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애진로생성성(Life-career Generativity) 개념화: 생성성 이론과 진로발달이론의 통합적 탐색
초록
본 연구는 생성성 연구와 현대 진로발달이론의 공통영역과 설명의 공백을 통합적으로 검토하여, 생애진로생성성(Life-career Generativity)의 개념적 속성과 예비적 작동 구조를 재구성하였다. 기존 이론들은 변화의 영역과 조건은 설명해 왔으나, 동일한 사건이 개인마다 다른 변화를 낳아 방향 변형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였다. 이에 들뢰즈의 차이생성 개념을 제한적 해석 자원으로 원용하여, 생애진로생성성을 돌봄·생산·기여의 지향을 바탕으로 사건과 생성적으로 접속해 작은 차이를 산출하고, 이 차이가 성찰·실천·반복을 거쳐 삶과 진로의 방향 변형으로 이어지는 과정적 지향성으로 정의하였다. 이러한 작은 차이의 반복적 축적은 전환학습이 설명해 온 의미관점의 재구성과 맞닿으면서도, 뚜렷한 계기가 없이도 점진적·누적적 방향 변형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이는 설명의 초점을 사건에서 사건 이후의 생성적 접속으로, 분석 단위를 생성성의 상태에서 ‘작은 차이’로 이동시킨 데 의의가 있다. 이를 통해 진로발달을 평생학습 과정으로 이해하는 관점을 제안한다.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the shared conceptual domains and explanatory gaps between generativity and career development theories to reconstruct the attributes and structure of life-career generativity. Existing theories explain change but do not clarify why the same event produces different outcomes across individuals or how these outcomes transform life-career direction. Drawing on Deleuze’s concept of the production of difference, this study defines life-career generativity as a process-oriented disposition in which individuals oriented toward care, production, and contribution connect generatively with events to produce small differences that, through reflection, practice, and repetition, transform life-career direction. The accumulation of these differences aligns with transformative learning, enabling gradual, cumulative transformation without a distinct trigger. The explanatory focus shifts from events to post-event generative connections, while the unit of analysis shifts from a state of generativity to small differences. This reframes career development as a lifelong learning process.
Keywords:
life-career generativity, generativity, life-career direction, small differences, lifelong learning키워드:
생애진로생성성, 생성성, 삶·진로 방향 변형, 작은 차이, 평생학습Ⅰ. 서론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진로는 더 이상 특정 시점의 직업선택이나 경력결정으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급격한 사회변화와 불확실한 노동시장 속에서 개인은 생애 전반에 걸쳐 다양한 전환에 직면하며 삶과 진로를 지속적으로 재구성한다. 이에 따라 진로발달 연구는 직업선택 중심의 전통적 관점에서 벗어나 자기구성, 의미 형성, 관계적 맥락, 삶의 설계, 지속가능성, 나아가 우연과 비선형적 변화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 왔다(De Vos, Van der Heijden, & Akkermans, 2020; Guichard, 2005, 2009; Krumboltz, 2009; Patton & McMahon, 2014; Pryor & Bright, 2014; Savickas et al., 2009).
한편 생성성(generativity) 연구 역시 Erikson(2014)이 제시한 성인 중기의 발달과업 개념에서 출발하였으나, 본 연구는 최근 연구가 재해석해 온 대로 이를 특정 발달단계에 국한되지 않는 전 생애적 지향성으로 다룬다(McAdams & de St. Aubin, 1992). 이처럼 생성성과 진로발달은 모두 인간의 성장과 변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이론적 관점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두 연구 전통은 각각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사건이나 경험이 왜 개인마다 서로 다른 변화를 만들어내며, 그러한 변화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삶과 진로의 방향 변형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통합적으로 설명하지 못하였다. Erikson의 심리사회적 발달이론을 직업행동에 접목한 Munley(1975) 이후 생성성과 직업·경력의 관계를 다룬 연구들은 생성적 관심과 행동이 직무만족, 경력성공, 멘토링, 직무열의 및 삶의 의미와 관련됨을 보여주었다(Arnold & Clark, 2016; Clark & Arnold, 2008; Doerwald et al., 2021; Miranda-Chan & Nakamura, 2016; Wiktorowicz et al., 2022).
특히 현대인은 단일 조직에 종속된 경로가 아니라 여러 조직과 직무를 가로지르며 경력을 전개하며(Arthur & Rousseau, 1996), 그 경력의 주도권 또한 조직에서 개인으로 이동하고 있다(Hall, 2004). 나아가 이러한 재구성은 직업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삶의 다양한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다(Super, 1980). 우연학습이론과 계획된 우연 이론은 예기치 않은 사건이 진로발달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Krumboltz, 2009; Mitchell, Levin, & Krumboltz, 1999), 진로혼돈이론은 작은 사건이 비선형적 진로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Pryor & Bright, 2014). 그러나 이러한 논의들은 변화의 계기를 지적할 뿐, 그 변화가 삶과 진로의 방향성으로 조직되는지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이에 삶과 진로의 방향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생성되고 변형되는가를 설명할 새로운 개념적 틀이 요구된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생성성 연구와 현대 진로발달이론의 공통영역과 설명의 공백을 통합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애진로생성성(Life-career Generativity)의 개념적 속성과 예비적 작동 구조를 재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본 연구는 들뢰즈(Deleuze, 2004)의 차이생성 개념을 사건 이후 산출되는 작은 차이를 해석하기 위한 제한적 자원으로 원용한다. 이때 들뢰즈적 차이생성은 뚜렷한 계기 없이도 사건 이후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미시적 변화를 가리키나, 전환학습(Mezirow, 1991)이 상정하는 관점 전환은 통상 혼란스러운 딜레마와 같은 뚜렷한 계기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두 논의는 그 규모를 달리한다. 다만 그렇게 산출된 작은 차이가 개인에게 식별되고 해석·의미화되는 국면에서는, 성인학습자가 삶의 경험을 해석하며 삶의 방향을 확장·수정해 간다는 평생학습의 관점, 특히 전환학습의 성찰 논의가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구유정·오석영·박수연, 2021; Mezirow, 1991). 아울러 본 연구가 개념화하는 생애진로생성성은 특정 발달단계나 생애단계에 결부된 개념이 아니라, 삶의 방향과 가치를 나이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재구성해 가는 전 생애의 과정에 적용되는 생성적 지향성으로 다룬다. 개념의 구체적 정의는 Ⅳ장에서 제시한다.
이에 본 연구의 목적은 생성성 연구와 현대 진로발달이론이 공유하는 개념적 영역과 기존 설명의 공백을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생애진로생성성의 개념적 속성과 적용 범위를 재구성하며, 생성적 접속에서 산출된 작은 차이가 성찰·실천·반복을 거쳐 삶과 진로의 방향 변형으로 이어지는 예비적 작동 구조를 재구성하는 데 있다. 이러한 목적을 구체화하기 위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 첫째, 생성성 연구와 현대 진로발달이론은 삶과 진로의 생성적 변화에 관하여 어떠한 공통영역과 설명의 공백을 나타내는가?
- 둘째, 생애진로생성성은 어떠한 개념적 속성과 적용 범위를 가지며, 기존 생성성 및 진로발달 논의와 어떻게 구별되는가?
- 셋째, 생애진로생성성은 생성적 접속에서 발생한 작은 차이가 성찰·실천·반복을 거쳐 삶과 진로 방향 변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이 세 연구문제는 두 이론 전통이 개별적으로 설명해 온 변화의 영역과 조건을 되풀이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기존 진로발달이론과 생성성 연구가 공통적으로 답하지 못한 지점인 동일한 사건이 왜 개인마다 다른 변화로 이어지며 그것이 어떻게 방향 변형으로 조직되는지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구별(구체적 근거는 Ⅳ. 5에서 기존 진로발달이론과 전환학습과의 대조를 통해 제시)된다. 또한 연구문제가 대상으로 하는 것은 특정 생애단계의 집단이 아니라, 전 생애의 어느 시점에서든 삶의 방향을 재구성해 가는 성인학습자 일반이다. 다만 연령·생애단계에 따른 발현 조건의 차이는 후속 경험연구의 과제로 남긴다. 본 연구는 생성성과 진로발달을 연결하는 새로운 개념적 틀로서 생애진로생성성을 제안함으로써, 진로를 단순한 선택이나 적응의 문제가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변형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
본 장에서는 생애진로생성성 개념화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생성성 연구와 현대 진로발달이론을 검토한다. 두 전통은 서로 다른 학문적 배경에서 출발하였으나, 인간의 삶과 진로가 전 생애에 걸쳐 구성되고 변화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설명해 왔다. 이에 먼저 생성성 개념의 확장과 현대 진로발달이론의 확장을 차례로 살펴본다. 이어 두 흐름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면서도 충분히 다루지 못한 지점, 즉 사건 이후 변화가 어떻게 미시적으로 생성되는가의 문제를 차이생성 관점에서 조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성성과 진로발달의 통합적 시사점을 도출한다.
1. 생성성 개념의 확장
생성성(generativity)은 Erikson(2014)이 심리사회적 발달이론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성인 중기의 핵심 발달과업으로 설명되었다. Erikson은 생성성을 다음 세대를 돌보고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관심과 책임감으로 이해하였으며, 이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침체(stagnation)가 나타난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생성성은 자기중심성을 넘어 타인과 공동체로 관심을 확장하는 심리사회적 발달의 특성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생성성 연구는 발달단계 관점을 넘어 보다 다차원적이고 역동적인 개념으로 발전하였다. McAdams & de St. Aubin(1992)은 생성성을 문화적 요구(cultural demand)와 내적 욕구(inner desire)를 배경으로 생성적 관심(generative concern), 인간과 미래에 대한 신념(belief), 생성적 헌신(commitment), 행동(action), 그리고 생성성 내러티브(narration)가 상호작용하는 다차원적 체계로 설명하였다. 이 모형에서 생성성은 단순한 친사회적 행동이나 고정된 성격특성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요구와 개인의 욕구가 생성적 관심과 헌신을 형성하고, 이것이 행동과 삶의 내러티브로 구체화되는 역동적 과정이다.
최근 연구는 생성성을 특정 연령대에 국한된 특성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발달적 특성으로 재해석한다. 시간적으로는 청년기에도 생성성이 발현되며(Lawford & Ramey, 2015), 진로발달 과정의 미래지향적 관심 및 자기 확장과 연결되고(Flum, 2001), 직업·경력·사회적 참여·의미 형성과도 관련된다(Doerwald et al., 2021). Kim, Chee, & Gerhart(2017)는 생성성을 고정된 발달과업이 아니라 삶의 맥락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구성되는 특성으로 재정의하였다. 공간적으로 생성성은 가족과 양육에만 한정되지 않고 직업, 학습, 멘토링, 지역사회 참여, 사회적 실천 등 다양한 삶의 공간에서 발현될 수 있다(McAdams, de St. Aubin, & Logan, 1993; Villar, Serrat, & Pratt, 2023). 이때 생성성의 핵심은 여전히 타자·후속세대·공동체를 향한 돌봄·생산·기여의 지향에 있으며, 자기 성장, 의미 형성, 관계와 역할의 재구성, 미래 가능성 탐색은 이러한 지향이 삶의 여러 영역에서 실현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개인적·관계적 변화로 이해할 수 있다(Miranda-Chan & Nakamura, 2016; Peterson & Klohnen, 1995).
국내 연구도 유사한 확장 경로를 보인다. 초기에는 Erikson에 기초한 생성감의 개념·발달적 의미 검토와 측정도구 개발·타당화가 이루어졌으며(박아청·이경혜, 1997; 이옥희·이지연, 2012), 이후 자원봉사·노인교육 참여 등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통한 발현이 보고되었다(김미령, 2018; 김향숙·한정란, 2016). 특히 본 연구의 관점에서 주목할 것은 생성감이 특정 생애단계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경석(2001)은 노년에서도 생성감이 높게 나타나며 일부 영역에서는 중년을 상회함을 확인하였고, 송보라 외(2014)는 30~40대 확립기에서 생성감이 삶의 만족과 높은 관련을 보이는 주요 변인임을 메타분석으로 밝혔다. 이는 생성감이 성인 중기의 발달과업에 머물지 않고 진로와 삶의 만족을 연결하는 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종합하면 생성성은 Erikson이 제시한 성인 중기의 발달과업으로 출발하였으나, McAdams & de St. Aubin(1992)이 이를 관심(concern)·신념(belief)·헌신(commitment)·행동(action)·내러티브(narration)의 복합적 구조로 재구성한 이래, 이 중 관심과 신념은 특정 발달단계에 결부된 과업이 아니라 개인이 자기 삶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무엇에 헌신할 것인가를 스스로 구성해 가는 지향적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이 점에서 생성성은 연령에 따라 자연히 발현되는 특성이라기보다, 개인이 삶의 어느 시점에서든 자신의 가치를 재구성함으로써 접속할 수 있는 지향성으로 재해석될 수 있으며, 이러한 재해석은 생성성이 전 생애·다양한 삶의 공간에서 발현되는 생성적 지향성으로 확장되어 온 흐름과 맞닿아 있다(오경석, 2001; Kim, Chee, & Gerhart, 2017; Lawford & Ramey, 2015; McAdams & de St. Aubin, 1992). 본 연구가 다루는 생애진로생성성 역시 특정 생애단계가 아니라, 삶의 방향과 가치를 지속적으로 재구성해 가는 전 생애의 과정으로 그 적용 범위를 설정한다. 다만 생성성을 직업·경력 맥락에서 다룬 연구들은 주로 중·후기 종사자의 생성성 수준과 그 상관·성과를 실증하는 데 초점을 두어 왔다(Arnold & Clark, 2016; Clark & Arnold, 2008; Doerwald et al., 2021; Wiktorowicz et al., 2022). 본 연구는 이러한 흐름과 구별되는 지점, 즉 생성적 지향이 삶과 진로의 경험 속에서 작은 차이를 산출하는 접속 영역으로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Ⅳ장에서 구체화한다.
2. 현대 진로발달이론의 확장
전통적 진로발달이론은 개인의 능력·흥미·성격과 직업 환경의 특성을 합리적으로 연결하여 적합한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person-environment fit)에 초점을 두었다. 이 접근은 급격한 사회변화와 비선형적 경력경로가 일반화된 현대 사회를 설명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고, 이에 현대 진로발달이론은 자기구성, 의미 형성, 관계적 맥락, 삶의 설계, 지속가능성, 우연과 비선형성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장해 왔다.
이러한 확장의 출발점은 Super(1980)이다. 그는 진로를 특정 시점의 직업선택이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친 발달 과정으로 보고, 생애역할(life roles) 개념을 통해 개인이 학생·근로자·가족구성원·시민 등 다양한 역할 속에서 삶과 진로를 형성한다고 설명하였다. 이는 진로를 직업 활동에 국한하지 않고 삶 전체와 연결된 과정으로 확장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국내에서도 송보라 외(2014)는 전생애적 진로만족을 ‘생애주기별 삶 만족의 총체’로 정의하여, 진로가 취업 시점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성인기 전반의 역할과 경험을 포괄하는 과정임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하였다.
이후 진로발달이론은 개인을 자기 삶과 진로의 주체로 보는 관점으로 심화되었다. Hall(2004)의 프로티언 경력모형은 경력의 주도권이 조직에서 개인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외부의 객관적 성공보다 개인의 가치와 심리적 성공(psychological success)을 중심에 두었다. Savickas et al.(2009)의 진로구성이론과 생애설계(Life Design) 관점은 진로를 개인이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내러티브 과정으로 이해하였으며,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심리사회적 자원으로 진로적응성(career adaptability)을 제시하였다(Savickas, 1997, 2013). Guichard(2005, 2009)는 자기구성(Self-construction) 이론을 통해 자기를 고정된 특성이 아니라 사회적 경험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주관적 정체성 형식(subjective identity forms)으로 보고, 진로발달을 지속적인 자기구성의 과정으로 재해석하였다.
진로발달의 설명은 개인을 넘어 관계·맥락·실천으로도 확장되었다. Patton & McMahon(2014)의 시스템이론틀(Systems Theory Framework)은 진로를 개인체계·사회체계·환경체계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해하여, 진로가 가족·학교·지역사회·문화·경제적 조건의 영향을 받는다고 보았다. Richardson(2012)은 일(work)을 임금노동에 국한하지 않고 돌봄·관계·공동체 활동을 포함하는 삶의 실천으로 이해하여 진로발달에 실천성과 관계성을 부각하였다.
나아가 최근 이론들은 경력의 비선형성·우연·지속가능성을 전면화한다. Mainiero & Sullivan(2005)의 만화경 경력모형은 진정성(authenticity)·균형(balance)·도전(challenge)이 생애 전환마다 달리 중요해지며 경력 방향이 지속적으로 재조정됨을 설명하였고, 국내에서도 그 적용 연구가 축적되고 있다(이재은·정보영, 2021; 황정산·장원섭, 2022). 지속가능경력(Sustainable Career) 관점은 개인의 건강·행복·생산성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며 삶과 경력을 조정해 가는 과정을 강조한다(De Vos, Van der Heijden, & Akkermans, 2020). 특히 이유우 외(2025)는 중년 근로자의 지속가능한 경력 형성에서 ‘역경을 통한 자아 성장’이 생성감(generativity)을 매개로 한 심리적 성숙·정체성 재구성과 연결됨을 보여, 진로발달과 생성성이 경험적으로 접하는 지점을 시사하였다. 한편 Krumboltz(2009)의 우연학습이론(HLT)과 계획된 우연 이론(Mitchell, Levin, & Krumboltz, 1999)은 진로발달이 계획과 선택만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사건을 통해 형성되며, 우연한 사건 자체보다 개인이 그것을 어떻게 인식·해석하여 행동으로 연결하는가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Pryor & Bright(2014)의 진로혼돈이론(CTC)은 진로를 복잡성·변화·우연·비선형성이 상호작용하는 개방적 체계로 보아, 작은 사건이 예상하지 못한 진로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설명한다(김수란, 2025).
이처럼 현대 진로발달이론은 진로를 고정된 결과가 아니라 변화와 재구성을 반복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는 점에서 공통의 의의를 지닌다. 다만 이들 이론이 변화가 발생하는 조건과 맥락을 설명하는 데 강점을 보인 지점과 그 설명이 미치지 못하는 지점은 생성성 연구와 함께 다음 절에서 검토한다.
3. 진로 변화의 미시적 단위와 차이생성
앞서 검토한 생성성 연구와 현대 진로발달이론은 인간의 삶과 진로가 전 생애에 걸쳐 구성되고 변화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두 전통은 자기구성, 의미 형성, 관계적 맥락, 생애역할, 미래 가능성, 실천, 사회적 기여와 같은 영역에서 변화가 일어남을 공통적으로 지적하며, 우연학습이론과 진로혼돈이론은 그 변화가 계획된 경로만으로 설명되지 않고 우연한 사건과 비선형적 과정을 통해 발생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Krumboltz, 2009; Pryor & Bright, 2014).
그러나 이들 이론은 변화의 조건을 설명하는 데 강점을 보인 반면, 개인차가 생성되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설명에 머문다. 최근 실증연구 역시 진로발달의 개인 간 이질성을 잠재유형으로 분류하고 예측요인을 규명하는 데 이르렀으나(백승희, 2025), 이는 유형 간 차이를 식별·기술할 뿐 그 차이가 어떻게 생성되는지는 다루지 않는다. 진로 변화를 비선형적·우연적 과정으로 기술(記述)하는 데에서 나아가, 그 변화의 미시적 생성을 설명할 개념적 자원이 요청되는 것이다.
본 연구는 이 공백을 조명하기 위해 작은 차이의 미시적 발생을 이해하기 위한 제한적 해석 자원으로 들뢰즈(Deleuze, 2004)의 차이생성 개념을 활용한다.1) 차이생성은 변화를 고정된 원형의 모방이나 재현이 아니라 매 경험 속에서 새로운 차이가 산출되는 과정으로 인간의 성장과 변화를 설명하는 데 적용해 왔다. 국내에서는 배움을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학습자 안에서 새로운 차이가 생성되는 사건으로 재해석하거나(김재춘·배지현, 2016), 들뢰즈의 생성론을 창의성 교육의 원리로 옮긴 논의(정지범·김복영, 2015)가 이루어졌으며, 국외에서는 고등교육으로의 전환(transition)을 고정된 단계 이행이 아니라 끊임없는 되기(becoming)의 과정으로 재개념화한 연구(Taylor & Harris-Evans, 2018)가 제시되었다. 이러한 선행 적용은 차이생성이 추상적 존재론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성장과 삶의 전환을 설명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이를 진로발달의 맥락으로 한 걸음 더 옮겨, 진로의 변화 역시 정해진 경로의 실현이 아니라 삶의 경험 속에서 새로운 차이가 생성되고 축적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한편 이러한 미시적 생성의 문제는 성인학습 이론, 특히 전환학습(transformative learning)과 직접 맞닿는다. Mezirow(1991)는 성인의 학습을 지식의 누적이 아니라 경험의 비판적 성찰을 통해 기존 의미관점(meaning perspective)이 재구성되는 과정으로 보았는데, 이는 사건 이후의 작은 차이가 성찰을 거쳐 삶과 진로의 방향성으로 조직되는 본 연구의 관심과 직결된다. 다만 전환학습의 이론적 토대가 되는 성인학습의 자발성·자기주도성·경험 기반성·실천적 지향 등의 특성은 성인에게만 고유한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 학습자·청소년 학습자·전문가·조직 구성원에게도 공통적으로 나타남이 확인된 바 있어(Cranton, 2025), 전환학습에 근거한 본 연구의 성찰적 의미화 기제 역시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는 적용 가능성을 갖는다. 그럼에도 본 연구가 직접 다루는 적용 범위는 전 생애에 걸친 성인학습자로 한정하며, 청소년 등 다른 학습자 집단으로의 확장은 후속 연구의 과제로 남긴다. 더불어 성찰 그 자체도 단일한 층위로 환원되지 않는다. Mezirow(1991)는 성찰을 경험의 내용을 검토하는 내용 성찰(content reflection), 문제를 다루는 방식을 검토하는 과정 성찰(process reflection), 경험을 이해해 온 전제 자체를 검토하는 전제 성찰(premise reflection)로 구분하였다. 이 구분은 본 연구가 제안하는 작은 차이의 개념과 직접 연결된다. Mezirow(1991)는 성찰의 대상을 구체적 신념·판단·감정 수준에서 작동하는 의미도식(meaning scheme)과 그 도식들을 조직하는 상위의 해석 틀인 의미관점(meaning perspective)으로 구분하였다. 이에 따르면 사건 이후 개인이 최소 단위로 식별하는 작은 차이는 우선 기존 의미도식과의 미세한 불일치로 등록되며, 이 불일치 자체는 아직 성찰의 산물이 아니라 성찰이 작동하기 위한 소재에 해당한다. 성찰은 이 소재를 다루는 층위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낳는다. 내용 성찰은 식별된 차이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를 검토하여 차이를 기존 의미도식 내에서 국지적으로 해석하는 데 그칠 수 있는 반면에, 전제 성찰에 이르면 그 해석을 가능하게 해 온 의미관점 자체가 재검토된다. 즉 동일한 작은 차이라도 그것이 어떤 층위의 성찰과 접속하는가에 따라 국지적 해석에 머무를 수도, 기존 의미관점의 재구성으로까지 확장될 수도 있다. 이는 사건 이후 변화가 인식되는 국면과 그 의미가 해석·재구성되는 국면이 단일한 과정으로 뭉뚱그려질 수 없음을 시사하며, 이러한 구분은 Ⅳ장에서 생애진로생성성의 작동 구조, 특히 성찰적 의미화 국면을 논의할 때 구체화된다. 이 점에서 작은 차이는 그 자체의 속성만으로 방향 변형을 산출하지 않으며, 그것이 어떤 층위의 성찰과 접속하는가에 따라 방향 변형으로 이어질지 여부와 그 강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성찰은 작은 차이를 사후에 단순히 확인하는 절차가 아니라 진로생성의 순환에서 그 차이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기제로 이해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진로의 방향 변형을 진로상담의 문제에 한정하지 않고, 성인학습자가 생애 경험을 해석하며 삶의 방향을 재구성해 가는 평생학습 과정으로 위치시킨다.
4. 생성성 연구와 진로발달 연구의 통합적 시사점
앞 절의 차이생성 관점은 생성성과 진로발달이 공유하는 영역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제공한다. 생성성 연구는 인간 발달의 생성적 지향성과 사회적 기여를, 현대 진로발달이론은 자기구성·의미 형성·관계적 맥락·삶의 설계와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으나, 두 전통은 서로 다른 학문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핵심 개념에서 상당한 공통점을 보인다. 본 절에서는 이 공통영역을 병렬적으로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건 이후 차이가 생성되는 접속 지점으로 재해석한다.
생성성 연구에서는 미래 세대와 타자에 대한 관심, 돌봄·생산·기여의 지향과 이를 구체화하는 헌신·행동·내러티브가 핵심적으로 다루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자기 성장, 삶의 의미, 관계와 사회적 역할의 변화가 함께 논의되어 왔다(Erikson, 2014; McAdams & de St. Aubin, 1992; Villar, Serrat, & Pratt, 2023). 현대 진로발달이론에서는 자기구성, 진로 내러티브, 관계적 체계, 생애역할, 미래 가능성, 경력 행동과 탐색,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가치가 반복적으로 강조되었다(De Vos, Van der Heijden, & Akkermans, 2020; Guichard, 2005, 2009; Patton & McMahon, 2014; Savickas et al., 2009). 이 공통 개념을 통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자기생성·의미생성·관계생성·역할생성·가능성생성·실천생성·사회적 생성의 일곱 영역이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도출 절차는 Ⅲ. 3 참조).
본 연구는 이 영역들을 생애진로생성성의 고정된 하위요인이나 발달단계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사건적 마주침 이후 생성성이 접속하여 작은 차이를 산출할 수 있는 예비적 생성적 접속 영역이자, 두 전통이 공유하는 기존 영역을 사건 이후 작은 차이가 산출되는 지점으로 ‘다시 읽기’ 위한 해석적 좌표이다. 따라서 <표 1>의 ‘자기생성’은 ‘자기구성’의 동의어가 아니라, 자기 영역에서 사건 이후 작은 차이가 산출되는 국면을 가리키는 위치 표지이다. 본 연구의 기여는 이 좌표의 명명 자체가 아니라, 각 지점에서 작은 차이가 생성·반복·축적되어 방향 변형으로 이어지는 작동 논리(Ⅳ. 참조)에 있다.
이처럼 두 전통은 변화의 영역은 공유하면서도 그 생성 과정은 충분히 개념화하지 못하였다. 본 연구는 이 지점에서 생성성 연구와 진로발달이론의 공통영역과 공백을 통합적으로 검토하여 생애진로생성성을 두 전통을 연결하는 개념적 속성과 예비적 작동 구조로 재구성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생성성을 타자·후속세대·공동체를 향한 돌봄·생산·기여의 지향으로 이해하되, 그 지향이 특정 생애단계나 양육 활동에 한정되지 않고 전 생애의 일·학습·관계·역할·실천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다고 본다. 진로발달은 이러한 생성적 지향을 포함한 삶의 가치와 가능성이 사건·관계·실천·성찰을 통해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재구성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이를 바탕으로 Ⅳ장에서는 생애진로생성성의 개념과 생성적 접속 영역, 작동 구조를 제시한다.
Ⅲ. 연구방법: 문헌 선정 및 분석 절차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앞서 제시한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생성성 연구와 현대 진로발달이론의 주요 문헌을 비교·통합하고, 두 전통의 공통영역과 설명의 공백을 바탕으로 생애진로생성성의 개념적 속성, 적용 범위 및 예비적 작동 구조를 재구성하는 개념 재구성형 문헌연구(conceptual reconstruction study)를 수행하였다. 이 연구 방법은 기존 이론과 연구결과를 통합·비교·재해석하여 새로운 개념적 틀을 제안하는 연구방법으로, 단순히 선행연구를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연구를 새로운 관점에서 종합하여 이론적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Jaakkola, 2020; Snyder, 2019; Torraco, 2005).
본 연구는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두 전통의 주요 문헌을 여섯 분석기준에 따라 비교·분석하고, 공통 개념과 설명의 공백을 해석적으로 재구성하였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생성성을 특정 생애단계의 발달과업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작동하는 생성적 지향성으로, 진로발달을 직업선택이나 적응이 아니라 삶과 진로의 방향이 지속적으로 생성·변형되는 과정으로 해석하였다. 이를 위해 문헌분석은 개념 정의, 생애시간성, 삶의 공간성, 변화의 설명 방식, 진로발달과의 연결, 시사점 및 한계의 여섯 가지 기준에 따라 수행하였다(<표 2>). 구체적인 분석 절차와 그 결과 도출된 접속 영역 및 작동 구조는 다음 절에서 제시한다.
2. 문헌 선정 및 분석 대상
본 연구는 체계적 문헌고찰이 아니라 개념 재구성형 문헌연구이므로, 문헌의 포괄적 수집이나 연구 결과의 효과크기를 종합하기보다 생애진로생성성의 개념화에 필요한 이론적 설명력과 개념적 관련성을 기준으로 문헌을 목적표집하였다. 이론적 문헌을 탐색하기 위해 아주대학교 중앙도서관이 제공하는 전자저널과 학술DB(RISS, KISS, DBpia, 스콜라, Scopus, JSTOR, Web of Science 등)를 활용하였으며, 생성성(generativity), 생성감, 진로발달(career development), 경력발달, 진로구성(career construction), 자기구성(self-construction), 생애설계 등의 핵심어를 중심으로 관련 문헌을 확인하였다. 문헌 탐색에서는 최근의 개념적 확장과 연구 동향을 반영하기 위해 2015년부터 2025년까지 발표된 연구를 우선적으로 검토하되, 생성성과 진로발달이론의 개념적 기원과 전개를 설명하는 고전 및 핵심 문헌(Erikson, 2014; McAdams & de St. Aubin, 1992; Super, 1980 등)은 출판 시기와 관계없이 포함하였다. 본 연구는 검색 결과의 전수를 단계적으로 선별하는 체계적 문헌고찰을 수행한 것이 아니므로, DB별 검색 결과와 단계별 제외 문헌 수를 별도로 산출하지 않았다. 대신 두 이론 전통의 개념적 기원과 주요 확장 경로를 대표하는 문헌을 우선 선정하고, 핵심 문헌의 인용·피인용 관계를 추적하면서 개념 정의와 이론적 확장에 기여하는 문헌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분석 대상을 구성하였다. 각 문헌의 제목과 초록을 통해 개념적 관련성을 우선 검토한 후, 연구목적 및 여섯 분석기준과 직접 관련된 문헌은 전문을 검토하여 분석 대상 여부를 판단하였다. 문헌의 목적표집 기준은 ① 생성성의 개념 정의, 이론적 구조 또는 전 생애적·공간적 확장 논의를 포함하는 문헌, ② 진로발달을 생애시간성, 삶의 공간성, 자기구성, 의미 형성, 관계, 실천, 지속가능성, 우연 또는 비선형성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문헌, ③ 생성성과 진로발달의 개념적 접점 및 기존 이론의 설명 공백을 해석하는 데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는 문헌으로 설정하였다. 반면 생성성이나 진로발달을 단순한 측정변인으로만 사용하고 개념 정의나 변화 과정에 관한 이론적 논의를 제공하지 않는 연구와, 본 연구의 여섯 분석기준에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문헌은 핵심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다만 실증연구는 개념의 적용 범위와 경험적 접점을 확인하는 보조자료로 활용하였다.
선정된 주요 문헌은 Ⅱ장에서 검토한 생성성 연구(Doerwald et al., 2021; Erikson, 2014; Flum, 2001; Lawford & Ramey, 2015; McAdams & de St. Aubin, 1992; Villar, Serrat, & Pratt, 2023 등)와 현대 진로발달·경력이론(De Vos, Van der Heijden, & Akkermans, 2020; Guichard, 2005, 2009; Hall, 2004; Mainiero & Sullivan, 2005; Patton & McMahon, 2014; Richardson, 2012; Savickas et al., 2009; Super, 1980; Young & Valach, 2004 등)이다. 이들을 <표 2>의 여섯 기준에 따라 분석하였다.
3. 문헌분석 및 개념 재구성 절차
본 연구는 Jaakkola(2020)가 제안한 개념논문의 구성 원리를 참고하여 문헌분석과 개념 재구성을 단계적으로 수행하였다. 먼저 생성성 연구와 현대 진로발달이론의 문헌을 수집하여<표 2>의 여섯 기준에 따라 분석하고, 두 전통이 설명하는 공통 개념과 차별적 특성을 비교·검토하였다. 분석 결과 두 전통은 서로 다른 이론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자기·의미·관계·역할·가능성·실천·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개념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었으며, 본 연구는 이를 생성성이 접속하여 변화가 발생할 수 있는 예비적 생성적 접속 영역으로 해석하였다.
공통 개념의 재구성은 다음 절차로 수행하였다. 먼저 두 전통 각각에서 이론적 핵심에 해당하는 문헌군을 1차로 확정하고(생성성: Erikson, 2014; McAdams & de St. Aubin, 1992 등, 진로발달: Guichard, 2005, 2009; Patton & McMahon, 2014; Savickas et al., 2009; Super, 1980 등), 이들이 확장·인용한 문헌을 따라 분석 대상을 2차로 보완하였다. 이어 각 문헌에서 사건 이후 변화가 일어나는 지점으로 기술된 진술을 표시하고(1차 코딩), 용어는 상이하더라도 동일한 변화 국면을 가리키는 진술들을 묶어(2차 코딩), 각 묶음에 영역명을 부여하였다(3차 코딩). 영역의 채택은 두 전통 모두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개념에 한정하였으며, 어느 한 전통에만 나타나는 개념은 공통 접속 영역에서 제외하였다. 문헌 검토 과정에서는 서로 다른 문헌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선행연구와 개념을 반복적으로 인용하고 있었으며, 생애시간성·삶의 공간성 및 변화 영역에 관한 진술에서도 개념적 반복이 확인되었다. 분석 대상을 추가하여도 새로운 개념 범주가 나타나지 않고 관련 진술이 기존 일곱 영역과 반복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예비적 영역 구성을 마무리하였다. 다만 이는 체계적 문헌고찰이나 질적 자료분석에서 의미하는 통계적·경험적 포화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적 반복성과 이론적 충분성에 근거한 판단이다. 이에 따라 <표 1>의 일곱 영역은 통계적으로 검증되거나 확정된 하위요인이 아니라, 두 전통에서 확인된 공통 개념을 사건 이후 작은 차이가 산출되는 접속 지점으로 재배치한 예비적·해석적 좌표로 제시하였다.
다음으로 두 전통이 설명하는 영역과 설명의 한계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기존 연구들은 자기구성·적응·의미 형성·관계적 맥락·지속가능성·우연과 비선형성을 설명하는 데에는 강점을 보였으나, 사건 이후 생성적 접속과 작은 차이가 방향 변형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설명에 머물렀다. 본 연구는 이 공백을 바탕으로 생애진로생성성의 개념을 재구성하고, 사건적 마주침에서 방향 변형에 이르는 예비적 작동 구조를 구성하였다. 작동 구조의 여덟 국면은 새로 설정한 단계가 아니라, 앞서 도출한 일곱 접속 영역에서 산출된 작은 차이가 방향 변형에 이르는 과정을 분석 대상 이론들이 공통적으로 전제한 변화 계기에 따라 사건 이후의 시간적 전개로 배열한 것이며, 각 국면의 이론적 근거는 Ⅳ. 4에서 설명하였다.
본 연구는 생성적 접속 영역 간 선후관계나 인과관계를 사전에 가정하지 않았으며, 이를 고정된 하위 요인이나 단계적 발달구조로 이해하지 않았다. 특정 경험이 어떠한 접속 영역과 연결되는지, 복수의 영역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지, 영역 간 영향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는 후속 경험연구의 과제로 남겨두었다.
4. 연구의 신뢰성과 타당성 확보
개념 재구성형 문헌연구는 연구자의 해석과 이론적 통합이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분석 과정의 투명성과 논리적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Jaakkola, 2020). 이에 본 연구는 문헌 선정과 여섯 가지 분석 기준을 <표 2>에 명시하여 추적 가능성을 확보하였으며, 생성적 접속 영역과 작동 구조를 최종 이론이 아니라 후속 질적·생애사·종단연구를 통해 검토될 예비적 개념화로 제시함으로써 해석의 타당성과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함께 밝혔다. 아울러 코딩과 범주화 결과는 박사과정 동료 연구자들과의 세미나를 통한 동료 검토와 지도교수의 전문가 자문을 거쳐 범주명과 개념 간 대응관계를 수정하였다. 다만 이는 복수 연구자의 독립적 코딩과 결과의 체계적 대조(investigator triangulation)를 온전히 갖춘 것은 아니며, 단일연구자의 해석이 중심이 된 예비적 개념화라는 한계는 Ⅴ. 3에서 밝힌다.
Ⅳ. 생애진로생성성의 개념적 재구성
앞 장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본 장에서는 생애진로생성성의 개념과 핵심 명제를 제시하고, 생성적 접속 영역과 예비적 작동 구조를 설명한 뒤, 기존 진로발달이론과의 변별성을 논의한다.
1. 생애진로생성성 개념의 정의
생애진로생성성(Life-career Generativity)은 개인이 타자·후속 세대·공동체를 향한 돌봄·생산·기여의 지향을 바탕으로 전 생애의 시간성과 다양한 삶의 공간 속에서 경험하는 사건과 생성적으로 접속하여 작은 차이를 산출하고, 그러한 차이가 성찰적 의미화와 실천적 탐색, 반복과 축적을 거쳐 삶과 진로의 방향 변형으로 이어지는 과정적 지향성(process-oriented generative orientation)을 의미한다. 여기서 변화의 출발점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 이후 생성적 지향이 자기·의미·관계·역할·가능성·실천·사회적 가치와 형성하는 접속과 그로부터 산출되는 작은 차이에 있다. 동일한 사건이라도 그것이 어떻게 경험되고 접속되는가에 따라 서로 다른 차이가 생성되며, 이렇게 생성된 작은 차이가 반복과 성찰을 거쳐 축적될 때 비로소 방향 변형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생애진로생성성은 진로를 특정 시점의 선택이나 환경에 대한 적응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작은 차이가 생성·축적되며 방향이 재구성되는 지속적 과정으로 이해한다. 이때 두 전통이 공유하는 기반은 생애시간성과 삶의 공간성으로 재해석된다. 생애시간성은 과거·현재·미래가 단절된 단계가 아니라 경험의 반복과 재해석을 통해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시간적 흐름을, 삶의 공간성은 진로가 직업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가족·학습·관계·공동체·시민참여 등 다양한 삶의 공간과 연결됨을 의미한다(Richardson, 2012; Super, 1980). 이처럼 생애시간성을 특정 발달단계가 아닌 경험이 반복·재해석되는 흐름으로 규정하는 점에서, 생애진로생성성은 특정 연령대의 과업으로 국한되지 않으며, 생애의 여러 시점에서 발현될 가능성이 있는 전 생애적 지향성으로 다룬다. 다만 연령과 생애 단계에 따른 발현 조건과 작동 양상의 차이는 후속 경험연구를 통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정의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방향(direction)’의 의미이다. 여기서 방향은 특정 직업이나 경력 목표가 아니라, 개인이 삶의 경험을 해석하고 미래 가능성을 선택하며 자신의 삶을 구성해 가는 전반적 지향성을 가리킨다. 본 연구는 이러한 방향이 장기간에 걸쳐 새롭게 형성되거나 재조직되는 현상을 방향 변형(direction transformation)이라 부른다. 방향 변형은 특정 직업으로의 이동이나 단기적 적응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며 사회와 관계 맺는 방식의 전반적 지향성이 이전과 다르게 조직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처럼 방향을 삶 전반의 지향성으로 이해할 때, 생애진로생성성은 기존 진로발달이론이 설명해 온 자기구성·적응·의미 형성·관계적 맥락을 포괄하면서도 그 방향이 어떻게 생성·변형되는가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고유한 위치를 갖는다.
이러한 초점은 생애진로생성성을 기존 생성성 이론과도 구별 짓는다. 생애진로생성성은 기존 생성성 이론을 부정하거나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다. Erikson(2014)은 생성성을 다음 세대를 돌보고 사회에 기여하려는 발달적 관심과 책임으로 제시하였으며, McAdams & de St. Aubin(1992)은 이를 문화적 요구와 내적 욕구, 생성적 관심, 신념, 헌신, 행동 및 내러티브가 상호작용하는 다차원적 구조로 확장하였다. 생애진로생성성은 이러한 미래지향성, 타자에 대한 관심, 돌봄·생산·기여의 지향을 계승한다. 다만 이러한 지향의 전 생애적·다영역적 발현 가능성은 선행 생성성 연구에서 이미 확인된 바이며, 본 연구의 초점은 그 확인 자체를 반복하는 데 있지 않고, 그러한 지향이 사건 이후 삶과 진로의 경험 속에서 어떠한 미시적 단위를 통해 방향으로 조직되는지를 과정적으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선행 논의와 구별된다.
기존 생성성이 생성적 관심과 헌신이 행동과 내러티브로 발현되는 구조를 설명한다면, 생애진로생성성은 그러한 생성적 지향이 사건 이후 자기·의미·관계·역할·가능성·실천·사회적 가치와 접속하여 작은 차이를 발생시키고, 그 차이가 성찰·실천·반복을 통해 삶과 진로의 방향 변형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초점을 둔다. 따라서 생애진로생성성의 기여는 생성성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지향이 사건 이후 접속·작은 차이·성찰·실천·반복을 통해 삶과 진로의 방향으로 조직되는 과정 자체를 개념화하는 데 있다. 다만 모든 자기이해의 변화나 진로 방향의 변화가 곧 생애진로생성성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변화가 개인의 적응이나 성취에만 머무르지 않고, 타자·후속세대·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책임, 돌봄·생산·기여의 지향과 연결되면서 자기이해·의미·관계·역할·가능성·실천 및 사회적 가치의 변화를 산출할 때 생애진로생성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회적 생성은 이러한 핵심 지향이 가장 직접적으로 가시화되는 영역이지만, 생성적 지향은 사회적 생성에만 한정되지 않고 다른 접속 영역에도 관계적·사회적 방향성을 부여한다. 이 점에서 기존 생성성 이론이 “개인은 무엇을 생성하고 누구에게 기여하려 하는가”를 중심적으로 묻는다면, 생애진로생성성은 그 질문을 계승하면서 “그 생성적 지향이 삶의 사건과 접속하여 어떻게 작은 차이를 산출하고 삶과 진로의 방향을 생성·변형하는가”를 추가로 묻는다.
따라서 생애진로생성성은 생성적 지향이 전 생애에 걸쳐 삶의 여러 영역과 접속하며 삶과 진로의 방향을 지속적으로 재구성하도록 하는 개념적 틀로 이해할 수 있다.
2. 생애진로생성성의 핵심 명제
본 연구는 Ⅳ. 1에서 정의한 생애진로생성성의 작동 원리를 다섯 가지 핵심 명제로 제시한다. 각 명제는 사건 이후 형성되는 생성적 접속과 작은 차이가 성찰·실천·반복을 거쳐 방향 변형으로 이어지는 논리를 단계적으로 구성하며, 구체적인 작동 과정은 Ⅳ. 4에서 제시한다.
명제 1. 동일한 사건은 동일한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동일한 사건이라도 개인이 기존의 자기이해와 삶의 맥락 속에서 그것을 어떻게 경험하는가에 따라 서로 다른 변화 가능성이 형성될 수 있다(Guichard, 2009; Savickas et al., 2009). 따라서 생애진로생성성은 사건의 객관적 속성보다 사건 이후 개인에게 형성되는 주관적 경험의 차이에 주목한다.
명제 2. 변화는 사건 자체보다 생성적 접속 방식에서 발생한다.
사건은 변화의 계기를 제공하지만, 이후의 방향을 직접 결정하지는 않는다. 변화는 사건 이후 생성적 지향이 자기·의미·관계·역할·가능성·실천·사회적 가치와 어떠한 방식으로 접속2)하는가에 따라 서로 다르게 분기될 수 있다(Guichard, 2009; Krumboltz, 2009; Savickas, 2013).
명제 3. 생성적 접속의 차이는 서로 다른 작은 차이를 산출한다.
생성적 접속은 자기·의미·관계·역할·가능성·실천·사회적 가치의 일곱 영역에서 서로 다른 작은 차이(small differences)를 산출할 수 있다. 작은 차이는 그 변화 자체가 아니라 개인이 사건 이후 해당 영역에서 그 변화를 사후적으로 식별함으로써 등록되는 차이를 의미하며, 들뢰즈(Deleuze, 2004)의 차이생성에서 착상을 얻어 진로발달의 분석 단위로 재구성한 개념이다.
명제 4. 작은 차이는 반복과 성찰을 통해 방향성을 형성한다.
작은 차이는 그 자체만으로는 지속적인 진로 변화가 되지 않는다. 개인이 이를 성찰적으로 의미화하고 기존의 자기이해와 가능성을 재개념화하며 실천 속에서 탐색할 때, 작은 차이는 일정한 방향성을 형성할 수 있다(Mezirow, 1991). 이 과정에서 성찰과 실천은 고정된 순서라기보다 상호작용하며 변화를 심화한다.
명제 5. 반복된 작은 차이는 삶과 진로의 방향 변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성찰과 실천을 거친 작은 차이가 반복적으로 수정·강화·축적될 때, 개인의 삶과 진로를 조직하는 상대적으로 지속적인 방향성이 형성될 수 있다. 방향 변형은 특정 직업의 선택이나 단기적 적응이 아니라 자기이해·관계·역할·미래 가능성 및 실천의 우선순위가 이전과 다르게 조직되는 현상이다. 다만 이렇게 형성된 방향은 고정된 결과가 아니며 새로운 사건과 접속에 따라 다시 분기·재편될 수 있다(De Vos, Van der Heijden, & Akkermans, 2020; Guichard, 2005).
3. 생애진로생성성의 생성적 접속 영역
앞 절의 핵심 명제는 변화가 사건 자체에서 직접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 이후 개인이 자신·타자·세계·활동·가치와 어떻게 접속하는가에 따라 서로 다른 작은 차이가 산출된다는 데 있다. 따라서 생애진로생성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생성성이 어떠한 영역과 접속하며 방향 변형을 가능하게 하는지를 밝힐 필요가 있다. 본 절에서는 그 일곱 개 생성적 접속 영역의 성격과 상호 연결 양상을 다룬다(도출 절차는 Ⅲ. 3, 각 영역의 정의와 작동 양상은 <표 1>, <표 3> 참조).
여기서 ‘생성적’이라는 말은 단순한 변화나 성장과 구별된다. 생성적 접속은 단순히 새로운 자기이해·의미·관계·역할·가능성·실천을 산출하는 변화와 구별된다. 이러한 변화가 타자·후속세대·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책임, 돌봄·생산·기여의 지향과 접속하여 개인의 삶과 진로 방향을 확장하거나 재조직할 때 생애진로생성성의 일부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일곱 영역은 그 자체로 생성적인 것이 아니라, 생성성의 핵심 지향이 구체적인 삶의 변화로 구현되는 접속 지점이다. 이 점에서 일곱 영역은 단순한 발달 영역의 나열이 아니라, 사건적 마주침 이후 생성성이 접속하여 작은 차이를 산출하고 방향 변형을 가능하게 하는 해석적 영역이다. 이 영역들은 통계적 요인분석으로 확정된 하위 요인이 아니며, 상호 배타적 범주나 단계적 발달구조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하나의 사건은 하나의 영역에만 접속하지 않고 복수의 영역과 동시에 접속할 수 있으며, 영역 간 선후관계나 위계는 사전에 전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하나의 직업전환 경험은 자기생성의 계기이면서 동시에 의미생성·가능성생성·실천생성으로 이어질 수 있고, 돌봄 경험은 관계생성과 사회적 생성을 촉발하면서 역할생성과 자기생성을 함께 변화시킬 수 있다.
특히 역할생성은 이러한 상호 침투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접속 지점이다. 사건을 계기로 한 역할의 재조직은 그 자체로 완결되기보다,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이해의 변화(자기생성)와 새로운 역할의 실제 시도(실천생성)가 교차하는 국면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역할생성은 독립적으로 고립된 영역이라기보다 자기생성과 실천생성이 만나 작은 차이를 산출하는 접속의 결절(node)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생애진로생성성의 생성적 접속 영역은 고정된 범주라기보다, 삶과 진로의 방향이 생성·변형되는 다양한 접속 지점을 설명하기 위한 해석적 틀이다.
결국 생성적 접속 영역은 “무엇이 생성되는가”를 설명하는 개념적 구분이며, “그 차이가 어떻게 방향 변형으로 이어지는가”를 설명하는 작동 구조의 토대가 된다. 다음 절에서는 이를 예비적 작동 구조로 제시한다.
4. 생애진로생성성의 예비적 작동 구조
앞 절에서는 생애진로생성성이 일곱 영역과 접속하며 다양한 작은 차이를 산출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이에 본 절에서는 생성성 연구, 자기구성 이론, 전환학습 이론, 진로구성이론에서 반복적으로 제시된 변화 과정을 종합하여, 생애진로생성성의 작동을 사건적 마주침, 생성적 접속, 작은 차이, 성찰적 의미화, 재개념화, 실천적 탐색, 반복과 축적, 방향 변형의 여덟 국면으로 제안한다([그림 1]). 이는 모든 개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선형적 단계모형이 아니라, 사건 이후 생성적 접속과 작은 차이가 방향 변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예비적·순환적 설명 구조이다.
생애진로생성성의 예비적 작동 구조출처: 연구자 작성.주. 실선은 생성적 주경로를, 점선은 국면 간 되먹임·상호촉발·재출발 및 비약을, 점점선은 접속이 작은 차이로 생성되지 못한 실패에 따른 소멸과 차이가 식별되지 못한 채 사건의 흐름으로 되돌아가는 미식별의 회귀를 나타낸다. 화살표의 다층성은 이 구조가 단계의 일방적 연쇄가 아니라 비선형적·순환적·개방적 과정임을 보여준다. 되먹임과 회귀는 특정 국면에 국한되지 않으며, 실천적 탐색이나 반복과 축적을 포함한 어떤 국면에서도 사건적 마주침으로 작동할 수 있다.
생애진로생성성의 작동은 개인이 경험하는 다양한 사건적 마주침에서 시작된다. 이는 예상하지 못한 전환 경험일 수도 있고, 일상 속 반복되는 경험일 수도 있다. 진로발달 연구가 진로를 특정 시점의 선택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전환 속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본 것처럼(Patton & McMahon, 2014; Savickas, 2013), 생애진로생성성은 사건 자체를 변화의 원인으로 보기보다 사건이 생성적 변화의 가능성을 여는 계기로 이해한다.
사건적 마주침 이후 개인은 자신·타인·공동체·역할·가치·가능성과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 맺는다. 본 연구는 이를 생성적 접속이라 정의한다. 생성적 접속은 단순한 경험의 축적이 아니라 사건이 새로운 의미와 가능성을 획득하는 과정이며, 어떠한 접속이 형성되는가에 따라 이후 변화의 방향이 달라진다(명제 2 참조). 이때 접속은 앞 절의 일곱 영역 중 하나 또는 복수에서 일어날 수 있으나, 그 영역들은 작동 구조의 단계가 아니라 변화가 발생하는 접속 지점이다. 다만 사건 이후 형성되는 모든 관계 맺음이 생성적 접속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본 연구에서 생성적 접속은 생성적 지향이 자기·의미·관계·역할·가능성·실천·사회적 가치와 새롭게 관계 맺으며 차이 발생의 가능성을 여는 국면을 의미한다. 접속이 형성되었으나 차이가 산출되지 않는 경우와, 차이가 산출되었으나 식별되지 못하는 경우는 이어지는 국면과 [그림 1]에서 다룬다.
본 연구는 사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미세한 변화 자체를 ‘차이의 발생’으로, 그 변화가 개인에게 감지·식별되어 경험으로 등록된 것을 ‘작은 차이’로 구분한다. 따라서 모든 차이의 발생이 곧바로 작은 차이로 식별되는 것은 아니며, 식별되지 않은 변화는 그 시점에는 의미화되지 않은 채 소멸하거나 이후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뒤늦게 식별될 수 있다.
생성적 접속은 차이의 발생을 위한 조건을 이루며, 그 차이가 식별될 때 비로소 작은 차이로 등록된다. 이때 차이가 발생·식별되는 영역은 접속이 일어난 바로 그 영역이며, 생성적 접속 영역과 작은 차이 등록 영역은 별개가 아니라 동일한 영역을 공유한다. 작은 차이는 발생한 변화 자체가 아니라 개인이 그것을 최소한으로 알아차림으로써 등록되는 것이며(명제 3, Ⅱ. 3 참조), 그 의미를 본격적으로 해석하는 국면은 이어지는 성찰적 의미화이다. 이러한 변화는 급격한 전환보다 점진적·누적적 특성을 가지며, 동일한 사건이라도 어떤 접속이 어느 영역에서 형성되는가에 따라 서로 다른 작은 차이가 산출된다.
작은 차이는 성찰을 통해 의미를 획득한다. 개인은 경험을 단순히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해석하고 재구성한다(Mezirow, 1991; Savickas, 2013). 이때 앞서 명제3에서 규정한 알아차림과 본 국면의 성찰적 의미화는 서로 다른 위상을 갖는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알아차림이 변화의 발생을 사후적으로 등록하는 최소 단위의 계기라면, 성찰적 의미화는 그렇게 등록된 변화를 내용·과정·전제의 층위(Mezirow, 1991)에서 해석하여 기존 의미관점과의 관계 속에 재배치하는 국면이다. 이 세 층위는 성찰적 의미화의 결과를 갈라놓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작은 차이가 내용 성찰의 수준에서만 다루어질 경우, 그 차이는 기존 의미도식 안에서 국지적으로 해석되는 데 그치며 반복과 축적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일시적 변화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과정 성찰이 개입하면 개인은 그 차이를 해석해 온 자신의 방식 자체를 재검토하게 되고, 나아가 전제 성찰에 이르면 그러한 해석을 뒷받침해 온 의미관점 자체가 흔들리면서 재개념화로 이어질 조건이 마련된다. 이 점에서 성찰적 의미화는 작은 차이를 균질하게 처리하는 단일 절차가 아니라, 차이가 도달하는 성찰의 깊이에 따라 이후 국면(재개념화, 실천적 탐색)으로의 이행 여부와 강도가 달라지는 분기점으로 기능한다. 생애진로생성성에서 성찰적 의미화는 작은 차이가 일시적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삶과 진로에 대한 새로운 이해로 전환되는 과정이며, 이 점에서 변화는 경험 자체보다 경험에 대한 해석을 통해 심화된다.
성찰적 의미화를 거친 작은 차이는 개인이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는 기존 틀을 수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를 재개념화라 부른다. 재개념화는 자신·관계·미래 가능성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조직하는 과정으로, 자기를 사회적 경험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구성되는 정체성 형식으로 본 자기구성 이론(Guichard, 2005)과 진로를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며 설계해 가는 내러티브 과정으로 이해한 생애설계 관점(Savickas et al., 2009)에 닿아 있다. 이 점에서 재개념화는 작은 차이가 자신과 삶에 대한 이해의 재구성으로 연결되는 국면이다.
재개념화는 행동으로 실현될 때 구체적 변화를 만들어낸다. 개인은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거나 새로운 역할·관계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이해를 실천 속에서 검증한다. 이는 진로구성상담에서 혁신적 순간(innovative moments)이 이후의 행동을 통해 정교화·공고화됨으로써 비로소 서사적 변화로 이어진다고 본 관점(Cardoso et al., 2014)과 맥을 같이한다. 실천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새롭게 형성된 의미를 현실에서 시험하는 과정이며, 따라서 생애진로생성성은 의미 형성에 머무르지 않고 실천을 통해 변화가 구체화되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 점에서 실천적 탐색은 진로를 언어화된 의미에 그치지 않고 목표지향적 행동을 통해 구성해 가는 과정으로 본 관점(Young & Valach, 2004)과도 연결되며, 재개념화된 이해가 구체적 행동으로 전환됨으로써 비로소 관찰할 수 있는 변화로 나타남을 뒷받침한다.
생성적 접속과 작은 차이는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강화되거나 수정된다. 다만 여기서 반복은 단순한 고정이나 안정화가 아니다. 들뢰즈가 반복을 동일한 것의 되풀이가 아니라 매번 차이를 산출하는 운동으로 이해한 것처럼(김상범, 2025; Deleuze, 2004), 진로 경험에서도 반복은 작은 차이를 한 방향으로 수렴·응집시켜 지향성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차이를 산출하여 기존 방향을 분기·재편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따라서 반복과 축적은 수렴과 분기가 함께 작동하는 생성적 과정이다. 다만 모든 반복이 방향 변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작은 차이가 반복되더라도 안정적 방향으로 응집되지 못한 채 일시적 변화에 머물기도 한다.
생애진로생성성의 궁극적 결과는 방향 변형이다. 이는 특정 직업의 선택이나 단기적 적응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며 사회와 관계 맺는 방식이 장기간에 걸쳐 변화하는 현상이다. 자기이해·의미체계·관계방식·역할수행·미래가능성에 대한 재구성이 누적되어 삶과 진로의 우선순위와 실천 방향이 이전과 다르게 조직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방향 변형은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생성적 접속과 작은 차이를 가능하게 하는 또 다른 출발점이 된다. 이는 경력 방향이 생애 전환마다 지속적으로 재조정된다고 본 만화경 경력모형(Mainiero & Sullivan, 2005)이나, 진로를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조정·유지되는 과정으로 본 지속가능경력 관점(De Vos, Van der Heijden, & Akkermans, 2020)과 정합적이다.
이 여덟 국면은 순서대로 진행되는 선형적 단계가 아니다. 어떤 생성적 접속은 작은 차이로 이어지지 못한 채 소멸하며(차이 생성의 실패), 미세한 차이가 산출되었더라도 식별되지 못한 채 사건의 흐름으로 되돌아가기도 한다(식별의 실패). 반면 점진적 매개 없이 곧바로 강렬한 방향 변형을 촉발하는 비약도 일어나고, 성찰적 의미화와 실천적 탐색은 선후를 이루기보다 서로를 촉발하며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성찰적 의미화나 재개념화에서 형성된 이해가 사건적 마주침으로 되돌아가 그것을 새롭게 해석하게 만드는 되먹임도 작동한다([그림 1]). 이 점에서 생애진로생성성의 작동은 생애시간성 속에서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열린 과정이며, 본 절의 작동 구조는 경험적 검증을 거친 것이 아니라 선행 이론에서 반복적으로 제시된 변화 과정을 해석적으로 재구성한 예비적 설명 모형으로서 향후 생애사·질적 연구를 통해 그 타당성과 설명력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5. 기존 진로발달이론 및 전환학습과의 변별성
새로운 개념은 기존 이론과의 관계 속에서 그 필요성과 설명 범위가 분명할 때 정당성을 확보한다. Ⅳ. 1에서 기존 생성성 이론과의 구별을 밝혔다면, 본 절에서는 현대 진로발달이론과 비교하여 그 변별성을 논의한다.
생애진로생성성은 기존 진로발달이론을 대체하기 위한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진로적응성, 생애설계, 자기구성, 시스템이론틀, 지속가능경력, 우연학습이론과 계획된 우연, 진로혼돈이론이 제시한 적응, 내러티브 구성, 자기구성, 체계적 맥락, 경력의 지속 조건, 우연의 활용 및 비선형적 변화에 관한 통찰을 수용한다. 각 진로발달이론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표 4>에 정리하였다. 한편 성인학습이론인 전환학습과의 관계는 아래에서 별도로 논의한다. 요컨대 기존 이론들이 변화의 조건과 맥락을 설명한다면, 생애진로생성성은 그 생성 과정 자체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독자적 설명 영역을 가진다.
한편 위의 진로발달이론들과 별도로, 전환학습(Mezirow, 1991)은 본 연구의 작동 구조와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어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 전환학습은 경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 기존 의미관점이 재구성되는 과정을 설명하며, 이때 설명의 단위는 의미관점 자체이고 변화의 핵심 기제는 성찰이다. 이에 비해 생애진로생성성은 설명의 단위를 의미관점이 아니라 사건 이후 산출되는 작은 차이에 두며, 성찰(성찰적 의미화)을 변화를 완성하는 기제가 아니라 작은 차이를 해석하는 하나의 국면으로 위치시킨다(Ⅱ. 3, Ⅳ. 4 참조). 즉 본 연구에서 성찰적 의미화는 작은 차이를 방향 변형으로 매개하는 국면이되 그것만으로 방향 변형이 완성되지는 않으며, 재개념화된 이해가 실천적 탐색을 통해 반복적으로 시도·검증되고 그것이 누적됨으로써 비로소 방향 변형에 이른다(명제 5 참조). 이 점에서 방향 변형은 관점 전환과 마찬가지로 성찰을 경유하지만, 성찰 이후의 실천과 반복이라는 누적적 과정 자체를 설명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관점 전환과 구별되는 고유한 설명 영역을 갖는다. 이처럼 생애진로생성성은 생성성과 진로발달 각각의 고유한 설명 범위를 유지하면서도, 사건 이후 방향 변형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두 전통을 연결하는 개념이다.
Ⅴ. 논의 및 결론
1. 연구결과 요약과 개념화의 의미
본 연구는 생성성 연구와 현대 진로발달이론을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두 전통이 공유하는 개념적 영역과 기존 설명의 공백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애진로생성성의 개념적 속성과 적용 범위를 재구성하였다.
문헌분석 결과 두 전통은 자기·의미·관계·역할·가능성·실천·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영역을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었으며, 본 연구는 이를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일곱 개 생성적 접속 영역을 도출하였다. 그러나 두 전통은 변화가 나타나는 영역과 조건은 설명하였으나 그것이 방향 변형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충분히 다루지 못하였다는 공백에 근거하여, 본 연구는 생애진로생성성을 사건 이후의 생성적 접속과 작은 차이가 방향 변형으로 이어지는 과정적 지향성으로 정의하고(Ⅳ. 1), 이를 여덟 국면의 순환적 작동 구조로 구체화하였다(Ⅳ. 4).
2. 이론적 의의와 진로발달 연구에 대한 시사점
첫째, 본 연구는 기존 생성성의 핵심인 다음 세대와 타자, 공동체를 향한 돌봄·생산·기여의 지향을 전 생애 진로발달의 관점에서 재해석하였다. 기존 연구가 생성성의 내용, 수준, 행동 및 발달적 결과를 주로 설명해 왔다면(Erikson, 2014; McAdams & de St. Aubin, 1992), 본 연구는 이러한 생성적 지향이 일·학습·관계·역할·공동체 참여 등 다양한 삶의 공간에서 사건과 접속하고, 작은 차이와 실천의 반복을 통해 삶과 진로의 방향을 생성·변형하는 과정에 주목하였다. 이는 생성성의 핵심 내용을 대체하거나 그 적용 범위 자체를 새롭게 확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생성적 지향이 전 생애 진로발달의 맥락에서 삶과 진로의 방향으로 조직되는 과정을 재해석한 것이다.
둘째, 본 연구는 현대 진로발달이론을 보완하는 설명 틀을 제안하였다. 진로적응성·생애설계·자기구성·시스템이론틀·지속가능경력·우연학습이론·진로혼돈이론은 각각 적응·설계·자기구성·맥락·지속가능성·우연·비선형성을 설명하는 데 기여하였으나, 사건 이후 생성적 접속과 작은 차이의 형성 과정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생애진로생성성은 이 공백을 보완하여 생성적 접속과 작은 차이, 방향 변형을 중심으로 진로발달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셋째, 본 연구는 진로발달을 평생학습의 틀로 재정위하여, 성인학습 연구에 진로 방향의 미시적 생성이라는 분석 단위를 제안하였다. 이는 진로발달을 생애시간성과 삶의 공간성의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개념적 틀이기도 하다. 기존 연구가 시간 또는 맥락을 각각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본 연구는 생애시간성을 과거·현재·미래가 반복적으로 연결되는 생성적 시간으로, 삶의 공간성을 직업·학습·가족·관계·공동체·사회참여가 상호 연결되는 생성적 공간으로 이해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평생교육 연구에서 성인학습자의 학습 경험이 삶의 목표와 방향을 확장·수정하는 계기가 됨을 보고한 결과(구유정·오석영·박수연, 2021)와도 맞닿아 있다. 다만 선행연구가 그러한 변화를 실천공동체의 정태적 영역으로 기술한 데 비해, 본 연구는 그 변화를 작은 차이의 생성과 반복을 통해 분기·재편되는 미시적 기제로 설명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이로써 본 연구는 진로를 직업선택이나 경력 이동의 문제가 아니라 삶 전체의 방향 형성과 변형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평생학습적 관점을 제공한다.
3. 연구의 한계와 후속 연구 제언
본 연구는 다음의 한계를 가지며, 이는 후속 연구의 과제로 이어진다.
첫째, 본 연구는 개념 재구성형 문헌연구로 수행되어 제안된 개념과 작동 구조가 경험 자료를 통해 검증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생애사 연구, 내러티브 연구, 질적 사례연구 등을 통해 생성적 접속과 작은 차이, 방향 변형의 실제 과정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일곱 개 생성적 접속 영역은 경험적 요인분석으로 확정된 범주가 아니라 문헌분석을 통해 도출된 예비적 개념이다. 따라서 영역 간 관계와 특성, 특히 역할생성과 같이 자기생성·실천생성이 교차하는 접속의 결절이 실제 경험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경험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본 연구가 제안한 작동 구조는 모든 개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발달단계나 인과모형이 아니다. 사건적 마주침이 존재하더라도 생성적 접속이 형성되지 않거나, 접속이 형성되더라도 작은 차이가 반복적으로 축적되지 않으면 방향 변형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생애진로생성성의 작동 조건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넷째, 본 연구는 생성성과 진로발달의 통합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초점을 두어, 생애진로생성성과 전문성 형성, 삶의 유업(legacy), 사회적 기여의 장기적 생성 과정까지는 충분히 다루지 못하였다. 이러한 주제는 향후 생애사 연구를 통해 심층적으로 탐색 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본 연구는 들뢰즈의 차이생성 개념을 작은 차이의 발생을 이해하기 위한 제한적 해석 자원으로 활용하였다. 구체적으로 분석의 초점은 차이가 개인에게 사후적으로 식별되고 의미화되는 국면에 두었으며, 반복 국면에서는 차이로서의 반복이라는 착상을 수렴·분기의 계기라는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원용하였다. 다만 들뢰즈가 강조한 선(先)인식적 차이생성과 차이로서의 반복이 지니는 존재론적 함의를 본격적으로 운용하지는 못하였다. 인식을 차이의 생성자가 아니라 사후 등록자로 보는 본 연구의 관점이, 구조와 행위가 성찰(reflexivity)을 매개로 상호작용한다고 보는 관점(박귀자·박상옥, 2023)과 어떻게 대비·접합될 수 있는지를 규명하는 작업과 함께, 이는 후속 생애사 연구의 과제로 남는다.
여섯째, 코딩 및 범주화 절차(Ⅲ. 4 참조)는 복수 연구자의 독립적 코딩과 체계적 대조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따라서 일곱 개 생성적 접속 영역과 여덟 국면의 작동 구조는 단일 연구자의 해석이 중심이 된 예비적 개념화이며, 후속 연구에서는 복수 연구자에 의한 교차 코딩을 통해 그 안정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본 연구는 생성성과 진로발달을 연결하는 개념으로 생애진로생성성을 제안하고, 사건적 마주침 이후 생성적 접속과 작은 차이, 방향 변형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예비적 개념 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생애진로생성성은 진로를 단순한 선택이나 적응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다양한 경험 속에서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변형되는 방향성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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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속: 아주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육학과 박사과정 수료
연 락 처: landmama@naver.com
연구분야: 평생교육, 진로교육, 자아초월교육
소 속: 아주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육학과 교수
연 락 처: hicoach@ajou.ac.kr
연구분야: 국가인적자원개발, 평생교육, 자아초월교육
