.” (참여자 E)
이러한 진술에서 대학은 학습 내용 이전에, 학생으로서의 일상과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으로 나타났다.
대학 공간은 참여자들에게 연령, 직업, 가족 역할과 무관하게 동일한 기준 아래 놓인 ‘학생’으로 인식되는 장소로 경험되고 있었다. 참여자 D의 진술은 이러한 인식을 간결하게 보여준다.
“여기서는 나이 상관없이 그냥 학생이에요.” (참여자 D)
이 진술에서 참여자는 대학이라는 공간 안에서 자신의 나이나 기존 역할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경험을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대학은 참여자에게 평소의 사회적 위치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인식하게 만드는 공간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소속된 4년제 대학을 다른 성인 대상 학습 경로와 의식적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었다. 이들은 주변에서 성인학습자의 대학 진학이 대안적 경로로 인식되는 상황을 자주 경험해 왔다고 언급하며, 이에 대해 자신의 대학명과 소속을 명확히 밝히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공부한다고 하면 거의 사이버나 평생교육원으로 인식을 해요. ⋯ 아니라고 일반 대학이라고 얘기해요. 자부심을 가지고 ⋯ 대중들이 볼 때는 우리 성인 학습자 나이 들어서 공부할 때는 거의 사이버 평생교육원 이렇게 해 (거기랑은 다르다).” (참여자 D)
“저는 사이버나 평생교육원 같은 데는 안 갔어요. 여기 이거 대학이라니까 ⋯ 졸업장에 학위, 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 대졸 출신이거든요.” (참여자 C)
이러한 진술에서 ‘4년제 대학’은 참여자들이 자신의 학습 선택을 설명할 때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기준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대학의 유형을 구분해 말함으로써, 자신이 선택한 학습 경로의 성격을 보다 분명히 하고자 했다. 대학은 이들에게 단순한 학습 장소를 넘어, 자신의 현재 사회적 위치를 설명하고 정당화하는 준거로 작동하고 있었다.
4. 학습을 통한 관계와 사회적 위치의 재조정
연구참여자들에게 대학 생활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유지되는 과정이라기보다, 대학 안에서 형성된 관계 속에서 지속되고 조정되는 경험으로 인식되었다. 참여자들은 학업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또래 학습자와의 관계를 반복적으로 언급하였으며, 이러한 관계가 학습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일부 참여자들은 대학에서의 학습경험이 가족 및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다시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은 전공으로 연결된 학습공동체를 친목 관계를 넘어, 학업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의지하게 되는 관계로 인식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학습 과정에서 신체적 피로, 정서적 부담, 가정과 학업의 병행으로 인한 어려움을 반복적으로 경험하였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동료 학습자와의 관계가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로 언급되었다.
“언니하고 동생 아니었으면 저도 아마 이 자리에 없었을 거예요.” (참여자 C)
참여자 C는 휴학이나 학업 중단을 고민하던 시기에 동료 학습자들과의 관계가 학습을 이어가게 만든 중요한 배경이었다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관계는 개인적 위로에 그치지 않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봉사활동도 같이 다니고, 서로 의지하면서 같이 이렇게 어우러져 뭔가를 만들어가고 경험하고 이러고 있잖아요. 그러면서 학교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거예요.” (참여자 B)
이와 같이 참여자들은 같은 전공으로 형성된 학습공동체를 학업 과정을 함께 견뎌 나가는 관계로 인식하였으며, 학습을 지속하는 것이 개인의 의지보다는 관계 속에서 형성된 상호 경험과 지지에 의해 가능해진다고 이해하고 있었다.
대학에서의 학습경험은 일부 참여자들에게 가족 관계 속에서 자신이 인식되는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고 느끼게 한 계기로 언급되었다. 특히 자녀와의 관계에서 참여자들은 대학 진학 이후 대화 방식이나 상호작용에서 차이를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엄마는 요즘에 대학생이니까 엄마 우리보다 더 낫다 막 이러면서⋯ 애들하고 대화하면서 교양을 배우고 배려를 배우니까 애들을 대하는 거 이런 것들이 조금씩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참여자 A)
참여자 A는 대학에 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자녀들이 인식하게 되면서, 가족 내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과는 달라졌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는 학습을 통해 변화한 태도와 말투가 자녀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하였다.
참여자들의 대학 생활은 가족 관계를 넘어, 젊은 세대 학습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포함한 새로운 관계 경험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참여자 E는 대학에서 젊은 학습자들과 함께 과제와 학습 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학습 환경과 제도에 적응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고 설명하였다.
“젊은 애들하고 뒤떨어지지 않고 시스템화를 다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참여자 E)
이 진술에서 참여자는 대학이라는 공간 안에서 세대 차이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학습 활동에 참여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대학 생활이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계기가 되었다고 언급하였다.
5. 성취 기대의 유보와 선택 가능성 중심의 미래 인식
연구참여자들은 학위 취득 이후의 미래를 명확한 목표나 단선적인 성취로 설정하기보다는, 기대와 한계를 함께 고려하며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학위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연령과 건강 상태, 노동시장 진입의 현실을 함께 언급하며 학위 이후의 삶을 구체적으로 한정 짓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참여자들은 학위취득 이후의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지는 않았으나, 그 가능성이 곧바로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연령과 신체적 조건은 학위 취득 이후의 삶을 이야기할 때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요소였다.
“의욕은 있는데 몸이 안 될 것 같아요. ⋯ 졸업하면 70인데.” (참여자 A)
참여자 A는 학위 취득 이후의 미래를 포기하거나 부정하기보다는, 자신의 현재 조건을 기준으로 기대의 범위를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는 학위가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건강 상태와 연령을 고려해 이후의 선택을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처럼 참여자들은 학위를 절대적인 가능성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삶의 조건 속에서 의미를 재해석하고 있었다.
일부 참여자들은 학위 취득 이후의 성취를 취업이나 경력 전환과 같은 구체적 결과로 한정하지 않고, ‘해볼 수 있음’이나 ‘접근할 수 있음’의 수준에서 기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참여자 C는 학위 취득의 의미를 안정적인 직업 획득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설명하였다.
“취업은 안 될 것 같고요. 나이가 있어서⋯ 하지만 그래도 경험을 해보고 싶다.” (참여자 C)
참여자 C는 학위 취득 이후의 삶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기보다는, 이전에 시도하지 못했던 경험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와 유사하게 참여자 E 역시 학위를 통해 미래를 확정하기보다는,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고 싶다는 태도를 드러냈다.
“졸업장에서 그게 딱 필요했던 거예요. ⋯ 좋은 기회가 있으면 주어지는 거고 아니면 별다른 큰 건 없어요.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놓는 거죠.” (참여자 E)
참여자 E는 학위를 성취의 종결점으로 인식하기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기 위한 조건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학위 취득 이후의 삶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유지하고자 했다.
Ⅴ. 결론 및 시사점
본 연구는 4년제 대학 학부과정에 진학한 중장년 여성 성인학습자의 대학 경험을 중심으로, 이들이 대학 진학과 학습을 통해 어떠한 사회문화적 의미를 구성하는지를 심층적으로 탐색하였다. 특히 성인학습자의 대학 진학을 ‘학습 참여’나 ‘자격 획득’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조건 속에서 사회적 인정과 자기 위치를 재구성하는 경험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FGI 분석을 통해 도출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의 학문적·실천적 함의를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4년제 대학 진학 경험은 중장년 여성 성인학습자에게 단순한 교육 이수나 자격 획득을 넘어, 가족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정당화하고 다시 호명받기 위한 상징적 자원으로 경험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학위의 부재로 인해 일상적 관계 속에서 축적되어 온 위축감과 비교의 시선을 학위 취득을 통해 완화하고, 가족 내 위상과 사회적 평가의 맥락에서 자신을 다시 위치 짓고자 하였다. 이는 학위가 노동시장 성과 이전 단계에서도 이미 관계적·상징적 차원에서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성인기 이후의 학습 선택 역시 ‘학위 수준으로서의 학력’과 ‘해당 학위를 부여하는 대학의 위계로서의 학벌’이 결합된 학력·학벌 질서의 영향권 안에 놓여 있음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는 학력주의와 학벌주의가 성인기의 학습 선택과 삶의 전략에 지속적으로 작동함을 경험적 차원에서 확인한 기존 논의를 확장한다(박휴용, 2018; 이상호·김안국, 2018).
둘째, 대학 진학 경험은 중장년 여성 성인학습자의 자기정체성을 재구성하는 중요한 전환의 과정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엄마’와 ‘아내’라는 관계적 역할에 중심을 두었던 자기 인식에서 벗어나, 자신을 학습의 주체이자 독립적인 개인으로 재인식하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었다. 특히 본 연구는 학습이 단순한 자기계발이나 자아실현의 수단이 아니라, 상실과 공허의 시기를 통과하며 삶을 다시 조직하고 의미화하는 치유적 실천으로 경험되고 있음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이는 중장년 여성의 고등교육 참여를 정체성 회복과 재서사화의 과정으로 설명해 온 선행연구들과 맥을 같이 하면서도, 이러한 경험이 4년제 대학이라는 제도화된 학력·학벌 공간 안에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기존 논의를 보완한다(김소연, 2025; 배나래, 2022; 이명화, 2025).
셋째, 4년제 대학이라는 제도적 공간은 중장년 여성 성인학습자에게 중요한 사회문화적 상징성을 지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참여자들은 캠퍼스 경험, 학번 부여, ‘대학생’으로의 호명을 통해 나이나 기존의 가족 역할과 무관하게 학생으로 존재하는 경험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본 연구는 이러한 경험이 단순한 소속감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 ‘인정 가능한 학습자’로 자신을 위치 짓는 제도적 장치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성인학습자의 대학 선택을 접근성이나 편의성 중심으로 설명해 온 논의를 넘어, 제도화된 고등교육이 지니는 학벌 기반의 상징 자본과 제도적 신뢰가 학습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넷째, 전공을 매개로 형성된 관계 경험은 중장년 여성 성인학습자의 사회적 위치를 재조정하는 중요한 맥락으로 나타났다. 학습공동체는 학업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정서적 안전망이자 실질적인 관계 기반 학습 구조로 기능하고 있었으며, 가족 관계 역시 학습경험을 계기로 보다 수평적이고 상호 존중적인 방향으로 재구성되고 있었다. 이는 성인학습자의 학습 지속과 성취를 개인의 동기나 의지로 환원하는 접근의 한계를 드러내며, 관계적·사회적 자원이 학력·학벌 질서 속에서 학습경험을 매개하는 핵심 조건임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는 관계 중심 성인학습 논의를 경험적 수준에서 심화한다(박선미, 2025; 윤선응·이희수, 2022).
다섯째, 학위 취득 이후에 대한 인식은 명확한 성취 목표보다는 기대와 한계가 공존하는 ‘유보된 미래 인식’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학위 취득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연령과 건강, 노동시장 구조라는 현실적 제약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었다. 본 연구는 학위가 곧바로 사회적 이동이나 성취로 환원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선택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기 위한 상징적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기존 성과 중심 논의를 보완한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중장년 여성 성인학습자의 4년제 대학 진학 경험은 개인적 차원의 학습 선택을 넘어, 사회적 인정의 회복, 자기정체성의 재구성, 관계의 재편, 그리고 미래 가능성을 재사유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학위를 문화자본이자 상징자본으로 이해한 부르디외의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부르디외는 『구별짓기』를 통해 교육 자격과 제도적 소속이 개인의 능력을 직접 반영하기보다, 사회적 위계와 정체성을 가시화하는 상징자본으로 작동함을 지적한 바 있다(Bourdieu, 1984). 국내에서도 학력과 학벌이 능력의 지표라기보다 사회적 신호이자 위계적 구별 장치로 기능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논의되어 왔으며(김안국 외, 2017; 박휴용, 2018; 송찬기, 2023), 본 연구는 이러한 논의를 중장년 여성 성인학습자의 4년제 대학 진학 경험이라는 구체적 사례를 통해 경험적으로 확장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기존 연구가 학력과 학벌의 구조적 작동을 중심으로 설명해 왔다면, 본 연구는 그 기제가 중장년 여성의 일상적 관계와 생애 전략 속에서 어떻게 경험되고 조정되며 실천되는지를 미시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이러한 결과는 정책적·실천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성인학습자를 위한 4년제 대학 진학은 유연한 학습 경로 제공을 넘어, 학력과 학벌이 결합된 제도적 인정 구조 속에서 학습자의 사회적 지위와 정체성 회복을 지원하는 장으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결과, 중장년 여성 성인학습자에게 4년제 대학 학위과정은 단순한 교육 기회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승인된 학습자 지위를 획득하는 핵심 자원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대학은 성인학습자가 학부 대학생으로서의 소속감과 제도적 인정을 실질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학사 운영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성인학습자의 학업 지속을 개인의 동기나 의지에만 의존하지 않고, 관계 기반 학습 구조를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적 장치가 요구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또래 학습공동체와의 관계는 학업 중단을 예방하고 학습을 지속하게 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는 성인학습자 대상 고등교육 정책에서 전공 멘토링, 학습공동체, 또래 지원 체계를 선택적 프로그램이 아닌 제도적 지원 구조로 포함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셋째, 성인학습자의 학위 취득 이후 경로를 취업 성과 중심으로 평가하는 정책 관점에서 벗어나, 선택 가능성의 확장과 사회적 참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성과 지표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참여자들은 학위 취득 이후를 즉각적인 성취보다는, 연령과 삶의 조건 속에서 선택지를 유지하는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성인학습자 정책은 취업 여부 중심의 단선적 성과 지표를 넘어, 다양한 사회참여와 학습 연계 경로를 포괄하는 평가 관점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넷째, 평생학습사회 구축을 위한 고등평생교육 정책은 대안 경로 확대와 더불어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는 4년제 대학 학위의 상징성과 학벌 효과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관점을 함께 포함해야 한다. 본 연구는 성인학습자에게 여전히 4년제 대학 학위가 중요한 사회문화적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평생학습 정책이 비형식 교육 경로의 확대에 그치지 않고, 4년제 대학 학위과정이 성인에게 어떻게 접근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게 설계될 수 있을지를 함께 검토해야 함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중장년 여성 성인학습자 5명을 대상으로 한 FGI 자료에 기반하고 있어, 연구결과의 일반화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대학 진학 경험을 특정 시점에서 포착하였다는 점에서, 학위 취득 이후 삶의 변화까지를 충분히 조망하지는 못하였다. 후속 연구에서는 성별, 전공, 대학 유형, 학력과 학벌 위계가 상이한 대학 및 대학원 진학 경험을 포함한 비교 연구나, 학위 취득 이후의 삶을 추적하는 종단적 연구를 통해 성인학습자의 고등교육 경험을 보다 입체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의 확장을 통해 고등평생교육이 성인학습자의 삶과 분리된 제도가 아니라, 생애 맥락 속에서 의미를 획득해 가는 학습 과정으로서 논의가 심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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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속: 명지대학교 미래융합대학 창의융합인재학부 조교수
연 락 처: jykim0607@mju.ac.kr
연구분야: 경력개발, 성인학습, 평생교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